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이 금융지주의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가운데 KB금융그룹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KB금융은 그동안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부분에서 ‘모범생’ 평가를 받아왔다. 금융당국이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사외이사 단임제, 금융지주 회장 연임 안건 특별결의 의무화 등 도입을 검토하는 가운데 KB금융이 선제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금융지주 사외이사 단임제 압박, KB금융 지배구조 '모범생' 이어갈까

▲ KB금융지주가 25일 3월 정기 주주총회 소집결의를 진행한다.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3년 단임제, CEO 연임 특별결의 의무화 등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이번 주총에 관련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 안건이 올라갈 가능성에 시선이 쏠린다. 


다만 3월 주주총회 안건을 결정하는 이사회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4월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관련 태스크포스 공식 결과가 나온 뒤 이를 반영해 제도 도입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은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주총 소집결의를 가장 먼저 진행한다. KB금융은 25일 이사회를 열고 3월 정기 주주총회 안건 등을 결정해 의결한다. 

관심을 끄는 것은 사외이사 임기 등 지배구조 부분의 정관 변경 안건이 포함될지 여부다.

KB금융은 이미 4대 금융지주 가운데 사외이사 임기를 가장 짧게 제한하고 있다. 

다른 금융지주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사외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정하고 있는 반면 KB금융의 사외이사 최대 임기는 5년이다.

자발적으로 법에서 정한 것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있는 셈이다.

KB금융은 이사회 전문성과 여성 이사 비중 등 다양성 확보에도 앞장서 왔다.

KB금융은 4대 금융 가운데 유일하게 금융소비자보호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두고 있다. 여정성 KB금융 사외이사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로 한국소비자학회 회장, 소비자정책위원회 민간위원장 등을 지냈다. NHN과 카카오 등 IT기업 사업고문과 사외이사를 지낸 IT 전문가 최재홍 이사도 있다.

또 KB금융은 현재 사외이사 7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이고 2024년부터 이사회 의장도 여성 이사가 맡고 있다.

KB손해보험·KB라이프·KB증권 등 계열사도 지난해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해 선출하도록 선제적 정관 변경에 나섰다.

KB금융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지배구조 개선 방안들을 선제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시선이 일각에서 나오는 이유다.

현재 당국 지배구조 개선 핵심 방안은 사외이사 3년 단임제, 지주 회장 연임 특별결의 도입 등으로 꼽히는데 상대적으로 사외이사 임기 개선은 부담이 적기도 하다. KB금융은 당장 올해 11월 양종희 회장의 연임 이슈가 걸려 있어 특별결의 도입은 한층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당국은 이재명 대통령의 ‘부패한 이너서클’ 지적 뒤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면서 금융지주 지배구조 개선을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금융당국 금융지주 사외이사 단임제 압박, KB금융 지배구조 '모범생' 이어갈까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혁신에 먼저 과감히 나서달라고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 간담회에서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개선방안이 발표되기 전이라도 은행권이 먼저 혁신에 과감히 나서달라고 주문했다. 

사실상 금융지주를 겨냥해 정관 변경 등을 통한 자발적 지배구조 개선을 압박하는 분위기다.

이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이사회 견제기능 확보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조만간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마련할 예정”이라며 “다만 필요한 것은 먼저 망설임 없이 언제라도 추진하고 개선이 필요한 것은 반드시 고쳐달라”고 말했다.

다만 양종희 회장의 연임 절차와 이사회의 연속성 등 경영 안정성을 고려할 때 당장 정관 변경까지 단행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특히 당국의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행동에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지금도 ‘하늘의 별 따기’라는 사외이사 후보군 확보 등 현실적 문제도 있거니와 아직 법 개정 등 제도화가 확실한 단계도 아니기 때문이다.

KB금융은 3월 주총에서 사외이사진 교체폭 자체가 관심사이기도 하다.

KB금융은 현재 사외이사 7명 가운데 5명 임기가 만료된다. 다만 아직 5년 임기를 채운 사외이사는 없다. 

교체가 불가피한 이사가 없는 데다 이찬진 금감원장이 강조하고 있는 소비자보호분야에서 전문가인 여정성 사외이사가 있고 IT부문 전문가인 최재홍 이사 등도 연임이 가능하다.

교수 출신 등 학계 쪽 인물 비중이 높은 점은 개선해야 할 사항으로 꼽히지만 교체폭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KB금융이 지배구조 측면에서 선제적 조치를 취해온 전례가 있어 이번에도 상징적 역할을 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다만 당국 태스크포스 결과가 주총 뒤인 4월로 예정돼 있고 법 개정 등도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단임제 등을 먼저 도입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