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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박찬구 형제갈등, 루비콘강을 건너다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9-03 15: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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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삼구-박찬구 형제갈등, 루비콘강을 건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왼쪽)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오른쪽)

금호가 형제싸움이 한동안 잠잠하다 또 다시 불붙었다. 이번에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두 사람은 올해 상반기에만 1건의 고소와 2건의 소송을 추가하며 진흙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 2월 박삼구 회장이 “내 자료를 빼돌렸다”며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를 고소했다. 이어 3월에 박찬구 회장이 박삼구 회장의 아시아나항공 경영복귀에 제동을 거는 소송을 제기했다.

박삼구, 박찬구 형제는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두고 갈라서기 시작했다. 이후 지금까지 8년째 갈등을 벌이고 있다.

재계는 박찬구 회장이 형인 박삼구 회장을 형사고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두 사람의 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본다.

◆ 형 박삼구의 경영책임 물으려는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은 박찬구 회장이 지난달 12일 박삼구 회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고 3일 밝혔다.

박찬구 회장은 고소장에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2009년 직면하고 있던 유동성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계열사를 동원한 이른바 ‘기업어음(CP) 돌려막기’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 후유증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는데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결국 CP를 발행했고 이를 계열사에 떠넘겼다는 것이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009년 12월31일까지 발행한 CP는 총 4270억 원이다. 이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 대한통운 등 12개 계열사들이 모두 매입했다는 것이 금호석유화학의 설명이다.

금호석유화학은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2009년 12월30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 이들이 발행한 CP의 신용등급이 C등급으로 내려가 계열사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이를 구매한 약 200여 명의 개인투자자들도 피해를 입었다고 강조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특히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을 신청한 이후에도 CP를 발행해 계열사가 이를 사도록 한 것을 문제 삼았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는 12월30일과 31일 총 1430억 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워크아웃 신청 이후의 CP 돌려막기는 박삼구 회장 등 피소인들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며 “결국 오너의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계열사들을 희생시킨 배임행위이며 시장을 교란하고 경제질서를 무너뜨리는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을 비롯해 오남수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본부 사장과 당시 금호석유화학의 대표였던 기옥 금호터미널 대표도 함께 배임혐의로 고소했다고 설명했다.

금호석유화학은 이번 고소 및 고발이 지난해 11월 경제개혁연대가 박삼구 회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한 것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박 회장이 대표로 있던 아시아나항공이 2009년 12월 금호산업 기업어음(CP) 790억 원어치를 매입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박 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검찰이 수사에 나섰지만 진척이 없다”며 “엄중한 조사를 촉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 책임 두고 형제간 공방 이어져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삼구 회장의 책임이 없다고 반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 회장은 2009년 7월 박찬구 회장을 금호석유화학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동반퇴진했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영복귀 시점이 2010년 11월인 만큼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다”라고 밝혔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CP 돌려막기가 계열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린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보다 심각한 법정관리나 부도에 들어가는 것을 피하려고 계열사를 동원했다는 것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CP 매입을 위해 신규자금을 투입한 것이 아닌 만기를 연장한 것”이라며 “당시 경영진들이 채권단과 협의해 내린 결정인 만큼 문제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맞섰다.

금호석유화학은 “박삼구 회장은 동생 박찬구 회장을 해임하면서 일부 계열사 대표이사직을 그대로 유지했다”며 “의사결정권자가 아니었다는 말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금호산업 등이 CP를 발행한 시점인 2009년 12월 말 경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석유화학, 금호타이어, 대우건설, CJ대한통운 등 5개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올해 동양그룹의 CP 돌려막기가 큰 문제가 됐는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이보다 먼저 CP 돌려막기를 했다”며 “감독당국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의 CP 돌려막기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동양그룹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은 “검찰의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다시 한 번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소장을 접수받은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관련 자료를 검토한 뒤 박찬구 회장을 고소인 자격으로 불러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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