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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왼쪽)과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오른쪽)은 모두 택배사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
국내 택배시장에 새로운 강자들이 끼어들려고 한다. 롯데그룹과 NH농협지주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롯데그룹은 택배사업에 뛰어들어 구글과 아마존처럼 유통과 배송부문의 시너지를 노리고 있다. 택배업계 2위 기업인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한 오릭스와 지분협상을 벌이고 있다.
농협은 우체국 택배가 토요일 휴무제를 시행하자 농업인들의 불편을 덜기 위해 중견 택배기업을 인수해 택배사업에 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농협도 자체 유통망과 영업지점이 확고한 만큼 택배사업에 진출하면 파장이 클 것으로 평가받는다.
◆ 롯데그룹 편의점 활용해 택배사업 진출하나
롯데그룹은 롯데쇼핑이 자회사인 코리아세븐의 편의점 세븐일레븐 조직을 통합해 운영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택배사업 진출 준비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왔다.
택배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업지점이다. 맞벌이나 1인가구의 증가로 택배 배송이 이전보다 힘들어진 상황에서 편의점은 고객이 쉽게 택배를 맡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일본 택배시장 1위 기업인 야마토홀딩스는 편의점을 통한 택배 영업지점을 확보해 시장점유율 40%를 넘겼다.
국내에서도 편의점 택배를 찾는 고객들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7월 보고서에서 “택배 안전성 문제의 해결책으로 편의점 택배가 거론되고 있다”며 “택배상자 지급 및 규격화 등 서비스를 세분화한다면 편의점 택배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롯데그룹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전국 각지에 7160개의 점포가 있다. 편의점 택배 이용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고려하면 롯데쇼핑이 세븐일레븐을 통해 택배사업에 나설 경우 승산이 있다. 현재 편의점 택배 이용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천만 건이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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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 신동빈, 구글과 아마존을 살펴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달 25일 ‘2014 롯데마케팅 포럼’에서 “앞으로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는 구글과 아마존”이라고 말했다.
구글과 아마존은 전자상거래와 온라인쇼핑을 앞세워 롯데그룹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신 회장은 구글과 아마존이 배송에서 지배력을 확보해 유통시장을 확대하는 측면을 주목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배송시스템을 강화해 신선제품 판매까지 나서고 있고, 구글은 구글쇼핑익스프레스의 쇼핑몰에서 구매를 하면 당일 상품을 받아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유통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무인항공기로 배송하는 시스템도 개발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런 구글과 아마존의 성장전략을 보면서 유통업체가 배송사업을 함께 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를 확신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의 경우 마트와 홈쇼핑 등 다양한 유통사업에서 발생하는 택배물량을 그룹에서 소화하기만 해도 비용절감과 함께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롯데그룹에 롯데로지스틱스가 있으나 택배사업을 손대지 않고 있다. 롯데그룹의 경우 물류만 해도 내부물량을 전부 처리할 여력이 없어 현대로지스틱스에게 대행을 맡길 정도다.
롯데홈쇼핑은 2008년 택배사업자를 현대로지스틱스에서 대한통운으로 바꾸면서 택배시장 순위변동에 영향을 주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롯데홈쇼핑이 택배기업에 맡기는 물량만 따져도 연간 1500만 상자 이상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은 백화점부터 홈쇼핑까지 영역별 유통망이 잘 구축돼 택배시장에 진출한다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롯데그룹, 현대로지스틱스를 품을까
신 회장은 택배사업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을 끊임없이 보였다. 지난해 택배시장 5위 기업인 로젠택배가 매물로 나왔을 때 관심을 보였다. 그뒤에도 KG옐로우캡과 KGB택배 등 중소 택배기업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현대그룹이 매각한 현대로지스틱스 인수작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택배시장 점유율 14%인 2위 기업이다.
롯데그룹이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할 경우 택배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매각가를 놓고 현대그룹과 롯데그룹 사이에 의견이 달라 결국 인수가 무산됐다.
신 회장은 그뒤 현대로지스틱스 경영권을 인수한 오릭스를 상대로 지분인수 협상에 들어갔다. 현재 오릭스는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의 지분 70%를 보유한 상태인데 롯데그룹은 이 가운데 35%를 인수하는 조건으로 협상을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공식적으로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관계자는 “오릭스가 현대로지스틱스 인수를 목적으로 만든 SPC 지분 중 일부를 인수하는 협상을 진행할 뿐 직접 택배사업을 진행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롯데홈쇼핑이 택배사업자를 CJ대한통운에서 다시 현대로지스틱스로 바꿀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이 그동안 택배회사가 없어 딴 곳에 맡겼으나 현대로지스틱스에 일감을 맡긴다면 이는 택배사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롯데그룹이 편의점을 활용해 독자적으로 택배사업에 뛰어들든, 혹은 현대로지스틱스를 인수하든 택배사업 진출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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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
◆ 농협, 우체국 토요일 쉬자 택배시장 노크
농협도 택배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은 7년 전부터 꾸준히 택배사업에 뛰어들려고 했으나 그때마다 택배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우체국택배가 토요일 영업을 중단하면서 농협에게 청신호가 켜졌다.
우체국은 지난 7월 택배기사 토요일휴무제를 실시하면서 주말배송을 중단했다. 이 때문에 농업인들은 농산물 배송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농업인들은 온라인을 통한 농산물직거래가 활성화되면서 주말배송이 반드시 필요해졌다고 말한다. 농산물 특성상 토요일에 반드시 배송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특히 우체국택배가 빠진 주말배송 업무를 민간 택배기업에게 맡기면 택배요금이 올라갈 것도 우려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의 택배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농협이 택배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멍석이 깔린 것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사업허가가 떨어지면 농협이 동부택배나 KG옐로우캡 등 중소 택배기업을 인수할 것으로 본다. 농협은 인수자금으로 약 1천억 원 정도를 투입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농업인은 “더 저렴하고 안정적으로 농산물 공급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물류산업협회 관계자는 “농협이 택배업에 진출하는 것에 대해 모든 회원사가 결사반대한다”며 “농협 택배를 승인할 경우 국내 택배시장은 공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 유통망과 고객 갖춰 시너지 큰 농협 택배사업
농협은 이전에도 택배시장의 문을 여러 번 두들겼다. 2007년 대한통운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도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섰으나 CJ그룹에 밀렸다.
2011년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직접 나서 “택배사업에 진출하겠다”고 밝혔으나 결국 없던 일이 됐다. 당시 택배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사업성이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농협은 지난해 말 다시 택배시장 진출을 검토하면서 외부기관에 사업성 분석을 의뢰해 긍정적 답변을 얻기도 했다. 이후 택배사업에 나서자는 목소리가 농협 내부에서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의 한 관계자는 “농산품과 공산품을 같이 일반택배로 배송하니 농산물 파손사고가 빈번하다”며 “농산물을 중심으로 택배사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고 말했다.
농협의 경우 농산물 유통사업과 하나로마트 등 대형마트를 운영하면서 자체 택배물량도많은 편이다. 지금까지는 대부분을 우체국택배에 맡겼다.
농협이 이런 물량을 자체 택배회사를 통해 소화할 경우 기존 유통망과 농업인 고객을 더해 단숨에 대형 택배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다.
농협은 물류터미널과 영업지점 등 기본 택배사업 인프라를 이미 갖춘 상태다. 전국 각지에 물류터미널 33개를 뒀고 영업지점인 하나로마트와 농협지점은 5천여 개에 이른다. 섬이나 산간지역에도 자리잡고 있어 단일조직 지점 중 가장 수가 많다.
농협은 공식적으로 택배사업 진출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외부 컨설팅 결과 택배시장 진출을 긍정적으로 봤으나 신규사업 확대에 반대하는 내부의견도 적지 않다”며 “아직은 검토하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