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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 생명줄 '자금 곳간' 다시 채울 수 있나

백설희 기자 ssul20@businesspost.co.kr 2016-12-27 11:3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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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범석, 쿠팡 생명줄 '자금 곳간' 다시 채울 수 있나  
▲ 김범석 쿠팡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가 생존을 위해 쿠팡의 대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소셜커머스사업을 접고 직매입 판매와 오픈마켓으로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고 있다.

그러나 공룡같은 오픈마켓과 대형마트 온라인몰들이 버티고 있어 힘겨운 싸움이 예상된다.

김 대표는 아마존을 모델로 삼아 로켓배송이라는 사업모델로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힘써왔지만 흑자를 내기 전까지 외부투자를 지속적으로 유치해야 한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하지만 투자유치 소식은 더이상 들리지 않아 불안한 시선은 늘어나고 있다.

◆ 쿠팡의 사업구조 전환 몸부림. 성공할 수 있나

27일 업계에 따르면 김범석 대표는 쿠팡의 적자를 줄이고 수익이 날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을 찾기 위해 부심하면서 오픈마켓사업을 시작하고 직매입 판매를 확대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 8월부터 패션 카테고리에 등록된 ‘익스프레스 딜’ 상품 노출을 중단하고 일종의 오픈마켓 서비스인 ‘아이템마켓’을 확대하고 있다. 소셜커머스라는 정체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셈이다.

쿠팡은 아이템마켓으로 법률상 ‘통신판매중개자’ 지위를 얻게 되면서 판매책임의 범위도 줄이고 인건비 부담도 덜게 됐다. 소셜커머스는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되는데 모든 판매단계에서 책임을 져야 한다. 또 오픈마켓과 달리 판매할 상품들을 선정해야 하기 때문에 MD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쿠팡은 2014년 자체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선보인 뒤 직매입 판매를 강화해 왔는데 이제 직매입판매가 전체 매출에서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직매입 판매에서 규모의 경제가 달성되면 안정적으로 수익이 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쿠팡이 비즈니스모델을 전환하면서 티켓몬스터 위메이크프라이스 등 소셜커머스3사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사라졌다. 이제 전자상거래시장에서 공룡들과 정면으로 맞붙어 살아남아야 한다.

쿠팡은 직매입 판매에서도 오픈마켓에서도 후발주자다. 그렇다고 기존 업체들에 비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지도 않아 만만치 않은 사업환경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직매입 판매의 경우 다양한 상품구색을 갖추고 경쟁업체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하는 것이 핵심역량이다. 쿠팡은 아직 물류 상품구성(MD) 역량이 대형마트 사업자들에 미치지 못한다. 쿠팡이 로켓배송이라는 차별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지만 대형마트와 오픈마켓도 배송서비스를 강화하는 추세라 배송경쟁력을 더이상 내세우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는 내년에도 최저가 경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어 출혈경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배송 외에 다른 차별점을 내세우지 못한다면 시장에서 도태될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쿠팡은 딱히 경쟁대상을 상정해 두고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며 “쿠팡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오픈마켓과 직매입 판매를 통해 고객경험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 쿠팡의 양날의 검, 로켓배송

김범석 대표는 2010년 8월 자본금 30억 원으로 쿠팡을 설립했다. 설립 첫 해 월 거래액은 2억 원에도 못 미쳤으나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거래액이 3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범석, 쿠팡 생명줄 '자금 곳간' 다시 채울 수 있나  
▲ 쿠팡의 자체 배송서비스 '로켓배송'.
김 대표는 소셜커머스의 최저가경쟁이 이어지자 ‘로켓배송’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제품가격이 하향평준화하면서 배송을 차별화해 경쟁업체를 따돌리겠다는 것이다.

쿠팡은 2014년 업계 최초로 수도권 중심으로 직접배송을 실시하면서 배송시간을 24시간으로 단축하고 고객편의를 배려한 세심한 배송서비스로 호평을 받았다.

쿠팡은 로켓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뒤 2014년 매출 3485억 원을 거뒀다. 전년 478억 원보다 7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2015년 매출은 1조1338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적자도 2013년 2억, 2014년1215억, 2015년 5440억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김 대표는 누적되는 적자에도 불구하고 로켓배송을 지속적으로 확대했다.

김 대표는 “지금 엄청난 적자를 보면서도 쿠팡맨을 채용하고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도전”이라며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초기에 적자를 내며 사업했지만 두 회사 모두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결과적으로 초기적자는 투자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시장의 규모를 간과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아마존은 북미라는 대규모시장을 바라보고 대규모 물류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했고 단순히 배송에서만 차별을 둔 것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콘텐츠도 함께 제공해 성공을 거뒀다"며 "그러나 쿠팡이 아마존과 같은 투자를 하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류재현 미래에셋대우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미국이나 중국보다 밀집도가 높은 한국 수도권에서도 수익이 쉽게 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효율성이 낮은 자체물류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로켓배송의 배송원가는 6천~7천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문 택배기업의 건당 배송비는 2천 원 수준이다. 오픈마켓과 티켓몬스터, 위메프 등은 기존 택배업체들을 이용해 배송하고 있다.

◆ 적자는 쌓여가는 데 자금유치 소식은 감감

허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쿠팡이 로켓배송을 바탕으로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으며 외형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 미확보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파악했다.

적자는 쌓여가고 물류투자도 끝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쿠팡의 신규투자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해 6월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300억 원) 투자를 받았는데 그 뒤로 더 이상 투자를 받지 못하고 있다.

  김범석, 쿠팡 생명줄 '자금 곳간' 다시 채울 수 있나  
▲ 김범석 쿠팡 대표.
쿠팡은 수익구조가 안정화하지 않은 만큼 ‘투자금’은 버틸 수 있는 체력이자 생존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다.

쿠팡이 지난해 낸 적자가 5천억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소프트뱅크에서 받은 투자금도 곧 바닥을 드러낼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은 배송·물류 인프라에 대규모 투자를 하면서 적자를 냈는데 최근 이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모양새”라며 “아마도 새로 투자를 받지 못하면서 이전처럼 공격적으로 투자하기 힘들어 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2017년까지 물류센터를 짓고 쿠팡맨을 채용하는 등 로켓배송 확대에 1조5천억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3500여명인 쿠팡맨을 연말까지 5천 명으로 늘린 뒤 2017년까지 매년 5천 명씩 뽑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쿠팡맨은 5천명은커녕 3600명에 불과하다.

김 대표는 유동성 위기의 가능성을 고려한 듯 적자 줄이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네이버와 쇼핑제휴를 중단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0월 사전예고도 없이 9800원 이상 구매하면 이용할 수 있던 로켓배송 무료이용 기준금액을 1만9800원으로 올렸다.

쿠팡 관계자는 “네이버와 쇼핑제휴를 중단한 것은 온라인 마케팅 전략에 변화를 주는 과정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다고 생각돼 제휴를 중단한 것”이라며 “로켓배송의 경우도 무료 이용 기준액 인상시점이 되었다고 판단해 올린 것이며 적자를 의식해 취한 조치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외부 투자유치와 관련해 “지난해 유치한 투자금이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지금은 신규자금 유치를 크게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백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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