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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철 헌법재판소장.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임기 안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박 소장이 임기 내 탄핵소추를 인용하고 퇴임할 경우 통합진보당 해산심판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이라는 헌정사상 중요한 결정을 남긴 헌재소장으로 역사에 남을 수 있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헌재가 탄핵심판에 속도를 내면서 1월 안에 결론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레 고개를 든다.
헌재는 지금까지 주2회 일정으로 변론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다음주에는 세차례 변론기일을 잡았다. 보통 화요일과 목요일 변론기일을 열었는데 최순실씨와 안종범씨의 형사재판 일정 때문에 다음주 증인신문이 어려워지자 월요일인 16일 특별기일을 지정한 것이다.
헌재는 4차 변론에서 탄핵사유 중 세월호7시간과 언론탄압 부분을 집중 신문했다. 다음주 세번의 변론에서 뇌물죄와 권한남용 등을 신문하면 5가지 탄핵사유 전반의 심리가 끝난다.
헌재가 예상보다 빠르게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데 박 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박 소장은 12일 증인으로 출석한 류희인 전 청와대 위기관리비서관에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형 재난이 발생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역량이 있는지 물었다. 류 전 비서관은 “권한대행 체제에서 대처할 역량이 부족하다”고 답변했다.
박 소장은 이날 다른 증인들에게 특별한 신문을 하지 않았지만 류 비서관에게 국정공백의 심각한 상황을 확인했다.
박 소장은 1차 변론 때도 “대통령 탄핵소추 의결로 헌법이 상정한 통치구조에 심각한 공동을 초래한 위기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심판 결론을 조속히 내려 국정공백을 막아야 하지 않느냐는 박 소장의 시각이 표출된 것으로 읽힌다.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심판 때는 헌재가 한달 동안 일곱차례 변론기일을 진행했고 4월30일 마지막 변론기일 2주 뒤인 5월14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만약 이번에 헌재가 7차로 변론을 끝낸다면 19일 변론일정은 종료된다. 박 소장 임기 종료까지 11일이 남는데 설 연휴 등이 끼어있어 실질적으로 평의를 거쳐 결정문을 작성하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다. 빠듯하기는 하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말도 나온다.
박 소장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헌법학자들과 접촉했는데 재임 중 탄핵심판을 마무리하는 게 옳다는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헌재 재판관이 9명이 아니라 8명 혹은 7명일 때 중요한 탄핵심판의 결론이 내려지면 그 결과의 무게가 아무래도 온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이 때문인지 박 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탄핵심판을 빠르게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박 소장은 “오직 헌법과 투명한 법절차에 따라 사안을 철저히 심사해 공정하고 신속하게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 박 소장이 임기 내에 판결을 내려는 것이 균형잡힌 헌법의 수호자로 남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 소장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헌재소장으로 지명을 받아 임기 내내 편향적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2014년 12월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심판에서 해산 결정과 함께 의원직 박탈 결정을 내리면서 박 소장의 보수 이미지는 더욱 굳어졌다.
통진당 해산심판건은 지금도 헌법학자들 사이에서 다소 의견이 엇갈린다. 간통죄 폐지와 함께 박 소장 임기 중 가장 논란이 많았던 쟁점사안이었기 때문에 이대로 퇴임하면 통진당 해산결정을 내린 헌재소장으로 기억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최근 통진당 심판결과가 사전에 청와대에 유출됐다는 의혹까지 제기돼 더욱 부담스럽다. 자칫 청와대의 뜻에 따라 헌재의 결론이 나온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탄핵심판을 인용하고 퇴임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박 소장이 임기 중 내린 가장 중요한 판결이 탄핵심판이 되기 때문이다. 통진당 해산심판을 한쪽에, 탄핵심판을 한쪽에 놓으면 보혁성향을 재는 저울의 무게추도 어느 정도 맞춰진다.
박 소장은 임기 내내 ‘헌법의 수호자’로서 역할을 강조해 왔다. 박 소장은 2013년 헌재소장 인사청문회 때부터 “헌재소장의 소임이 허락된다면 헌법재판소의 정치적 독립을 굳건히 지켜내고 국민 기본권 보장과 헌법 수호라는 헌재 본연의 임무를 다하도록 모든 힘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는 최고의 기관”이라며 “헌법재판소가 맡은 역할을 책임있게 수행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