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 NATV국회방송 >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에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수협중앙회) 관련 대출 의혹을 두고 나온 말이다.
수협중앙회가 온갖 이상한 대출과 엮여있다는 지적을 한 것인데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에게 관련 질의가 휘몰아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날 농해수위 국감은 수협중앙회와 수협은행, 부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등을 대상으로 열렸다.
여러 기관에서 출석하는 자리였으나 오전 질의는 노 회장에게 집중됐다.
조승환 국민의힘 의원은 “오늘 오전 질의는 수협중앙회에만 쓴다”며 “다른 기관들은 잠시 쉬고 있어도 될 것 같다”고 말할 정도였다.
노 회장이 집중포화 중심에 선 것은 사랑제일교회, 도이치모터스 등 정치적 이슈와 연결고리가 있는 대출 문제 때문이다.
특히 금융업계에서는 앞서 이번 국정감사 최대 이슈로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 이슈가 떠올랐다. 다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는 관련 인물이 증인으로 채택되지 않으면서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 속 농해수위는 도이치모터스 대출 문제를 다루기 위해 4대 금융지주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도 추진했으나 이를 취소했다. 결국 모든 시선이 쏠리면서 노 회장에 대한 추궁이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각종 대출 의혹 관련 첫 질의는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던졌다.
임미애 의원은 “수협은 이상한 대출이 참 많다”는 말로 질의를 시작하며 사랑제일교회 관련 대출, 정연송 부산공동어시장 대표이사 소유 건물 관련 대출, 도이치모터스 그룹 관련 대출까지 논란이 되는 대출 문제를 모두 꺼내며 질타했다.
먼저 사랑제일교회에는 수협조합들이 모두 65억 원 대출을 내줬는데 이 가운데 노 회장이 몸 담았던 진해수협이 50억 원이라는 큰돈을 내줬고, 고성수협은 대출신청서 작성보다 대출심사 마지막 단계인 대출심사의견서가 하루 빨랐다는 설명이다.
정연송 대표 소유 건물에는 수협회원조합이 약 360억 원을 대출해줬으며 회사 설립 12일밖에 되지 않은 특정 회사가 건물 호실을 매입할 때도 40억 원의 대출이 실행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도이치모터스 관련 부당대출 의혹은 이 가운데서도 특히 논란이 되는 내역이다.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된 일명 ‘집사게이트’에 연루돼서다.
수협은 주가조작 사태로 흔들리던 2023년 3월 도이치모터스와 계열사에 100억 원 신용대출을 해줬다. 여기에 수협은행과 단위조합의 추가 대출 548억 원이 더해져 2024년 10월까지 총 대출금액은 648억 원이다.
모두 대출 실행 과정이 ‘비정상적’이었다고 지적됐다.
이상한 대출에 관한 거센 질의는 오전 내내 이어졌다.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국에 수협이 91군데라고 하는데 공교롭게 (노 회장이 8년 동안 있었던) 진해수협에서 사랑제일교회에 50억 원 대출이 나갔다고 하면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정상인가”라고 물었다.
문금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치권과 관련한 특혜대출은 해주면서 2024년 부안수협은 사료자금 대출을 신청했으나 대출상품 부실률이 높다는 이유로 거절했다”며 “수협이 도이치모터스나 사랑제일교회의 돈주머니인가”라고 비판했다.
대출 문제 관련 질의가 이어지자 농해수위원장을 맡은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 질의가 계속될 테니 입장을 정리해서 말해달라며 수협 측에 따로 발언 시간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노 회장은 대출 관련 내용들에 ‘관여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선을 그었다.
노 회장은 앞서 임미애 의원 질의에 “중앙회장이 대출에 대해서는 지역이든 중앙회든 은행이든 수협이든 일체 관여할 수 없는 구조”라며 “저는 1%도 관여를 못한다”고 말했다.
논란의 대출들은 정상적 대출이 아니라며 대출 절차를 잘 알지 않냐는 임호선 의원 질의에는 “전혀 모른다”고 답했다.
어기구 위원장이 준 발언 시간에는 담당 임원에게 발언권을 넘겼다.
노 회장은 이처럼 선을 그으면서도 “(감사 결과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거나 “특별 대책을 세워 (프로젝트파이낸싱 부당대출 등이) 다시 안 생기게 하겠다”는 등 강하고 명료한 어조를 유지했으나 질의가 몰아치자 대답을 마치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의 “정연송 대표가 노 회장 최측근으로 특혜성 대출이라는 의혹이 있는데 알고 있냐”는 질의에 노 회장은 대답할 시점을 잠시 놓쳤다.
이어진 전 의원의 “정연송 대표 소유 건물 대출 관련 연체와 손해 내역을 파악하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대답하려 했으나 전 의원이 다음 질문을 이어가면서 대답을 마치지 못했다.
이날 노 회장으로서는 피하고 싶었을 의혹도 마주해야 했다. 수협 부당대출 문제는 노 회장 개인이 받았던 선거법 위반 혐의와도 연결고리가 있다는 의구심을 받는데 이날 이 질문 역시 나왔기 때문이다.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교롭게도 노 회장이 윤석열 전 대통령을 방문한 뒤 선거법 위반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정권 교체 뒤에는 도이치모터스 관련 대출이 없었다”며 “선거법 관련 부분을 만회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 측근을 상임감사로 선임하고, 대통령실도 방문하고, 만회 작업을 하기 위해 문제가 있는 대출도 연속적으로 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노 회장은 “1%도 아니다”며 곧장 받아쳤다.
노 회장은 2023년 2월 수협중앙회장 선거운동 때 일부 조합장들에 성접대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으나 증거불충분으로 2023년 6월 불기소됐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비슷한 시기 수협이 도이치모터스 측에 100억 원을 대출해준 점을 들어 성접대 관련 수사를 무마하기 위한 특혜성 대출이라는 의심을 품었다.
▲ 노동진 수협중앙회장이 27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대출 관련해서 자꾸만 믿어달라고 하는데 믿지 못하겠다”며 지난해 국정감사 영상을 증거로 재생하기도 했다.
노 회장이 수협의 여성 관리자 비중 개선을 약속했으나 1년이 지난 지금도 나아진 점이 없다는 것이다.
이에 이 의원은 “노 회장이 믿어달라고 하는 말을 믿지 말라고 의원들에게 재차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여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한 노 회장의 대답은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윤준병 의원은 “문제가 있으면 감사 등을 통해 바로 잡았어야 하지 않냐”며 “1년 동안 무엇을 한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 회장은 “죄송하다”며 이날 처음으로 사과를 했다.
노 회장은 이날 국감에서 무수한 질의를 받은 만큼 굵직한 대출 의혹들을 해소하는 것이 직면한 최대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23년 3월 취임해 4년 임기의 반환점을 돌았다.
수협은 현재 부당대출 의혹 관련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 검사도 앞두고 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11월에 수협중앙회 검사를 예정하고 있다”며 “국회가 지적한 모든 사안을 잘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도이치모터스와 계열회사에 나간 대출을 들여가보겠다는 것이다.
노 회장은 오전 질의 마지막으로 받은 발언 기회에서 “상호금융이 엮인 일(대출 관련 논란)들에 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 계기로 철저한 감사를 받으면서 지적받은 사항을 고치고 수정해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철저히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