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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나는 현대정공 출신들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9-01 20:5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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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나는 현대정공 출신들  
▲ 정몽구(왼쪽) 현대차그룹 회장1999년 갤로퍼 시제차를 시승한 뒤 당시 이충구(가운데) 연구개발담당 사장에게 개선점을 지시하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옛 이름인 현대정공은 정몽구 회장의 ‘사업적 고향’이다.

현대정공 출신들은 정 회장 인맥의 저수지 노릇을 했다. 한때 거의 모든 가신그룹이 현대정공 출신으로 채워지기도 했다.

현대정공 출신 인사들은 정 회장과 동고동락하며 현대정공 신화를 썼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 시절 업적을 바탕으로 정주영 회장에게 경영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그룹 출범의 토대를 마련했다.

정 회장의 현대정공에 대한 애착도 크다. 그만큼 정 회장은 현대정공 출신들을 신임했다.

그런데 현대차그룹에서 이제 현대정공 출신들의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다. 현대차그룹 부회장단 가운데 현대정공 출신 인사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는 정의선 부회장 체제의 등장과 궤를 같이 한다.

정 회장은 정 부회장 체제를 위해 현대정공 출신 가신들을 하나둘씩 정리하는 인사를 해왔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이라는 과거의 영광보다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인물을 중용하는 인사를 하고 있다. 지난해 품질 논란이 뜨거워지자 품질 전문가들을 대거 중용했고 올해 환율위기 등을 헤쳐나가기 위해 재무통을 발탁하고 있다.

◆ 현대차그룹 출범의 꿈 일군 현대정공 신화

현대정공은 현대모비스의 전신이자 오늘날 현대차그룹의 뿌리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정공, 현대강관(현 현대하이스코), 현대우주항공 등 10개 회사를 현대그룹에서 분할해 나와 2000년 현대차그룹을 출범시켰다.

  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나는 현대정공 출신들  
▲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 분리 이전인 1987년까지 현대정공 대표이사를 역임하면서 경영자로서 발돋움했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으로 하여금 처음 몸담게 했던 곳도 현대정공이었다.

정 회장은 2011년부터 현대모비스 대표이사를 맡아 지금도 정명철 대표이사와 각자대표를 맡을 정도로 현대모비스에 애착을 보이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정공에 큰 애착을 보이는 배경에 ‘갤로퍼’ 신화가 한몫을 한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 시절 갤로퍼 생산판매를 통해 이른바 대박을 치면서 정주영 명예회장에게 경영능력을 인정받았다.

이 덕분에 정 회장은 현대차 경영을 맡을 수 있었고 오늘의 현대차그룹을 출범할 수 있게 한 원동력으로 삼았다.

정 회장은 1988년 사륜구동 자동차 개발을 지시하면서 당시 쌍용차의 코란도가 점령하고 있는 사륜구동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갤로퍼는 1991년 출시돼 4개월 만에 쌍용차 코란도를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올랐다. 현대정공은 1995년 7인승 미니밴 싼타모를 출시하면서 갤로퍼 신화를 이어갔다.

정 회장의 현대정공에 대한 애착은 현대정공 시절 동고동락한 이들에 대한 신뢰로 이어졌다.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과 김승년 전 현대차그룹 구매총괄본부장이 대표적 현대정공 출신 인물이다.

◆ 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난 현대정공 출신 가신들

이정대 전 부회장은 1974년 현대자동차서비스에 입사한 뒤 1981년 현대정공으로 옮겨 경리를 맡았다. 이후 현대차그룹 주요 요직을 거치며 현대차그룹에서 대표적 재무통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승년 전 본부장은 현대정공에서 자재담당 과장으로 일하던 1990년 정몽구 회장 비서로 발탁된 뒤 15년 넘게 정 회장을 최측근에서 보좌했다. 김 전 본부장은 그 누구보다 정 회장의 마음을 잘 헤아리는 심복 중의 심복으로 꼽혔다.

  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나는 현대정공 출신들  
▲ 이정대 전 현대모비스 부회장
두 사람은 2006년 현대차그룹 비자금 사건으로 나란히 검찰조사를 받았다. 현대정공 출신의 대표 격인 두 사람은 당시 긴급체포된 뒤 풀려났다.  이 때 현대정공 출신에 밀려난 비 현대정공 출신인사가 검찰에 각종 비리를 제보했을 것이란 추측도 나돌았다.

김 전 본부장은 비자금 사건 이후에도 현대차그룹 구매총괄본부장을 맡았다. 김 전 본부장이 2010년 심장마비로 돌연 사망했을 때 정 회장은 김 전 본부장 빈소에 두 차례나 방문해 그의 죽음을 무척 슬퍼했다.

이정대 전 부회장도 이유는 달랐지만 갑작스레 자리에서 물러났다. 특히 이 전 부회장의 용퇴는 정의선 부회장 체제 전환을 위한 세대교체라는 점에서 상징성을 지녔다.

이 전 부회장은 2012년 2월 현대모비스 부회장으로 선임된 지 10일 만에 사표를 냈다. 현대모비스는 당시 이 부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의 퇴진은 정의선 부회장 체제 강화를 위한 정 회장 특유의 인사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지난 4월 용퇴한 설영흥 전 현대차 중국사업총괄 담당 부회장도 정의선 체제를 위한 현대정공 출신의 퇴진이라는 점에서 이 전 부회장과 닮음꼴이다. 설 전 부회장은 1994년 현대정공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입사하면서 정몽구 회장과 오랜 인연을 쌓았다.

◆ 현대정공 출신 뒤로 하고 신진들 등용하는 정몽구 인사

설 전 부회장의 퇴진으로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10명으로 재편됐다.

현대차그룹 부회장 가운데 현대정공 출신은 신종운 생산개발담당 부회장, 안병모 기아차 미국법인 부회장, 한규환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회장 등 세 명으로 줄었다. 정의선 부회장을 포함해도 네 명으로 절반에 못 미친다.

이들 가운데 한규환 부회장의 경우 현대정공 출신으로 용퇴했다 복귀한 이례적인 경우다. 한 부회장은 1983년 현대정공에 입사한 뒤 2002년 입사 20년 만에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엔지니어 출신 사장으로 이름을 떨쳤다.

  정의선 체제 위해 물러나는 현대정공 출신들  
▲ 한규환 현대로템 대표이사 부회장
한 부회장은 2008년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임기를 다하는 듯 했으나 2012년 현대로템 부회장에 선임되면서 현대차그룹 내에서 야인으로 있다 복귀한 인물 중 한 명이 됐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한 부회장은 철도에 애착이 많으며 현대정공 시절에도 이런 비전을 정 회장과 공유하기도 했다”며 “유라시아 철도횡단을 구상하는 정 회장이 적기가 됐다고 판단해 한 부회장 복귀를 지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 부회장의 복귀는 현대정공 출신의 득세를 알리는 신호탄이 되지는 못했다.

현대차그룹의 최근 사장급 인사를 보면 재무통 인사가 득세하고 있다. 지난 6월 강학서 현대제철 재무본부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7월에 박한우 기아차 재경본부장과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이 각각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환율 여건 등 재무적 능력이 더욱 중시되고 글로벌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시점에서 재무통 인사가 중용됐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으로 나온다. 정 회장이 과거의 영광을 돌아보기보다 현재의 난관을 타개하고 앞으로 진격하기 위한 인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이에 앞서 품질 논란이 일자 품질부문을 강화하는 인사를 하기도 했다.

지난해 윤준모 현대다이모스 부사장을 현대위아 사장으로, 여승동 현대기아차 파이롯트센터장을 현대다이모스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했다. 그래도 품질 논란이 계속되자 올해 2월 품질전문가 권문식 연구개발본부장을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불러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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