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이 통과되면 삼성그룹과 SK그룹,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에 상당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 2월 임시국회 경제민주화 법안처리 마지노선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인적분할 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배정 금지,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일감몰아주기 규제강화, 다중대표소송제, 자회사 지분율 강화 등 기업 지배구조 영향력이 상당한 굵직한 법안들이 논의될 것이라고 2일 내다봤다.
2월 임시국회는 1일부터 한달 동안 진행되며 본회의는 2월23일과 3월2일 각각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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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윤 연구원은 “야당이 2월 임시국회에서 경제민주화 법안 통과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4~5월 조기대선을 가정하면 3월부터 각 당이 당내 경선과 대선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파악했다. 2월 국회가 사실상 경제민주화 법안통과의 마지노선이 될 것이란 얘기다.
경제민주화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하기 전 법사위와 정무위를 거쳐야 해 상임 위 내 의원들의 합의 뿐 아니라 각 당의 당론이 더욱 중요하다.
현재 발의된 경제민주화 법안 가운데 집단투표소송제, 다중대표소송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순환출자 해소 등은 여당의 반대가 높은 상황이고 야당 내에서도 이견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윤 연구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인적분할 시 자사주의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상법개정안을 우선 순위로 올려두고 협상을 진행할 가능성을 높게 봤다.
윤 연구원은 인적분할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법안처리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예상했다. 기업이 인적분할을 할 경우 이사회, 주주총회, 분할등기 등을 거치기까지 4~5개월의 시간이 걸리는 만큼 2~3월 중 이사회를 열어도 분할기일은 대략 6~7월은 돼야 정해진다.
윤 연구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되고 30~90일 이내에 시행될 경우 인적분할을 준비하고 있는 기업들에게 난처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며 “개편을 준비 중인 기업에게 최적의 상황은 상법개정안 2월 임시국회에서 부결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선보다 오너 경영능력 입증이 우선
상법개정안 통과 여부가 기업들에 미칠 영향은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할 경우 최소 2월 둘째주 이사회에서 방침이 정해져야 한다.
윤 연구원은 “현재 오너일가의 특검 수사,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무효소송 판결, 재벌개혁에 대한 사회적요구를 고려할 때 인적분할을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최선은 2월 국회에서 상법개정안이 부결되고 대선 종료 전후에 인적분할을 비롯한 지배구조개편을 재차 시도하는 방안”이라고 파악했다.
삼성그룹이 지배구조개편을 당장 추진하기보다 삼성전자의 실적개선, 약속한 주주환원정책, 주주신뢰도 제고 등을 통해 오너 일가의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에 매진할 것으로 윤 연구원은 판단했다.
◆ SK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법안처리와 무관하게 인적분할 진행
SK그룹의 경우 지배구조개편 작업이 경제민주화법안의 통과 여부에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SK텔레콤은 자사주를 12.5% 보유하고 있으나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을 추진할 때 자사주를 활용하지 않는 방식을 택하면 상법개정안이나 공정거래법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인적분할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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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
윤 연구원은 “자사주를 소각하거나 신주배정을 하지 않은 상태로 SK텔레콤을 우선적으로 분할하고 이후 SK텔레콤 투자회사와 SK가 합병한다면 SK와 SK텔레콤 지주부문 합병법인(지주) → SK텔레콤 사업회사(자회사) SK하이닉스(자회사) 체제가 완성된다”고 내다봤다.
현대중공업그룹도 상법 개정안이나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영향을 받기보다 임시주주총회 성사 여부가 더욱 중요할 것으로 분석됐다.
현대중공업이 인적분할을 예정대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윤 연구원은 바라봤다. 2월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4월1일 분할기일을 거치고, 5월10일 신주가 상장되는 일정이다.
다만 현대중공업은 현대로보틱스 분할비율을 놓고 논란이 있어 임시 주총 통과를 위해 인적분할을 위한 소액주주의 지지 여부가 변수로 지적됐다.
윤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임시주총을 통과하면 본질가치 대비 분할비율이 낮은 현대로보틱스가 재상장 이후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롯데그룹 신동빈 지배력 확대, 현대차그룹 모비스 중심 개편
롯데그룹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은 자사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개정안 추진과 거리가 먼 것으로 분석됐다.
윤 연구원은 “롯데제과는 자사주가 없기에 상법개정안과 관련한 인적분할에 제약이 없다”면서 “다만 롯데쇼핑을 인적분할한다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 6.2% 활용에는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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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롯데그룹 지주회사 전환의 관건은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의 지배력력 변화에 달린 것으로 파악된다. 두 사람의 주력계열사 지분이 비슷해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설립시 신동빈 회장이 1대 주주를 유지한다 해도 신동주 전 부회장 역시 상당한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윤 연구원은 “롯데 지주사 전환의 핵심은 경제민주화 법안보다는 개편과정에서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을 신동주 회장보다 높이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현대차그룹도 자사주 의결권 제한에 따른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지주격인 현대모비스가 보유한 자사주가 2.8%에 불과해 인적분할을 통한 자사주 의결권 사용이 지주전환의 핵심이 아니다는 것이다.
윤 연구원은 “현대모비스 인적분할을 가정할 경우 기아차가 보유하게 되는 현대모비스 홀딩스 16.9%를 정의선 부회장이 매입하고, 기아차 보유 현대모비스 사업회사 16.9%는 현대모비스 홀딩스가 매입하는 방식으로 개편이 가능해 상법 및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거리가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그룹은 자사주의 의결권 이슈보다는 경제민주화법안 중 일감몰아주기 지분율 규제강화가 핵심으로 꼽힌다.
윤 연구원은 2월 오너 일가의 글로비스 보호예수가 종료되고 순환출자 해소 법안이 논의되는 상황이기에 현대모비스 중심의 개편을 예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