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해 상장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소득의 최고세율을 25%로 낮출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는 당초 ‘최고세율 35%’를 제시했지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와 주식 양도세 부과에 이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놓고 개인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대통령실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다.
 
'배당소득 최고세율 25%' 가닥잡는 대통령실, 금투세 이어 '원칙' 보다 '증시 부양'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사진)이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 하향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투자자들의 여론을 의식해 세제를 되돌렸다는 시각이 나온다. <연합뉴스>


16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국회와 논의를 거쳐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날인 15일 오후 경제유튜브 삼프로TV에 출연해 배당소득 최고세율을 두고 “25% 정도로 낮춰야 배당을 할 것 아니냐는 의견도 일리가 있다”며 “배당 관련 부분은 여야 의원님들이 전향적으로 논의해 주신다면 일부 조정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14일 국정감사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제도와 관련해 “제로베이스에서 가장 국익에 도움이 되고 배당도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토론하고 국회와도 논의해 방향을 잡아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종 세율은 국회 세법 논의 과정에서 결정될 예정이지만 기재부 장관에 이어 대통령실의 언급이 나온 만큼 25%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가능성은 매우 높아졌다.

정부가 배당소득세율 하향 조정 검토에 들어간 것은 이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강화 철회에 이어 개인투자자들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세금 유턴’ 시도로 해석된다.

정부는 지난 7월 말 발표한 세제개편안에서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2천만 원)을 넘는 배당소득에 대해 다른 소득과 합산하지 않고 최고 35%(지방소득세 포함 38.5%) 세율로 분리과세하는 방안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처럼 35% 최고세율을 결정한 것을 두고 고배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에게 분리과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업들의 주주 환원을 늘리면서도 조세 형평성 논란에 대응하고자 한다는 풀이가 나왔다.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은 ‘부자감세’ 논란을 피할 수 없어 일종의 절충점을 찾은 셈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4년 국정감사를 앞두고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으로 배당소득자 상위 1%가 전체 주식배당액의 70.2%를 차지했다. 

특히 상위 1%의 1인당 평균 배당소득은 1억1890만 원이었던 반면 하위 99% 개미투자자의 배당소득은 평균 51만원, 하위 90%는 15만원에 그쳤다.

유호림 강남대 교수는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2025 세제개편안 토론회에서 “2023년 귀속 배당소득 5억 원 초과자는 6882명으로 전체 종합소득세 신고자의 0.06%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배당소득이 전체의 56.73%를 차지한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결국 부자감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더구나 만일 배당소득 분리과세 최고세율을 25%로 낮춘다면 세수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배당소득을 분리과세하고 최고세율을 25%로 설정한 이소영 민주당 의원의 소득세법 개정안 비용추계서에서 “개정안에 따르면 이자와 배당소득이 2천만 원을 초과하는 사람이 적용받는 세율이 낮아져 소득세수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당초 시장에서 기대했던 25%보다 세율이 훨씬 높게 책정되자 크게 반발했다. 높은 세율이 대주주의 배당 유인을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일반 주주들의 배당 증가 기대감을 꺾고 증시 활성화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다.

결국 정부가 배당소득 분리과세도 개인 투자자들의 여론을 무마하고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정책 방향을 재검토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이는 금투세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 논의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배당소득 최고세율 25%' 가닥잡는 대통령실, 금투세 이어 '원칙' 보다 '증시 부양'

이재명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24년 11월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방침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시절 여야 합의로 시행 시점이 결정된 금투세를 향한 개미들의 불만이 커지자 당론을 번복해 ‘폐지’로 선회했다. 대통령에 당선된 뒤에도 세수 확보를 위해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강화하려 했으나 개미들의 비판을 의식해 철회했다.

이처럼 정부의 핵심적 세제 개편안이 개인 투자자들의 반발에 부딪혀 철회 과정을 거치면서 정책의 원칙이 훼손되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자체가 과세정의를 달성하는 데 중요한 ‘응능부담 원칙’(각종 과세에 있어 납세자의 부담능력에 맞게 공평한 과세를 해야 한다는 조세원칙)이라는 세금의 기본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여론에 부딪히자 최고세율마저 내리려는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증시활성화라는 목표가 있지만 개미들의 여론을 의식해 세제 논의 내용이 자주 변화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배당소득 분리과세 하향 검토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봤을 때 앞으로 어떤 경우라도 주식과 금융에 관한 세부담은 늘릴 수 없다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재벌들의 횡령·배임에 대한 미미한 처벌 등 기업 거버넌스가 핵심적 문제이지 세금을 낮춰주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라며 “정부와 정치권이 세제 논의에 있어 여론에 휩쓸려가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