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이번에도 '나쁜 선택'을 한 것일까. 

한 전 대표가 법원의 증인신문 출석을 거부하고 경남 거제로 내려간 것을 두고 이번에도 '정면돌파를 회피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대표 선거 불출마 등 정치적 선택에서 손해가 꾸준히 쌓이면서 이제 정치적 존재감마저 희미해진 듯하다.  
 
계엄 막던 한동훈 법원 소환 피해 거제도로, 왜 '나쁜 선택'만 계속 할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경남 거제 모처에서 유튜브 채널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한동훈 유튜브 영상 갈무리>


24일 정치권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한 전 대표가 '정치적 악수'를 계속 두고 있다는 평가가 여러 곳에서 나오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전날인 23일 내란 특검팀이 추경호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관련해 한 전 대표의 진술을 확보하려고 청구한 '공판 전 증인신문'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재판부는 오는 10월2일 다시 증인으로 출석하라 통보했다.

내란 특검팀은 추 전 원내대표가 비상계엄 당일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여러 차례 변경해 국민의힘 의원들이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할 수 없도록 방해한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에 한 당시 당대표를 상대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려 했으나 한 전 대표가 번번히 불응했다. 

문제는 그가 증인신문 전날인 22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 자신이 경남 거제에 있다고 밝힌 대목이다. 한 전 대표는 특검 조사와 법원의 증인신문에 불응한 이유를 두고 "책과 인터뷰 등을 통해 비상계엄 당시 상황을 다 이야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평생 검사로 살아온 법조인으로서 특검과 법원의 정당한 요청을 뭉갠다는 점에서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법원심문을 피해 거제도로 떠나버린 행태는 한가함을 넘어 비겁해 보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의 선택을 두고 당내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 계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7일 MBC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서 "한동훈 전 대표가 조사를 받으러 나오게 되면 그건 또 우리 동료들이 봤을 때 한동훈 전 대표가 특검에 협조하는 모습이 된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이번 증인신문을 '반전 카드'로 삼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취임 이후 주도권과 관심을 잃은 친한(한동훈)계가 대안세력으로서 대중의 관심과 인정을 받을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용주 맥 정치사회연구소장은 1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서 "국민이 먼저라고 진짜 생각한다면 나가서 그날 내란의 세력들이 어떤 일을 했는지 본인이 아는 만큼 증언하고 국민을 살리는 정치 지도자의 첫발을 떼라. 그런 부탁을 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증인신문을 거부함으로써 이번 기회마저 흘려보낼 가능성이 커졌다.

돌이켜보면 한 전 대표의 '나쁜 선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한 전 대표는 지난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출마' 대신 '전략적 포기'를 선택했다. 증인신문 때와 같이 '정면돌파' 대신 '회피'라는 선택지를 고른 셈이다. 결과적으로 당권은 다시 한번 친윤(윤석열)계 세력에 넘어갔다. 강경 노선을 걷는 장 대표의 취임으로 그렇지 그래도 핍박받던 친한(한동훈)계의 입지는 더욱 쪼그라들었다.

이 과정에서 한 전 대표의 불출마를 두고 '간절함'과 '자기희생'이 없다는 비판이 당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이후 그는 일종의 대안으로 '유튜브 라방 정치', '페북 정치'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한 정치를 이어갔다. 하지만 그의 정치 방식을 두고 친한계 내부에서조차 뒷말이 나왔다. 당은 난리인데 한가해 보인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 전 대표가 계속해서 나쁜 선택만 하는 이유를 두고 그가 대의나 명분보다는 '정치적 계산'에 치우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본인은 매번 합리적 선택을 했지만 결국 큰 싸움에서는 패배했다는 것이다.
  
계엄 막던 한동훈 법원 소환 피해 거제도로, 왜 '나쁜 선택'만 계속 할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6월16일 유튜브 생방송에서 자신의 고양이를 쓰다듬고 있다. <한동훈 유튜브 채널 라이브 영상 갈무리>


실제 한 전 대표가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두고 공식적으로 밝힌 이유는 '당의 극우화와 퇴행'이었다. 하지만 당대표에 당선된다 해도 얻을 게 없다는 '정무적 판단'이 앞섰다는 게 정치권 중론이다. 

이기인 개혁신당 수석최고위원은 7월3일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한동훈 대표의 가장 큰 문제는 너무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이라며 "그러니까 지금 아주 국민의힘이 어려운 상황에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참패가 예상되니까 '그 모든 책임이 나에게 전가가 되겠지'라고 하는 계산기를 두드리는 모습들이 친한계의 정치인들한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런 나쁜 선택이 쌓이면서 한 전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그다지 밝지 않아 보인다.

다만 정치적 기회가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다. 내년 지방선거가 남아있다. 지방선거를 맞아 정치적 실력을 보여준다면 당내 위상을 다시 끌어올 수도 있다. 

장동혁 지도부도 내년 6·3 지방선거 준비를 위해서는 결국 친한계에 손을 내밀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면 이른바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겨냥한 인사가 필요한데 친윤·반탄(윤석열 탄핵 반대) 인사들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뉴스1TV '팩트앤뷰'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지방선거 전에 장동혁 대표가 친한계와 함께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