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의 강력한 반도체 중흥정책과 무역보복조치에 영향을 받아 중국 제조사에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칭화유니그룹은 정부지원을 받아 반도체에 82조 원 이상의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하며 공격적으로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반도체 자급자족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고객사를 잃게 돼 장기적으로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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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13일 “칭화유니그룹은 ‘중국의 삼성’이 되는 것을 목표로 중국 반도체굴기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며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진출이 현실화되는 것”이라고 파악했다.
칭화유니그룹은 향후 모두 700억 달러(82조5천억 원)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공장 3곳을 설립하겠다는 공격적 계획을 내놓았다. 약 30조 원이 3D낸드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된다.
중국정부는 지난해 중국 2위 반도체기업인 XMC를 1위 칭화유니그룹에 반강제적으로 합병했다. 또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금도 대거 지원하며 칭화유니그룹을 앞세운 반도체 성장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칭화유니그룹의 지분 51%는 중국정부가 소유하고 있어 사실상 국가 차원의 투자로 볼 수 있다. 칭화유니그룹이 새로 내놓은 투자계획은 기존의 2배 규모로 점점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강력해지고 있다.
중국기업은 대규모 투자를 앞세워 이르면 2018년부터 메모리반도체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할 공산이 있지만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기술력이 중요한 D램과 낸드플래시의 특성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갖춘 기술우위를 현실적으로 중국업체가 단기간에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칭화유니그룹은 기술력 확보를 위해 SK하이닉스와 미국 마이크론 등에 꾸준히 생산시설을 제공하고 기술을 공유하는 협력을 제안하고 있지만 실제 성과로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칭화유니그룹의 마이크론 인수가 무산된 뒤 미국 트럼프 정부에서 보호무역주의의 벽을 넘기 더욱 어렵고 한국기업들도 중국업체와 협력할 경우 ‘호랑이 새끼를 키우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 연구원은 “중국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부담을 줄 수는 있지만 제대로 된 반도체 공정기술을 확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김경민 대신증권 연구원도 “중국의 메모리반도체시장 진입은 여전히 쉽지 않아 향후 3년 동안 영향을 주기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이 올 가능성이 작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중국정부가 반도체 자급자족을 주요 국책과제로 추진하고 있는데다 한국을 상대로 무역보복을 강화하는 추세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고객사를 확보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중국은 연간 수입규모가 270조 원에 이르는 반도체 국산화를 목표로 반도체산업 발전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향후 10년 동안 계획한 투자금이 180조 원 규모”라고 밝혔다.
중국은 반도체의 최대 공급처인 스마트폰에서 세계 1위 시장인데다 서버와 자율주행차 등 반도체 수요급증이 예상되는 신산업분야에서도 빠르게 인프라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는 지금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의 가장 중요한 고객사들인데 반도체 자급정책이 적극적으로 시행될 경우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
중국정부가 한국의 사드배치 등을 이유로 전기차배터리와 화장품, 콘텐츠업체의 진입을 막는 강도높은 무역보복조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게 부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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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오웨이궈 칭화유니그룹 회장. |
중국이 정부차원에서 제조사들에 중국기업의 반도체 탑재를 강제할 경우 칭화유니그룹 등이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도 현지업체의 수요를 대거 확보하며 급성장할 공산이 크다.
이를 통해 점차 연구개발 투자역량도 강화하며 빠르게 기술발전에 속도를 낼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기술우위도 수년 뒤에는 장담할 수 없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기술발전에 속도를 내 중국기업들과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정부도 반도체기업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도 트럼프 정부 출범 뒤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며 마이크론 등 현지업체를 적극 지원하는 반도체산업의 중흥을 추진하고 있어 이런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과 미국에 대응해 한국 반도체기업의 시장우위를 지속하려면 기술인력 육성과 투자확대에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며 “중국과 무역갈등 해소에도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