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삼성화재와 삼성생명의 회계처리 판단과 관련된 공이 이찬진 신임 금융감독원장에게 넘어갔다. 사진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에서 열린 취임식에 자리한 이찬진 금감원장. <연합뉴스>
이복현 전 금감원장이 6월 초 퇴임하면서 이 회계처리 판단과 관련된 공이 이찬진 금감원장에게 넘어갔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각계각층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6일 금융감독원에 삼성생명을 겨냥해 감리(회계처리기준을 위반했을 때 제재조치를 내리는 것)를 요청하는가 하면, 국회에서는 18일 민주당 의원과 시민단체가 긴급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관련 움직임을 인식해서인지 21일 금감원도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학계, 회계법인, 시민단체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 경제민주주의21은 20일 이에 대한 성명서를 내고 “친삼성 인사들만 골라 모은 것”이라며 “공개회의로 전환할 것을 요구한다”고 비판했다.
◆ 새 회계기준 도입 당시 불거진 회계 평가 항목 문제, 삼성 편 들어준 당시 금감원
이 회계처리와 관련해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 문제는 2023년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이 공식화되면서 시작됐다.
2022년 말 IFRS17 도입 직전, 삼성생명은 유배당보험계약자의 보험료로 사들인 삼성전자 지분(8.51%)의 평가차익을 기존처럼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처리할지, 아니면 새롭게 보험부채로 평가해야 하는지에 관해 금감원에 질의했다.
기존대로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으로 회계처리하면 배당 부담이 해소되지만 새 회계기준을 벗어나게 되는 반면, 새롭게 보험부채로 인식하면 유배당보험계약자에게 배당 의무가 발생하게 된다.
당시 금감원은 기존 회계처리를 변경하지 않아도 되게끔 삼성생명의 손을 들어줬다. ‘일탈 회계’를 허용한 것이다.
◆ 삼성화재는 삼성생명의 자회사인가, 지분법 적용되면 커지는 삼성생명 배당 부담
두 번째 쟁점은 올해 4월 삼성화재가 자사주를 소각하면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화재 지분이 14.98%에서 15.43%로 높아지면서 발생했다.
보험사가 자회사 아닌 회사의 지분 15%를 넘게 보유할 수 없다는 보험업법에 따라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 과정에서 회계기준원 등이 삼성화재를 삼성생명의 사실상 ‘계열사’로 보고 지분법을 적용해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지분법을 적용해 회계처리를 하게 되면 삼성화재의 실적이 지분만큼 삼성생명 재무제표에 반영된다. 그만큼 삼성생명의 실적이 증가하지만 배당 부담도 커진다.
◆ “과격한 사람 아니다”라는 참여연대 출신 이찬진, 삼성생명 회계기준 어떻게 볼까
과거 이복현 전 금감원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입장에 순응적이라는 평가를 들었다. 그는 삼성화재가 삼성생명의 자회사로 편입되는 것에 대해 “실질적 의미의 (삼성) 지배구조에는 아무런 영향이 없다”며 “회계적으로도 차이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뜻을 보이던 금감원장이 사임하고 새 금감원장이 취임한 만큼, 이 문제들과 관련해 이찬진 금감원장이 어떤 뜻을 보일지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이 원장이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면서 삼성그룹을 강하게 비판했던 사실을 들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회계처리에 비판적으로 접근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이 원장은 과거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 집행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논란의 핵심이었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그리고 이와 관련된 이재용 회장의 뇌물공여 사건 등을 강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이 원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내던 당시인 2021년 8월 광화문 광장에서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을 규탄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당시 참여연대는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국정농단 경제범죄 재벌총수의 가석방을 규탄한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승계’라는 개인적 이익을 위해 자신이 지배권을 가진 삼성전자 회삿돈 86억 원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했는데 이는 한 회사의 경영자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처사이자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사회복지위원회 실행위원으로 일하던 2017년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성립과 관련한 범죄수익의 몰수·추징 촉구 의견서 제출 기자 설명회’에서 “원천적으로 범죄욕구를 차단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최서원씨에 대한 뇌물공여 사건)을 통해 이재용 일가의 뇌물로 인한 이익은 반드시 몰수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 원장이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현재의 회계 기준을 인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 원장은 14일 취임식이 끝난 뒤 금융감독원 기자실에 방문해 기자들에게 “시장의 불안정을 초래할 만한 어떠한 액션도 당장 나오진 않을 것”이라며 “저는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고 서로 토론 과정을 거쳐서 합의되면 그때 표현하는 형태의 활동이 익숙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주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