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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애플워치를 제2의 아이폰으로 만드나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9-10 16:4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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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 쿡, 애플워치를 제2의 아이폰으로 만드나  
▲ 팀 쿡 애플 CEO와 스마트워치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가 신제품 발표회에서 마침내 애플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를 공개했다.

애플워치는 스티브 잡스가 2010년 태블릿PC인 아이패드를 공개한 이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애플의 새로운 제품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달리 잡스의 영향을 받지 않은 ‘팀 쿡의 제품’이다.

그래서일까? 팀 쿡은 애플워치를 맨 마지막에 공개했다.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열린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에 모인 참가자들은 애플워치가 발표되자 열광했다.

팀 쿡은 잡스를 연상케 하는 키노트를 통해 “애플워치는 애플이 들려줄 다음 이야기”라고 말하며 이 제품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애플이 웨어러블 기기를 발표함에 따라 IT기업들은 세계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패권을 놓고 진검승부를 벌이게 됐다.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든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이 앞으로 애플의 공세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지 주목된다.

스마트 손목시계는 시계일까, 스마트 기기일까? 웨어러블 기기 시장의 최종 승자는 누가 될까?

◆ 팀 쿡, 애플워치는 디자인 시계

팀 쿡 애플 CEO는 애플워치를 공개하면서 신제품이 웨어러블 기기가 아닌 시계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팀 쿡은 “애플워치는 지금까지 우리가 만든 가장 개인적 제품이자 회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제품”이라며 “무엇보다 정확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라고 소개했다. 애플에 따르면 애플워치와 세계 표준시간의 최대 오차 범위는 50밀리세컨드에 불과하다.

이는 애플워치를 현재 시장에 출시된 웨어러블 기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서 제품을 자리매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애플이 애플워치를 공개하면서 IT업계에서 흔히 쓰는 ‘시리즈’라는 표현 대신 패션업계 용어인 ‘컬렉션’이란 용어를 쓴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애플워치의 디자인을 살펴보면 단순한 웨어러블 기기가 아니라 패션 아이템인 시계에 가깝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애플워치는 둥근 모서리의 사각형 형태로 강도가 강한 사파이어 글라스를 탑재했다. 세로 길이를 기준으로 38mm와 42mm 두 가지 크기로 출시됐다. 업계는 애플이 제품군을 남성용과 여성용으로 나누기 위해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되는 점은 아날로그 시계에서 볼 수 있는 ‘용두(손목시계 측면에 달린 태엽 모양의 꼭지)’를 재현한 점이다. 사용자들은 ‘디지털 크라운’으로 불리는 이 장치를 통해 화면을 직접 터치하지 않고도 화면 크기를 조절하거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이 단 한가지 제품만 내놓는데 비해 애플은 한 번에 세 가지 종류의 스마트 손목시계를 선보인 점도 눈길을 잡는다.

애플은 애플워치를 ‘워치’와 ‘워치 스포츠’, ‘워치 에디션’이라는 세 가지 컬렉션으로 분류했다. 이들은 디자인과 재질상의 차이만 있을 뿐 해상도나 용량 등 하드웨어적으로 성능이 동일하다.

이 가운데 18개 모델은 일반제품인 워치 컬렉션이고 10개 모델은 스포츠 컬렉션이다. 두 제품군의 가장 큰 차이는 재질이다. 워치 컬렉션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제작됐다. 스포츠 컬렉션에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가벼운 알루미늄이 적용됐다. 이는 무게를 최소화해 착용자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함이다.

나머지 6개 워치 에디션 모델은 명품 시계업체와 경쟁하겠다는 애플의 야심이 드러나는 최고급 제품이다. 이 모델들의 본체 케이스는 18K 금으로 제작된다. 애플은 사용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해 일반 골드 모델과 로즈 골드 모델 두 가지 재질로 출시했다.

애플의 ‘다품종 전략’은 스마트 손목시계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용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점쳐진다. 크기와 색상, 시계 줄의 조합을 고려하면 애플 워치 모델 수는 무려 34개나 된다.

  팀 쿡, 애플워치를 제2의 아이폰으로 만드나  
▲ 애플의 첫 번째 웨어러블 기기인 '애플워치'

◆ 애플워치, 건강을 책임진다


애플워치는 처음으로 애플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적용된 제품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애플은 지난 6월 헬스케어시장 공략을 위해 ‘헬스킷’이라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애플워치는 애플의 헬스케어 사업의 초기성패를 결정지을 선봉장이 된 셈이다.

팀 쿡은 행사가 끝난 뒤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애플워치의 종합적 건강관리 기능을 통해 사람들이 더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라며 “이달 안으로 애플워치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애플워치에 기존 스마트 손목시계 제품들과 마찬가지로 심작박동 센서와 적외선 센서, 가속도계 등이 장착된다. 각 센서를 통해 수집된 정보는 애플이 자체 제작한 웨어러블 기기 전용칩인 ‘S1’칩에 전달된다.

애플은 애플워치에 장착된 센서를 이용해 사용자의 심박수를 모니터해 운동강도를 조절하고 운동거리를 계산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애플워치는 ‘액티비티’라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의 칼로리 소모량과 운동시간 등을 통계수치로 제공해 준다.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기능을 완전히 이용하려면 아이폰과 연동이 필수적이다. 애플은 홈페이지를 통해 “아이폰을 통해 활동기록과 운동 데이터, 목표달성 기록 등을 일별이나 주별, 월별로 살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애플워치는 2012년 출시된 아이폰5부터 이번에 공개된 ‘아이폰6 플러스’까지 연동된다.

애플은 헬스케어 기능 외에도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기능을 애플워치에 탑재했다.

사용자 환경(UI)은 아이폰의 것을 그대로 본뜬 대신 웨어러블 기기에 맞게 바꿔 적용했다. 스마트 손목시계는 스마트폰보다 화면이 작아 일일이 터치로 조작하기 어렵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어 디지털 크라운과 음성, 진동 등 다양한 대체조작 방법을 통해 이를 해결했다.

아이폰에서 사용이 가능한 음성인식 서비스인 ‘시리’도 지원한다. 카메라는 장착돼 있지 않지만 ‘리모트 카메라’ 기능을 통해 아이폰 카메라를 조작할 수 있다. 다른 스마트 손목시계 제품들처럼 방수기능을 장착했으며 충전단자에 자석을 넣어 어두운 환경에서도 손쉽게 충전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애플워치는 이밖에도 캘린더와 지도, 음악, 날씨 등 아이폰의 핵심기능들을 지원한다.

  팀 쿡, 애플워치를 제2의 아이폰으로 만드나  
▲ 팀 쿡 애플 CEO가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플린트센터에서 애플의 신제품 발표회를 열었다.

◆ 애플은 왜 애플워치 출시를 내년으로 미루나

애플이 애플워치를 공개했지만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하려면 내년까지 기다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공식 출시시점을 2015년 상반기라고 밝혔다.

이는 그동안 애플이 펼쳤던 판매전략과 사뭇 다르다. 보통 애플은 9~10월경에 신제품을 선보인 뒤 연말 성수기에 제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해 왔다. 이번에 공개한 신형 아이폰 역시 1차 출시국의 경우 오는 19일부터 판매가 시작되며 미국의 경우 오는 12일부터 예약판매에 들어간다.

업계 전문가들은 애플이 아직 애플워치의 대량생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출시를 내년으로 미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애플이 이번에 애플워치를 공개한 것은 양산단계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러한 상황은 애플이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을 선보였을 때와 상당히 유사하다. 당시 애플은 2007년 1월 아이폰을 공개한 뒤 반년이 지난 7월이 돼서야 제품을 출시했다.

이미 외신들은 애플워치의 연내 출시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였다. IT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의 첫 웨어러블 기기는 기존 제품보다 생산공정이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며 “제조 공정상 어려움으로 출시가 내년으로 지연될 수 있다”라고 지난달 19일 보도했다.

애플이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이 성숙할 때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 규모는 1년 전보다 4.8배나 성장한 100만대에 이를 정도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은 앞으로 7년 동안 연평균 34%씩 성장하며 2021년에 6929만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스마트 손목시계를 구입하겠다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적다. 삼성전자가 현재 스마트 손목시계 시장에서 독주할 수 있는 것은 스마트폰과 결합해 판매하는 ‘묶음판매’ 전략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이 때문에 애플은 애플워치 출시를 미뤄 스마트 손목시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뀔 때를 기다린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이다. 일단 제품을 공개한 뒤 활발한 마케팅을 벌여 애플워치를 기기가 아닌 패션 액세서리로 만들겠다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라고 업계 전문가들은 본다.

◆ 비싼 가격, 애플워치 흥행 막는 변수 될까

팀 쿡이 야심작인 애플워치를 내놨지만 제품의 높은 가격이 소비자들의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애플은 애플워치의 가격을 최소 349달러(약 35만 원)으로 책정했다. 삼성전자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2014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공개한 ‘기어S’보다 저렴하다. 삼성전자의 기어S는 299유로(약 39만 원)다.

그렇지만 30만원이 넘는 제품을 선뜻 사기란 어렵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국 투자은행인 파이퍼재프리가 지난 6월 미국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애플워치의 적정 판매가격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31%가 100~200달러라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의 15%만이 300달러 이상일 경우에도 구매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파이퍼재프리는 “이번 조사는 가구 평균소득이 연간 13만 달러(약 1억3325만 원)인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애플이 일반 소비자들에게까지 판매를 확대하려면 애플워치 판매가격은 이보다 더 낮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애플이 제품 가격을 200달러 미만으로 내리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강화유리에 비해 단가가 비싼 사파이어 글라스와 메탈소재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이폰과 달리 통신사 약정할인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애플로서 부담이다.

  팀 쿡, 애플워치를 제2의 아이폰으로 만드나  
▲ 팀 쿡은 애플워치의 가격을 최소 349달러라고 발표했다.

◆ 격전의 웨어러블 기기 시장, 승자는 누가 될까


애플워치에 대한 애플의 자신감은 상당히 강하다. 애플의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는 조너선 아이브 수석 부사장은 “스위스 시계산업은 애플워치로 곤경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너선 아이브는 애플워치의 경쟁상대가 삼성전자의 ‘기어시리즈’나 LG전자의 ‘G워치시리즈’가 아닌 세계 유명 시계업체들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그는 “노키아가 스마트폰 1위 자리를 애플에 내준 것처럼 세계 시계시장의 주도권도 빠르게 변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 기존 업체들은 애플의 아이워치에 대항하기 위한 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현재 애플의 유일한 적수로 평가받고 있는 곳은 삼성전자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 손목시계시장에서 73.6%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최신작 기어S는 스마트폰과 독립된 스마트기기라는 점이 강조된 제품이다. 이는 시계 본연의 기능을 내세우고 있는 애플과 다르다.

기어S는 삼성전자의 자체 운영체제(OS)인 ‘타이젠’으로 작동하며 별도의 유심칩을 장착해 전화기능뿐 아니라 자체 통신기능을 갖췄다. 스마트폰 없이도 대부분의 알림과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 애플워치의 출시가 삼성전자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지만 애플의 진입으로 시장규모가 확대되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컨설팅그룹 IBB의 무선모바일 컨설턴트 제퍼슨 왕은 "애플이 스마트워치시장에 진출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이 다소 하락할 수 있겠지만 애플 때문에 소비자들은 웨어러블 기기를 생소한 틈새 기기가 아니라 누구나 하나 쯤 갖고 있어야 하는 기기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웨어러블시장의 후발주자인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애플처럼 ‘스마트’가 아닌 ‘워치’를 강조한 ‘G워치R’을 선보였다.

G워치R은 세계 최초로 원형 플라스틱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는데 디자인만큼은 애플워치보다 훨씬 일반시계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운영체제로 구글 안드로이드의 웨어러블 전용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 웨어’를 탑재했다.

소니는 삼성전자보다 먼저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점유율을 좀체 확대하지 못하고 있다. 소니는 이번에 ‘스마트워치3’를 통해 다시 한 번 도전장을 던졌다. 대만의 에이수스도 ‘젠워치’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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