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특검수사에서 삼성그룹의 지원을 놓고 대가성 뇌물죄 적용 여부가 최대의 쟁점인 만큼 삼성그룹이 어떻게 방어할지 주목된다.
9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이 박영수 특검에 참고인 신분으로 불려나와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조사 진행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바뀔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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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12월6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조사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 출석해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뉴시스> |
특검은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찬성 대가로 삼성그룹이 최순실씨 모녀 승마활동에 200억 원이 넘는 지원을 약속하고 이행했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
삼성그룹 고위 관계자가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미래전략실 최고위층인 만큼 의사결정상 최상위에 있는 이 부회장의 소환조사 역시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특검의 미래전략실 최고위층 소환이 예상보다 빠르다며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1인자와 2인자로 꼽히는데 특검조사에 이 부회장을 방어하는 데 총력을 다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은 삼성그룹의 뇌물죄 적용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그룹 측이 최씨가 비선실세란 점을 미리 알았고 철저히 주도적으로 지원계획을 세운 정황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노승일 K스포츠 부장은 9일 국회 국정조사 특위 마지막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나와 “박원오 전 승마 국가대표팀 감독이 삼성과 최순실을 중간다리 역할을 했다"면서 "박원오 전 감독이 삼성과 계약을 언급했다"고 증언했다.
삼성그룹은 최씨 측에 대한 지원규모와 정황이 관련자들의 진술과 물적 증거 등을 통해 이미 드러난 만큼 대가성이 아닌,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돈을 지원했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삼성그룹은 이 부회장이 박 대통령과 2015년 독대한 시점이 7월25일로 삼성물산 합병 주총이 열린 뒤였고 승마지원 계약과 송금이 8월에 진행된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합병 결정이 이미 이뤄진 뒤 박 대통령이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최씨 측 승마활동 지원을 다그치자 어쩔 수 없이 지원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
그러나 특검이 삼성 측의 이런 논리를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돈이 오간 시점이 언제냐 하는 점보다 돈의 성격이 더욱 중요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 관련 현안을 이미 인지한 상태에서 돈을 먼저 주고 특혜를 받은 것이든 특혜를 먼저 받고 돈을 낸 것이든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인 것이다.
특검은 이와 관련해 구속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국민연금에 삼성물산 합병을 찬성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다만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 결정에 보건복지부의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대통령 지시가 있었는지를 놓고 추가적 증거 확보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삼성그룹 측의 지원이 삼성물산 합병에서 직접적 도움을 받는 직접적 대가였는지를 놓고 물적 증거와 관련자 증언도 뒷받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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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특검 수사팀장(왼쪽)과 문강배 변호사. |
특검은 입건된 김진수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통해 삼성그룹의 뇌물공여 의혹과 관련해 상당한 진술을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최 부회장과 장 사장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도 이런 부분을 재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지난해 말부터 변호인단을 꾸려 특검수사에 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의 소환이 임박한 것으로 보이는 데다 뇌물공여죄 혐의는 물론 국회 청문회 위증죄까지 '이중처벌'이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야권을 중심으로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판사 출신으로 BBK사건 당시 특검보를 맡았던 문강배 변호사, ‘특수통’ 검사 출신 오광수 변호사 등 판검사 출신의 법조계 인사들이 삼성 측 변호인단에 합류했다. 문 변호사는 박영수 특검 수사팀을 이끄는 윤석열 수사팀장과 서울대 대학 1년 선후배 사이로 한때 같은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로 활동하는 등 개인적 인연이 상당한 점도 선임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관측됐다.
삼성그룹 소속 변호사 500여 명 가운데 검사 경력이 있는 변호사 10여 명도 새로 합류한 변호인들과 함께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삼성그룹 검사 출신 변호사로 고위 임원인 김수목 그룹 법무팀 부사장, 조준형 삼성전자 법무팀 부사장, 엄대현 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 등이 ‘이재용 구하기’에 총대를 멜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은 이런 법률적 대응 외에도 언론계와 정치권을 상대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외적 경제환경의 어려움을 강조하는 등 유리한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에도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