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강도높은 규제로 서울·수도권의 도시정비사업을 늦추면서 지방으로 온기가 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북 경산에서 대규모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아이에스동서를 포함해 대부분의 중견건설사가 상당 부분의 주택사업을 지방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로 활로를 찾을지 주목된다.
 
'양극화 상징' 수도권 도시정비 둔화 예고, 지방으로 시선 흘러 중견 건설사 기회 커지나

▲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수도권 재개발, 재건축사업 문턱이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1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의 추진 과정이 단기적으로는 속도가 나겠으나 결국 중장기적으로는 둔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정부가 전날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10·15대책)’으로 강도 높은 부동산 수요억제책을 제시한 가운데 도시정비사업 수익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분양가 상한제는 적용 지역이 현재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에서 다른 지역으로 확대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지속적 규제 중심 부동산 대책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이 넓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최근 주택가격 상승 양상이 매매 시장 과열에 따른 것으로 판단해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확대하지 않았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놨다.

박세라 신영증권 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 지역이 현행 수준에서 유지됐는데 추가 적용 여부가 도시정비 사업 속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확실성 탓에 추후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으로 지정되기 이전 인허가 절차가 신속히 진행돼 연말까지 정비사업에서의 건설업계 신규수주 강세는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또 분양가 상한제 지역 확대는 들어가지 않았지만 10·15대책에서 새로 도시정비사업에 적용되는 규제가 추가된 만큼 향후 절차 추진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전날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과 과천시, 광명시 등 경기 지역 12곳이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였다.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는 주택가격 상승률이 물가상승률보다 일정 수준 이상 높거나 청약경쟁률이 기준치 이상을 기록하는 등 부동산 과열 우려가 있는 곳을 국토교통부 장관이 규제지역으로 지정한 것이다.

조정대상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에서는 재건축 조합원당 주택 공급수가 1주택으로 제한된다.

또 투기과열지구에서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인가 이후 조합원의 지위 양도 행위가 제한되고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도 실거주 의무가 2년 부여돼 도시정비사업 수요를 위축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10·15대책에서 이주비 대출 제한이 기존 6억 원에서 상향되지 않은 점도 도시정비사업 추진의 장애물로 꼽힌다. 서울 강남은 물론 대다수 지역에서 대출한도치인 6억 원으로는 쉽사리 이주를 계획하기 어려워서다.

이미 수년 동안 이어진 공사비 상승, 최근 커진 안전관리 비용증가의 필요성, 내년 3월 시행을 앞둔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 등과 겹친 재건축·재개발 문턱은 조합과 건설사에 모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세호 iM증권 연구원은 “규제지역 확대에 따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커지며 정비사업의 진행 속도가 더딜 수 있다”며 “규제지역의 여러 제한도 정비사업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건설업계의 서울·수도권 도시정비사업 수주물량은 양극화된 업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로 여겨진다.

사실상 서울 및 서울과 인접한 중대형 재개발·재건축 물량을 싹쓸이하는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사업 수주금액은 지난해 연간 27억 원대에서 올해는 1~9월 37조 원을 넘어섰다.

최근 중견건설사들이 서울과 경기권에서 모아타운(가로주택정비사업) 등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사업을 수주하고 있지만 1건당 1천억 원 안팎인 사업 규모를 보면 대형건설사의 성과와 견주기 힘들다.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둔화로 대표되는 주택·부동산 시장에 대한 강력한 규제의 영향에 따른 풍선효과가 수도권 비규제지역을 넘어 지방으로까지 퍼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당장은 경기 화성시 동탄신도시 등 정부의 고강도 규제를 피한 수도권 외곽 지역의 부동산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의 주택수요를 지속해서 억제하기 위해 보유세 강화 등 세제 개편도 준비하고 있는 점, 꾸준히 지방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한 정책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주택 수요의 온기가 지방으로까지 확산할 가능성이 나온다.

신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완화하면서 수도권 외곽 지역과 비수도권으로 부동산 수요가 일부 옮겨갈 가능성이 있다”며 “이 지역들의 매매가격 상승이 정체됐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도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풍선 효과에 따라 지방 부동산 시장이 살아난다면 중견건설사에 기회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중견사로 퍼지고 있는 건설사 부실 우려의 근본적 원인이 미분양 물량 등으로 확인되는 부동산 경기 양극화인 데다 여전히 중견사들의 주요 주택사업 무대가 지방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물량은 5만1982호로 전국(6만6613호)의 78%를 차지하고 있다. 악성 재고로 여겨지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도 전체(2만7584호)의 84%에 이르는 2만3147호로 집계됐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올해 상반기 건설 산업점검 보고서에서 “지역별 부동산 경기 양극화가 심화하고 분양률 저조해 상대적 현금유동성 여력이 부족한 지방 건설사를 중심으로 부실 사례가 증가했다”며 “특히 2025년 들어서는 신동아건설, 삼부토건 등 100위권 내 중견건설사들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리스크가 업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극화 상징' 수도권 도시정비 둔화 예고, 지방으로 시선 흘러 중견 건설사 기회 커지나

▲ 아이에스동서는 경산 중산지구에서 대규모 자체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은 아이에스동서가 자체사업을 통해 조성한 부산 남구 '용호동 W' 전경. <아이에스동서>


주택사업과 공공공사가 중심인 중견건설사에 지방 부동산 시장 여건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1~30위 사이 상장건설사의 상반기 말 수주현황을 분석해보면 대부분 민간 부문 주택공사의 절반 이상이 비수도권 사업장으로 구성돼 있다.

또 총사업비 3조5천억 원 규모의 경산 중산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아이에스동서, 올해 4월 울산 ‘태화강 에피트’를 분양한 HL디앤아이한라 등 중견건설사는 자체 주택사업의 주요 무대를 지방으로 하고 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지방 시장 침체는 인구구조나 산업의 변화와도 관계가 깊어 빠른 반등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며 “그러나 수도권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려는 정책이 나온 것은 지방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에 확실한 온기가 돌기 위해서는 비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추가 대책이 하루빨리 마련돼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최근 수도권의 시장 과열 양상이 격한 만큼 정부의 연이은 대책이 사실상 서울과 경기·인천 지역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김선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강력한 수요 규제로 서울·수도권의 주택가격은 안정화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서울 선호현상 해결을 위한 지방 활성화 정책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른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규제 강화 및 대출제한 등 폭넓은 방안이 나왔고 세제 개편도 남은 만큼 아직 부동산 시장 변화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면서도 “지방을 대상으로 한 부동산 정책의 확실한 윤곽이 나오면 자체적으로 사업계획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