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 윤병운 연임할까, 정권교체와 함께 농협중앙회장 인사기조 변화 주목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윤병운 사장은 NH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사실상 유일한 ‘비 강호동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은 NH농협금융 주요 계열사 가운데 드물게 농협중앙회 출신이 아닌 인물로 분류된다.

그런 윤 사장의 임기 만료가 다가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윤 사장의 거취가 단순히 한 계열사 사장의 연임 여부를 넘어 농협 조직 내 인사 구조의 재편과 권력 균형의 향배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첫 취임 때부터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농협금융지주, 그리고 금융감독원 사이 힘겨루기의 중심에 서 있었던 윤 사장인 만큼, 윤 사장의 연임에도 정치적·제도적 환경이 복합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 NH금융그룹의 ‘비 강호동 라인’ 윤병운, 선임 과정부터 순탄치 않았는데 

윤병운 사장의 임기는 2026년 3월 만료된다. 

윤 사장은 선임 과정부터 강호동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었다. 강 회장이 NH투자증권의 대표이사로 처음 지명한 것은 농협중앙회 출신인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이었기 때문이다. 

강 회장의 인사에 제동을 건 것은 이석준 농협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증권사 경험이 없고 농협중앙회에서만 근무해왔던 유 전 부회장이 아니라 자본시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성 있는 인사를 선임하도록 임추위(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맡겨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석준 회장이 염두에 뒀던 인사는 사재훈 전 삼성증권 부사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 회장과 이 회장의 ‘파워 게임’은 결국 누구도 승리하지 못한 채로 끝났다. 

금융감독원은 2024년 3월7일 NH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에 대한 수시검사를, 3월8일 NH투자증권에 대한 정기검사를 시작하면서 ‘자회사 인사 개입’에 대한 압박에 들어갔고, 결국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자리는 유찬형 전 부회장도, 사재훈 전 부사장도 아닌 내부 출신 윤병운 당시 NH투자증권 부사장에게 돌아갔다.

◆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인사 논란

재미있는 점은 이번 연임 논의가 그때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윤 사장의 ‘실적’이라는 공정한 성적표가 존재하고, 제도 변화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NH투자증권 대표이사 파워게임에서 한 발 물러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코드 인사’ 논란에 휘말렸다. 농협중앙회 안팎에서는 ‘계파 편중 인사’라는 비판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강 회장의 인사 논란은 최근까지도 이어졌다. 올해 7월 조직감사위원장 인선을 둘러싸고 노조의 강한 반발에 부딪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당시 노조는 강 회장이 김병수 전 NH농협하나로유통 대표를 농협중앙회 조직감사위원장으로 선임한 것과 관련해 “균형 잡힌 지역 안배 인사도 없고, 우수 인재를 등용하려는 능력주의 인사도 없다”라며 “오로지 하나, 강 회장과 마음을 나눴느냐, 안 나눴느냐 하는 게 유일한 인사 원칙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강 회장의 인사와 관련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면서 그동안 정치권 일각에서 흘러나오던 농협중앙회장 연임 논의에 제동이 걸렸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연임이 불가능하다. 이를 연임이 가능하도록 개정하려는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하지만 강 회장의 인사가 논란이 되면서 오히려 중앙회장의 재량권 범위를 좁히고 중앙회의 금융지주 계열사 인사권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농협법이 개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여당과 야당 모두 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18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강 회장 취임 이후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심지어 농협대에도 보은 인사, 낙하산 인사를 채용하면서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가 더욱 심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 역시 같은 자리에서 "농협이 강호동 캠프 재취업 창구라는 보도가 나온다"라며 "농협의 내부 분위기가 안 좋다"고 비판했다. 
 
NH투자증권 윤병운 연임할까, 정권교체와 함께 농협중앙회장 인사기조 변화 주목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왼쪽)과 송종민 호반그룹 부회장이 2024년 12월10일 열린 업무협약식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호반그룹>

◆ 윤병윤의 연임, 전혀 다른 무대 위에서 펼쳐질 가능성

윤병운 사장의 연임 문제 역시 이 흐름 속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중앙회·금융지주·계열사 사이의 권한 배분의 새 틀이 모색되는 국면에서 ‘누가 라인을 형성했는가’라는 구도보다 성과·책임·투명성 등의 키워드가 전면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의 실적은 윤 사장 취임 이후 뚜렷한 개선세를 보였다. 

윤 사장의 취임 첫해인 2024년 NH투자증권은 연결기준으로 순영업수익 2조120억 원, 영업이익 9011억 원, 당기순이익 6866억 원을 냈다. 2023년보다 순영업수익은 19.9%,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24.2% 늘었다.

NH투자증권의 호실적은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기준 순영업수익과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은 2024년 상반기보다 각각 8.4%, 12%, 10% 상승했다. 

질적 경영의 기조도 병행됐다. ESG 경영을 강조하고 조직 내 신뢰 회복을 위한 결속력 강화에 힘을 쏟았다.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에 따른 책무구조도 도입, 법률전문가 사외이사 선임 등을 통해 내부통제 역시 강화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윤 사장이 대표이사직을 연임할 수 있을지는 확실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윤 사장의 선임 당시와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NH투자증권의 인사가 강 회장이 지금까지 보여줬던 인사기조가 계속 이어지느냐 이어지지 않느냐와 관련된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