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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신년 결의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황창규 KT 회장이 2017년 연임에 성공해 KT 인사독립 원년의 해로 삼을 수 있을까?
KT가 새해가 되자마자 황 회장의 임기만료를 앞두고 차기 수장을 뽑는 절차에 본격 돌입했다.
황 회장은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악재를 딛고 취임 이후 3년 동안 성적표를 앞세워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통한 통신사업 본연의 경쟁력 강화, 수익성 개선 등 황 회장의 성과는 결코 적지 않다.
그러나 KT는 정치권의 외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던 트라우마도 여전한데 올해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지형의 변화 영향이 어느 때보다 클 수밖에 없다.
황 회장이 연임에 도전해 성공한다면 이를 극복하는 것이 KT의 성장은 물론 황 회장 개인을 위해서도 최대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황창규, KT회장 연임에 강한 의지 보이는 듯
KT는 4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을 선출할 CEO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CEO추천위원회는 이날 황 회장에게 6일까지 연임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회장은 2014년 3월부터 KT를 이끌어 올해 3월로 3년의 임기가 끝난다. 황 회장은 최근까지도 연임에 나설지 말을 아껴왔는데 늦어도 이틀 안에 분명한 의사를 밝혀야 한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이 연임의사를 표명할 경우 CEO추천위원회가 바로 황 회장에 대한 평가를 먼저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다른 후보를 찾는 절차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KT 안팎에서 이변이 없는 한 황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황 회장이 보인 최근 경영행보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 한다.
황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광화문 사옥에서 열린 'KT그룹 신년 결의식에서 "KT의 목표는 단순히 1등 통신회사가 아니다"라며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회사, IPTV 시장점유율 1위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드는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 회사라면 미래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통신사업을 활용해 지능형 네트워크 기반의 플랫폼 사업자로 탈바꿈하는 새로운 성장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황 회장이 KT의 미래 성장사업을 이끄는 데 강한 의지를 품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황 회장은 이날 차기회장 선임을 위한 CEO추천위원회의 평가를 의식한 듯 회장에 취임한 뒤 3년 간의 성과도 자평했다.
그는 "3년 전 KT는 하나만 더 잘못돼도 미래가 없을 정도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가 주목하는 선도기업으로 변화했다"며 "변화의 기틀이 충분히 마련된 만큼 새로운 도전을 통해 새로운 미래를 여는 2017년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 실적개선과 성장동력 확보 '두마리 토끼' 잡아
황 회장은 그동안 KT에서 일궈낸 실적개선과 성장성 확보 등에서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황 회장이 연임에 도전할 경우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주력사업과 관계없는 자회사를 정리하고 영업에 힘을 실어 조직운영의 효율을 높였다. 기가인터넷과 사물인터넷(IoT) 등 중단기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데 기여한 점도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기가토피아'는 황 회장의 트레이드마크처럼 인식됐다.
황 회장의 취임 첫해 KT는 창사 이래 첫 적자를 냈지만 2015년 흑자로 전환한 데 이어 2016년 들어서도 3분기까지 계속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다. 2016년 2분기에 2011년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뒤 처음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모두 SK텔레콤을 제치기도 했다.
KT는 2016년에 이동통신사업을 비롯해 초고속인터넷, 인터넷방송(IPTV) 등 주요사업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고 마케팅비용도 목표로 밝힌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새 성장동력 육성도 성과를 냈다.
KT는 2014년 10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기가인터넷을 전국에 상용화했는데 지난해 9월 기준으로 가입자 200만 명을 넘어서며 업계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했다. 황 회장은 올해에 기가인터넷의 접근성을 더욱 높이고 기존보다 빠른 속도의 서비스를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이통통신회사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의 제조회사들이 사물인터넷(IoT)을 미래 먹거리로 꼽고 육성하고 있는데 황 회장도 사물인터넷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힘쓰는 한편 경쟁자와 차별화도 시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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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창규 KT 회장이 지난해 9월20일 미국 보스턴 하버드대학교 메모리얼홀에서 차세대 산업혁명의 동력이자 생활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지능형 네트워크’에 대해 특별강연하고 있다. |
◆ '박근혜 게이트' 악재가 최대 변수
그러나 지난해 하반기 들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이런 성과들이 빛을 바랬다. 황 회장은 청와대의 요구를 받아 KT에 낙하산 인사를 앉히고 최순실씨가 소유하는 광고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것으로 검찰수사 결과 드러났다.
KT가 낙하산 인사관행을 여전히 끊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고 이는 황 회장의 리더십에도 큰 상처를 입혔다.
박영수 특별검사가 박 대통령의 제3자뇌물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수사 진행과정에서 KT의 차기회장 선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KT 관계자는 특검수사를 놓고 “수사와 관련해 밝힐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황 회장의 최대성과로 꼽히는 실적개선을 놓고도 반드시 긍정적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단말기유통구조 개선법(단통법)이 실시되면서 마케팅비용이 줄어든 수익성 개선일 뿐 성장성의 토대를 닦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KT는 2014년 10월 단통법이 시행된 뒤 마케팅비용이 크게 감소했다. 2014년 3조5730억 원에서 2015년 3조560억 원으로 5170억 원 줄었다. 2016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 2조1580억 원을 썼는데 2015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770억 원 감소했다.
KT는 지난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매출 16조7226억 원을 냈는데 201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0.6% 줄었다.
◆ KT 인사독립 주춧돌 놓을 기회 열릴까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에 연루된 데 따른 부담도 있지만 그렇다고 상황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탄핵정국으로 황교안 국무총리 권한대행체제가 시작되면서 KT 차기회장 인선을 둘러싼 정권의 입김도 상당부분 힘이 빠지는 모양새이기 때문이다.
KT는 민영화 이후에도 낙하산 인사를 비롯해 회사 운영이 권력자의 의사에 따라 좌지우지되는 점이 고질병이 됐다.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사업을 진행하기 수월한 기간산업의 특성이 비리로 연결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번에 상황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KT는 회장 임기만료가 다가오기도 전부터 일찌감치 정치권에서 여러 후보들의 이름이 입길에 오르내렸다. 그러나 지금은 황 회장의 연임도전만 주목될 뿐 이렇다할 이름이 나오지 않고 있다.
올해 대선이 있는 만큼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런 상황은 황 회장이 연임에 성공해 두 번째 임기를 맞는 데도 호기가 될 수 있다. 낙하산 인사 등 관행처럼 굳어진 정권의 외압을 차단하고 KT의 인사권과 독립경영의 주춧돌을 놓을 기회가 열리는 것이기도 하다.
황 회장은 2014년 취임사에서 ‘합리적 인사‘를 강조하면서 낙하산 인사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 뒤 이석채 전 회장 때 낙하산 인사로 의심을 받았던 임원들을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KT 내부에서 이런 의지를 보였던 황 회장이 박근혜 게이트를 통해 낙하산 인사를 결국 막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지만 반대로 기존 수장들에 비해 정권의 입김을 최소한으로 막았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KT 관계자는 황 회장 연임 등 차기회장 선임 전망에 대해 “CEO추천위원회가 내부절차에 따라 평가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헌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