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정부가 역대급 세수 결손을 메꾸기 위한 ‘법인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로선 세수 회복에 있어 사실상 다른 방법이 없고 윤석열 정부의 법인세 인하를 그대로 되돌리는 수순이지만, 미국의 관세 압박을 받는 기업들은 시름이 깊어지게 됐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법인세 1%p 회복 추진, 기업은 관세에 더해 '겹시름'

▲  8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연합뉴스>


28일 여권 움직임을 종합하면 이재명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4%에서 25%로 1%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법인세 최고세율 상향 조정은 이르면 7월 말, 늦어도 8월 초 발표될 예정인 '2025년 세제개편안'에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법인세는 전년도 사업소득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만큼 이번 세제개편안이 확정된다면 기업들의 내년 사업소득부터 적용된다. 법인세율 증가에 따른 실질적 세수 증가 효과는 2027년에 나타난다.

기업들은 정부여당의 법인세 인상 움직임에 커다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미국발 '무역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보호무역주의 확산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까지 오를 경우 기업들의 투자 및 고용 위축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삼성, LG, 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올해 2분기 실적은 미국의 고율 관세 적용과 글로벌 경기 불안이 겹치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급감했다. 여기에 정부는 현재 진행 중인 한미 관세협상의 타결을 위해 국내 주요 기업들에게 더 많은 투자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정부의 법인세 인상 방침을 두고 ‘친기업 행보는 거짓’이라 주장하며 비판을 쏟아냈다.

송언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21조 원이 넘는 국채를 무리하게 발행해 전 국민에게 돈을 살포하더니 이제 와서 그 부담을 증세로 메꾸겠다는 건 조삼모사식 국민 기만”이라며 “기업 손발을 묶고 세금 인상을 추진하면서 관세 협상 위기 국면에서는 재벌 총수에게 대미투자 확대를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여당이 이러한 기업들의 사정을 인식하면서도 법인세를 높이는 방안을 선택하려는 이유는 그만큼 세수결손이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상 다른 길이 없기 때문이다. 월급쟁이 지갑에서 뽑아가는 근로소득세를 늘리기는 더욱 어렵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23년과 2024년 세수 결손은 각각 56조4천억 원, 30조8천억 원에 달했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1990년 이후 국세 수입 감소율 자료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의 감세 정책이 시행된 직후인 2023년 국세 수입은 전년 대비 13.1% 감소했다. 이는 외환위기(–3.0%)나 코로나19 위기(–2.7%) 당시보다도 훨씬 큰 폭이다.

더구나 법인세수가 줄어들면서 전체 세수에서 근로소득세와 법인세의 지위가 역전되는 비상식적 상황도 연출됐다.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올해 2월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2024년 세목별 세수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03조6천억 원이었던 법인세는 2024년 62조5천억 원으로 약 41조 원 줄었다. 같은 기간 근로소득세는 60조4천억 원에서 64조2천억 원으로 증가했다.
 
역대급 '세수 펑크'에 법인세 1%p 회복 추진, 기업은 관세에 더해 '겹시름'

▲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열린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전체 세수 가운데 근로소득세 비중은 15.3%에서 19.1%로 상승한 반면 법인세 비중은 26.2%에서 18.6%로 하락했다. 국세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근로소득세가 법인세를 앞서는 역전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 관점에서는 기업 실적 부진으로 인해 법인세수 감소를 이해하더라도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전체 세수 부족을 직장인들의 세금으로 메우는 형태를 지켜만 보기 어렵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에서 법인세 인상을 윤석열 정부의 ‘부자감세 정상화’라 규정하며 힘을 싣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법인세 인상 추진 등에 관해 “증세가 아니라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됐던 무분별한 부자 감세를 원상 복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 감소라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 정부의 법인세 인상 추진은 불가피한 선택일 수 있지만 기업들은 미국발 무역전쟁에 법인세 인상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이에 정부가 기업들의 고통을 최소화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명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우석진 명지대학교 교수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법인세라고 하는 건 자기자본 투자에 대한 조세 성격"이라며 "다른 국가가 내리기 시작하면 우리나라도 안 따라갈수가 없다"고 진단했다. 

우 교수는 이어 "법인세 세율을 인상하기 보다는 세금을 계산하는 기준 금액인 과표를 넓혀가는 측면에서 접근하면 어떨까 싶다"고 덧붙였다. 권석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