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짜뉴스' 유포자에게 최대 10억 원을 배상하도록 하는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의 국회 통과가 임박했다.

민주당은 가짜뉴스가 민주주의를 병들게 한다면서 법안 통과에 전력을 쏟고 있다. 위헌 논란을 두고 법안을 정교하게 다듬었지만 법안의 대전제가 되는 '공익' 개념이 모호해 2010년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통과에 전력, 언론자유 침해 위헌 논란은 여전

▲ 더불어민주당 허위조작정보대응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평당원 최고위원이 10월23일 국회 소통관에서 구글 '좀비채널' 관련 수사 협조 및 유튜브 플랫폼 규제 강화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가 끝난 뒤 취재진을 만나 이 법안을 두고 "44조의7 제1항에 있던 규정을 본문에 두는 것이 자구나 명확한 해석을 위해 맞겠다는 추미애 법제사법위원장의 지적이 있었다"며 "최민희 과방위원 등도 상당히 만족했고 법안이 더 명쾌하고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총 결과와 같이 해당 규정을 본문에 둔다는 것은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요건을 법안 전면에 명시해 법 적용 기준을 분명히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단순 허위정보'가 아니라 "손해를 가할 의도 또는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이 분명한 허위정보가 처벌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고의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은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의 개정안을 일컫는 명칭이다. 허위정보 또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차단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되며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탓에 다음날인 24일 국회 문턱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은 허위정보 유통에 대해 강력한 처벌 조항을 담고 있다. 손해 발생은 인정되지만 액수 입증이 매우 어려운 경우 최대 5천만 원을 배상하도록 했다. 사실·의견을 업으로 전달하는 자(언론사)가 불법정보임을 알고 손해 의도 또는 부당이익 목적으로 유통하면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했다. 이 밖에 법원에서 이미 불법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2회 이상 반복 유통할 경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에서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민주당이 처벌 대상 허위정보에 있어 '고의성'를 요건을 내세운 것은 언론계의 비판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 언론계는 그동안 이 법안이 고의성이 없더라도 단순히 사실과 다르면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을 제기해왔다.

민주당은 언론의 자유 침해를 막기 위한 대안으로 '봉쇄소송 차단 중간판결'을 제시하고 있다.

봉쇄소송은 권력자나 기업이 비판·감시를 위축시키기 위해 거액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법안은 피고가 봉쇄소송에 해당한다고 주장할 경우 법원이 본안에 앞서 중간판결로 소송의 남용 여부를 판단해 각하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통과에 전력, 언론자유 침해 위헌 논란은 여전

▲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곽규택·김재섭·나경원 의원 등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설치법·방송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의결을 앞두고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법안의 언론의 자유 침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언론계는 법안의 핵심 문제로 '고의성'보다 법안의 전제인 '공익'의 개념이 불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이 법안과 구조가 유사한 '허위통신죄'는 이미 헌법재판소에서 공익 개념이 모호하다는 이유로 위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12월28일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허위통신죄)에 대한 위헌소원에서 사건을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영역 안으로 판단해 위헌으로 판결했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공익을 해할 목적으로 전기통신설비에 의하여 공연히 허위의 통신을 한 자를 형사 처벌하는 전기통신기본법 제47조 제1항은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된다"고 밝혔다. "공익을 해할 목적"이라는 표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민주당이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강력하게 밀어붙이면서 언론중재법 개정을 예고하고 있어 언론개혁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안보다도 처벌 범위가 더 넓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24일 발의한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사설/논평에 대한 제재, 피고의 사실입증 책임, 인용한 기사에 대해서도 책임 등이 추가돼 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2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이 독소조항이 가득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더해, 이번에는 사설과 논평까지 반론 보도 청구 대상에 포함시키는 '언론중재법'을 발의했다"며 "의견 표현까지 반론 보도를 강제하고 보도의 입증 책임을 언론에 떠넘기며 막대한 손해배상과 과징금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은 권력 비판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