[비즈니스포스트] 풍산이 탄약을 생산하는 방산 부문의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주주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주주들은 방산 부문이 회사의 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만큼 ‘알짜’ 사업의 성장성을 보고 투자를 결정했다며, 탄약 부문 매각에 반대하고 있다. 
 
풍산 알짜 '탄약' 사업 매각설에 들끓는 주주 민심, 류진 풍산그룹 승계 작업 '험로' 예고

▲ 풍산의 탄약 사업 매각설이 나오는 가운데 주주들이 동요하고 있다. 탄약 사업 매각이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류진 풍산그룹 회장(사진)의 경영권 승계가 앞으로 험로에 부딪힐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특히 탄약 사업 매각이 풍산그룹 경영 승계를 위한 해석에 무게가 실리며, 향후 분리 매각이 진행될 경우 주주들의 거센 반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류진 풍산 대표이사 겸 풍산그룹 회장은 장남인 로이스 류(한국명 류성곤) PMX인더스트리 수석부사장에 그룹 경영권을 넘기려 하지만, 류 부사장의 ‘국적 문제’에 부딪히며 승계 작업이 험로에 부딪힐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13일 최근 풍산의 탄약 사업 부문 매각설 확산 이후 풍산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을 두고, 주주들은 오너 일가의 승계를 위한 탄약 사업 매각 추진이 원인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풍산 주가는 매각설이 최초로 나온 지난 3월4일 전날 종가 13만600원에서 14.1%(1만8500원) 하락한 11만210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주가는 이후에도 하락을 면치 못하며 7거래일이 지난 이날 10만2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기간 주가 하락률은 8.5%다.

같은 기간 주요 방산기업들은 중동 전쟁 여파로 대부분 상승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12.5%, LIG넥스원 16.8% 상승, 한국항공우주산업이 15.2% 상승했다. 현대로템만 1.7%로 소폭 하락했다.

풍산 주식의 종목 토론 게시판의 반응을 보면 “경영권 매각 등을 위한 풍산 오너일가의 밑작업”, “상속이 안 된다고 회사를 파는가”, “오너 경영인을 믿고 투자한 일반주주 생각은 안하나” 등의 의견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풍산은 탄약 사업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선정하고 인수의사를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 매각 대상과 방식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예상 매매가격으로는 1조5천억 원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대해 풍산 측은 지난 5일 공시를 통해 “사업구조 개편 등을 검토 중이나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풍산 알짜 '탄약' 사업 매각설에 들끓는 주주 민심, 류진 풍산그룹 승계 작업 '험로' 예고

▲ 풍산 방산 부문이 생산하고 있는 다양한 규격의 탄약 제품들. <풍산>

풍산은 본업인 구리·구리합금 기술에 기반해 5.56밀리 소구경 탄약에서부터 155밀리 곡사포탄에 이르기까지 한국군이 사용하는 모든 종류의 탄약을 생산하는 국내 유일 기업이다.

탄약 사업은 2020년대 들어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면서 수출이 늘며, 풍산의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방산 부문 실적은 2020년 매출 6180억 원, 세전이익 110억 원에서 2025년 매출 1조3115억 원, 세전이익 2107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회사도 여기에 맞춰 120mm·155mm 포탄 공장 증설, 사거리연장탄 개발·양산, 탄약 부품 자회사 풍산FNS 2공장 신설, 공격·자폭 드론 연구개발 등 방산 부문을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는 행보를 밟아왔다. 2026년에도 방산 부문의 매출 목표(가이던스)를 지난해 실적보다 15.6% 높이기도 했다.

다만 탄약 사업을 지속할 경우 오너 일가의 승계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1958년생인 류진 풍산그룹 회장은 아들 로이스류 PMX인더스트리 수석부사장을 풍산 경영에 참여시키고, 지주사 풍산홀딩스 지분 2.43%를 류 부사장에 증여하는 등 류 부사장을 차기 후계자로 점찍었다. 

풍산홀딩스는 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인 풍산의 최대주주(지분율 38.0%)이자, 풍산특수금속, 풍산메탈서비스, 풍산화동양행 등 비상장 자회사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풍산그룹의 승계는 류진 회장의 풍산홀딩스 지분 37.61%와 류 회장의 부인 헬렌 로 씨의 지분 5.41%를 자녀들에게 증여하는 형태로 이뤄질 전망이다.

문제는 류 수석부사장이 한국 국적을 포기한 미국 국적자라는 점이다. 국내 관련 법 상 방산 기업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이전 시 외국인에게는 사실상 이전이 어렵다. 

이에 따라 미국 국적 포기 의사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로이스 류 부사장이 풍산 지분과 경영권을 승계 받기 위해선 결국 풍산의 방산 부문을 물적 분할해 매각하고, 구리 가공 사업만 영위하는 형태로 사업을 재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매각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향후 매각이 진행된다면 이를 승인받기 위한 주주 설득 작업은 쉽지 않아 보인다. 앞서 풍산은 지난 2022년에도 방산 부문의 물적분할을 추진하다가 주주들의 거센 반발로 철회하기도 했다.

소액주주 권익 보호를 내세우고 있는 정부가 풍산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지분율 7.97%)의 의결권을 통해 향후 방산 분리 매각에 반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탄약 사업 매각이 경영권 승계 때문이냐는 질문에 풍산 관계자는 "따로 말씀드릴 게 없다"고 답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