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전성기 이미 지났나, 금 시세와 기술주 동반 상승에 '나홀로 부진'

▲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금 시세와 엔비디아 등 주요 기술주 상승에도 홀로 약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이 안전자산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유행하는 투자 자산으로도 외면받으며 부진한 흐름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코인 기념주화 사진.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올해 금 시세 상승폭이 비트코인을 크게 웃돌면서 가상화폐가 ‘디지털 금’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어려워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트코인 가격은 미국 인공지능(AI) 기술주와 같은 위험자산의 인기에도 올라타지 못했다. 결국 투자자들의 관심이 낮아져 사실상 외면을 받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영국 가디언은 24일 “금 시세는 다시금 역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며 “비트코인을 디지털 금으로 바라보던 투자자들의 희망에 재차 타격이 더해진 셈”이라고 보도했다.

가디언의 집계 시점 기준으로 금값은 연초 대비 약 70% 상승했다. 반면 비트코인 가격은 약 6% 떨어졌다.

비트코인은 한때 금을 대체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주목받으며 금값과 유사한 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추세에서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가디언은 “비트코인이 글로벌 경제 및 지정학적 불확실성에 대응할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금과 같은 역할을 했다면 올해는 시세 상승에 완벽한 환경이 조성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 뒤 고율 관세 등 정책으로 전 세계 경제에 불안감이 커졌고 미국의 재정 적자도 확대되며 리스크가 점차 확산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비트코인 시세가 약세를 보인 것은 화폐 가치 하락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전자산으로 시장에서 충분히 인정받지 못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가디언은 비트코인을 안전자산이 아닌 기술주와 유사한 성격의 투자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각에도 주목했다.

다수의 투자자가 이러한 관점을 두고 있었다면 올해 초부터 이어진 인공지능(AI) 기술 혁명과 관련주 주가 상승 흐름에 비트코인도 올라탔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생성형 인공지능 대표 종목으로 꼽히는 엔비디아 주가가 1월 이후 현재까지 약 33% 상승했다는 점이 대표 사례로 꼽혔다.

가디언은 올해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에 각국의 규제 환경도 매우 우호적이었다고 분석했다.

대형 금융기관들이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현물 ETF 상품을 잇따라 출시한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비트코인 시세가 올해 여러 호재에도 뚜렷한 상승 동력을 얻지 못했다는 뜻이다.
 
비트코인 전성기 이미 지났나, 금 시세와 기술주 동반 상승에 '나홀로 부진'

▲ 골드바와 금화 참고용 사진. <연합뉴스>


가디언은 비트코인이 이처럼 주류시장에 편입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가격 상승이 어려운 환경에 놓이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한동안 비트코인은 소액 투자자들의 유행 심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주목받아 활발하게 거래됐지만 이제는 ‘지루한 자산’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구글 검색에서 비트코인과 관련된 검색 횟수가 이전과 비교해 줄어들었다는 점을 단서로 들었다.

가상화폐 관련 발언으로 여러 차례에 걸쳐 시장을 크게 뒤흔들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최근에는 이를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는 사실마저 배경으로 제시됐다.

비트코인 시장에 투자자들의 열기가 이전과 같지 않다는 점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와 관련해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악화하기 시작한 시점은 10월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아직도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대규모 청산 및 가격 하락 사태를 겪었다. 그 이후 지금까지 큰 폭의 시세 반등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증권사 도이체방크는 시장 전반의 위험 회피 심리와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정책 관련 매파적 신호 등을 비트코인 가격 회복 부진에 이유로 들었다.

가상화폐 관련 규제 개선이 예상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기관 투자자 및 장기 보유자의 물량이 시장에 점차 풀리고 있다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다.

도이체방크는 결국 비트코인 시세가 10월 조정구간 이후 안정세를 완전히 되찾을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는 관측을 내놓았다.

가디언은 비트코인 시세가 이전에도 크게 하락한 뒤 반등한 사례가 많았던 만큼 비트코인을 꾸준히 매수하는 투자자들의 신념이 틀렸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그러나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 열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덧붙였다.

가디언은 “진정한 위험 회피 자산이 필요했던 시기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이 아닌 금과 은을 선택했다”며 “가상화폐 시장의 근본적 저변을 두고 의문이 커지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