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사장 후보 박윤영 조직의 '탈 김영섭'·해킹수습 주목, 정통성 논란 이사회 쇄신 촉각

박윤영 KT 대표이사 후보가 해킹 사건 수습과 조직 안정 등 향후 주요 경영 과제를 추진하기 위해선 우선 정통성 논란을 빚고 있는 KT 이사회를 쇄신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평가가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이 차기 KT 대표이사 최종 후보로 확정됐지만, 불법 초소형 기지국을 이용한 무단 소액결제 해킹사고라는 악재를 수습하면서 흔들리는 조직을 신속히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박 후보가 이처럼 당장 코 앞에 닥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동력을 얻기 위해선 전 정권의 낙하산 사외이사들이 포함된 KT 이사회를 장악하는 일이 최우선 해결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KT 이사회가 그동안 정통성과 투명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온 만큼, 박 후보자가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김영섭 사장 체제 아래에서 형성된 기존 이사회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통신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박 후보가 내년 3월 공식 취임한 후 마주할 첫 시험대는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사건 조사 결과에 따른 사후 수습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 9월9일부터 시작된 정부 차원의 조사는 올해 안에 마무리가 불투명한 형국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5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최대한 빨리 노력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며 “경찰 수사도 들어가고 우리도 조사하고 이런 과정에서 호락호락하지 않다, 만나서 논의하고 확인하는 과정들에 진통이 있다”고 말했다.

민관합동조사단의 최종 결과는 박 후보가 사장으로 선임되는 내년 3월 KT 정기 주주총회 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박 후보가 차기 KT 수장으로 사실상 낙점된 상황에서 임기 만료를 앞둔 김영섭 사장이 전체 가입자 대상 위약금 면제나 대규모 보상안과 같은 결정을 내리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해킹 사고에 대한 사후 수습의 책임은 고스란히 박 후보의 몫이 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박 후보가 이번 사장 공모 과정에서 해킹 사태 수습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국가기간통신사업자로서 훼손된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위약금 면제 조치와 합리적 보상안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박 후보가 KT 내부 출신으로서 조직 내 신망이 두터운 점은 해킹 사고 수습과 더불어 사기가 크게 저하된 조직을 조기에 안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란 예상된다.

박 후보가 네 번째 KT 사장 공모에 도전 끝에 홍원표 전 SK쉴더스 부회장과 주형철 전 청와대 보좌관을 제치고 최종 사장 후보로 낙점된 배경으로, 그가 KT에서만 근무해온 ‘정통 KT맨’으로 내부의 폭넓은 지지를 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KT 사장 후보 박윤영 조직의 '탈 김영섭'·해킹수습 주목, 정통성 논란 이사회 쇄신 촉각

▲ KT 이사회는 지난 11월 초 사장 공모 절차에 앞서 대표이사의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이사회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포함하는 내용으로 이사회 규정을 변경하며, 이사회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사진은 박윤영 KT 대표이사 후보. < KT >

박 후보는 해킹 사고 수습, 조직 안정화에 이어 AI 혁신 등 차기 KT 성장사업 육성 등에 나서야 하는데, 이같은 경영 정상화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 변수로 이사회 쇄신이 꼽힌다.

현재 KT 이사회는 윤석열 전 정권과 연관된 인사들이 다수 포진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 과정에서 4명의 사외이사들의 ‘셀프 연임’ 논란이 불거졌다. 8명의 사외이사들이 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들로 참여하며 이번 사장 후보를 선임하는 절차 자체에서도 정통성과 투명성,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2명의 KT 현직 임원과 8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KT 이사회는 사장 공모 절차에 앞서 대표이사의 임원 인사, 조직 개편을 이사회의 사전 심의·의결 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내용으로 이사회 규정을 변경하며, 사외이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공식 사장으로 선임된 후에도 해킹 사고 수습, 조직 정상화, 인공지능 전환(AX) 등 주요 경영 과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협조 없이는 실질적 경영 성과를 내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실상 이사회를 장악한 사외이사들의 승인 없인 CEO 고유 권한인 인사권조차도 행사하기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KT 정통성을 대변하는 박 후보가 향후 원활한 경영 활동을 보장받기 위해선 먼저 이사회를 개혁하는 일이 급선무라는 해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KT 안팎에서는 현재 사외이사 8명 가운데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4명의 이사를 교체하고 있는데, 나머지 4명의 사외이사도 해킹 사고의 책임을 지고 김영섭 현 사장과 함께 동반 퇴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KT 새노조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방송통신협의회와 함께 17일 오전 10시 서울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T 이권 카르텔의 알파와 오메가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 이사회를 혁파하고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고 주장했다.

KT에서 임원으로 일했던 한영도 지속경영연구원장(전 상명대 교수)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현재 KT 이사회는 정통성이 없다”며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