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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은 현대모비스를 어떻게 지배할까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9-01 21: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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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은 현대모비스를 어떻게 지배할까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다.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의 후계자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을 하나도 소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이 최근 사업구조 단순화 작업에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얼마 전 7개 계열사를 3개 계열사로 통합하는 작업을 단행했다.

정의선 부회장 체제의 등장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에서도 사업구조 개편에 나섰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삼성그룹에서 이재용체제를 준비하기 위해 숨가쁘게 진행되는 계열사 인수합병과 상장 등 구조개편이 현대차그룹으로 옮아갔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이 이미 손에 넣은 자금과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금을 합하면 그 규모는 모두 4조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정 부회장은 충분한 자금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에서 핵심 계열사로 꼽히는 현대모비스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점은 정의선체제 등장을 앞두고 현대차그룹의 큰 고민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 부회장이 경영권 승계를 위해 현대모비스 지분을 직접 매입할 가능성를 점치고 있다. 하지만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를 통해 현대차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확보하는 방안으로 지주사체제 전환과 지분 맞교환 등의 여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 정의선 현금동원 능력 4조5천억

현대차그룹은 지난달 20일 7개 계열사를 3개로 줄이는 합병결정을 내렸다. 현대위아는 현대위스코와 현대메티아를,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씨엔아이를, 현대건설은 현대건설인재개발원을 각각 흡수합병했다.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현대위스코와 현대오토에버도 이번 동시다발적 합병에 포함됐다. 이번 합병작업을 통해 정 부회장의 비상장사 보유지분을 현금화할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이번 합병은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재원확보라는 관측이 나왔다.

정 부회장은 현대위스코 지분 57.87%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번 합병을 통해 현대위아 지분 1.95%를 소유하게 하게 됐다. 합병가액이 주당 19만8611원인 점을 고려하면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위아 지분가치는 최소 1천억 원에 이른다.

현대오토에버가 현대씨엔아이를 흡수합병하면서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오토에버 지분은 20.1%에서 19.5%로 다소 줄었다. 하지만 몸집을 불린 현대오토에버의 상장 가능성이 커졌다. 정 부회장이 상장을 전후로 현대오토에버 지분을 매각할 경우 막대한 차익을 남길 수 있다.

정 부회장은 이에 앞서 비상장사인 이노션 지분을 매각하면서 거액을 확보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달 14일 이노션 보유지분 40% 가운데 30%를 모건스탠리PE, 스탠다드차타드, 아이솔라캐피탈에 3천억 원을 받고 매각했다.

이노션은 내년 초 상장이 예정돼 있다. 그렇게 되면 정 부회장은 아직 매각하지 않은 나머지 이노션 지분 10%를 추가로 매각해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정 부회장이 8월 한 달 동안 계열사 지분매각 또는 계열사 간 합병을 통해 현금이나 현금으로 동원 가능한 자금을 4천억 원 확보했다.

정 부회장은 여기에 상장사 보유주식까지 감안하면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은 모두 4조5천억 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정 부회장은 상장계열사 가운데 현대글로비스(31.88%, 3조6461억 원), 현대차(0.0003%, 156억 원), 기아차(1.74%, 4300억 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차그룹의 순환출자구조에서 빠져 있어 얼마든지 지분을 매각하고 현금화해도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다.

  정의선은 현대모비스를 어떻게 지배할까  
▲ 정몽구(왼쪽)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 정의선, 현대모비스 보유지분 0%의 딜레마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전혀 보유하고 있지 않다.

현대차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은 ‘현대모비스-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다.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지분 20.8%를, 현대차는 기아차 지분의 33.9%를, 기아차는 현대모비스 지분 16.9%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한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그룹 전반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정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5%, 현대차 지분 5.17%, 기아차 지분 16.88%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그룹을 물려받기 위해서 현대차와 기아차 지분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가 관건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 주식을 단 한 주도 보유하고 있지 않아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하는 작업은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에 경영권을 행사하기 위해서 최소 지분 5%를 확보해야 한다. 현대모비스 지분 5%의 시장가는 1조5천억 원 상당이다. 정 부회장이 현재 조달할 수 있는 현금을 감안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정 부회장은 자금력이 충분할 뿐 아니라 정몽구 회장이 아직 건재해 현대차그룹 승계는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정 부회장은 단순히 지분을 매입하거나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승계 받기 보다 다른 방법으로 현대모비스의 지배력을 확보하려고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 순환출자해소, 지주사전환, 금산분리의 교집합 현대모비스

정 부회장은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자신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과 맞교환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의선은 현대모비스를 어떻게 지배할까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기아차는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로 16.8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가치는 4조1534억 원 가량이다. 이 금액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가치(3조6461억 원)를 웃돈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주식과 정 부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주식을 맞교환하기 위해서 정 부회장의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 가치를 더욱 높이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맞교환이 성사될 경우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할 수 있다. 또 단순 주식 매매보다 맞교환 방식이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가 합병한 뒤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은 정 부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 늘리기의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로 꼽힌다.

현대모비스를 사업부문과 지주부문으로 분할한 뒤 현대모비스의 지주부문을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해 새로운 지주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것이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은 신설 지주사의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려 그룹 전반에 지배력을 자연스럽게 행사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 중간금융지주가 허용되지 않는 현행법 때문에 비금융계열사가 보유한 금융계열사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현대차그룹의 금융계열사는 현대캐피탈, 현대카드, 현대커머셜, HMC투자증권, 현대라이프생명보험 등 5곳이다. 현대모비스는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지분 58.61%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나머지 금융계열사 4곳의 최대주주는 모두 현대차다.

따라서 현대차가 현대모비스의 현대라이프생명보험 지분을 넘겨받아 비금융회사와 금융지주사로 분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4월 현대제철로부터 현대제철이 보유하고 있던 현대카드 지분 전량을 매입한 적이 있어 이러한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금융부문을 재편중인 삼성그룹처럼 현대카드를 중심으로 한 현대차그룹의 금융부문 재편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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