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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삼성 사장, 안현수 귀화 불똥

김디모데 기자 Timothy@businesspost.co.kr 2014-02-13 08:4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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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경영기획총괄 사장이 ‘억울하게’ 입길에 오르고 있다. 김 사장은 대한빙상경기연맹 회장을 맡아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번에 러시아에 귀화한 빅토르 안(안현수)이 쇼트트랙 메달을 딴 것을 계기로 그의 귀화를 부른 빙상연맹 내부의 파벌싸움에 대한 비난이 일면서 그 불똥이 김 사장에게 튀고 있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이 1조 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가뜩이나 실적도 부진한 상태여서 울고 싶은 데 빰 맞는 격이다.

  김재열 삼성 사장, 안현수 귀화 불똥  
▲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자 빙상연맹 회장

박근혜 대통령은 13일 러시아 국가대표로 소치 동계올림픽에 출전한 빅토르 안을 언급하면서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세우기, 심판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경기도 안산시 서울예술대학교에서 열린 2014년도 교육ㆍ문화 분야 업무보고에서 “러시아에 귀화한 안 선수는 쇼트트랙 선수로서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렇게 말했다.

빅토르 안은 지난 10일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출전해 러시아 사상 첫번째로 쇼트트랙의 메달을 안겼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빅토르 안은 긴장스럽고 경쟁이 치열한 곳에서 진정한 올림피언의 자질을 보여줬다. 가장 흥미롭고 멋진 스포츠에서 러시아를 훌륭하게 대표해줬다”고 극찬했다. BBC 러시아판은 “그는 더 이상 안현수가 아니었다. 러시아 팀에게 메달을 안긴 빅토르 안이었다. 아이스버그 경기장을 찾은 러시아 팬들은 그의 동메달에 크게 환호했다”고 보도했다.

빅토르 안의 메달 획득을 계기로 그의 귀화에 대해 동정 여론과 함께 귀화 빌미를 제공한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대해 비난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업무보고에서 ‘구조적 난맥상’을 거론한 것도 사실상 빙상연맹을 겨냥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실제로 빙상연맹에서 한체대-비한체대 파벌다툼은 뿌리도 깊고 갈등의 골도 깊다. 특정인사가 빙상연맹을 장악해 쥐락펴락하면서 전횡을 하고 있어 선수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비판도 줄기차게 나왔다.

빙상연맹 회장이 바로 김재열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다. 그는 2011년 3월부터 빙상연맹 회장에 취임했다. 김 사장은 고 김병관 동아일보 회장의 아들이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사위이다. 김 사장의 부인인 이서현 삼성에버랜드 패션부문 사장이다.

김 사장은 빙상연맹 운영에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빅토르 안의 아버지 안기원씨도 귀화의 책임을 놓고 빙상연맹을 강하게 비판해도 김 사장에게는 그 책임을 묻지 않았다. 안씨는 “김 회장이 연맹 운영에 직접적인 개입은 안한다”고 말했다. 사실 스포츠협회 회장 자리는 명예직이다. 기업으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유력한 기업인들을 회장 자리에 앉힌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인터넷을 중심으로 김 회장에게 빙상연맹에 대한 조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늬만 회장인가” “회장은 빙상연맹을 그냥 둘 것인가” “빙상연맹을 맡고 있는 김 회장이 삼성 가문인데 왜 빙상연맹 파벌갈등을 방치하나” 같은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김 사장이 소치 동계올림픽 선수단장을 맡아 소치 현지에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모습들이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이런 요구들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기업 이미지를 고려하면 어떤 형태든 조처가 필요한 상황에 처해 있는 셈이다.


  김재열 삼성 사장, 안현수 귀화 불똥  
▲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 대표로 동메달을 딴 빅토르 안(안현수)

빅토르 안은 빙상연맹의 파벌다툼에 휘말리면서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했고 대표선발에서 불이익을 겪었다고 한다. 결국 그는 2011년 러시아 귀화를 선택했다. 귀화 당시에도 귀화 자체보다는 오히려 빙상연맹에 대한 비난이 강했다. 

빅토르 안의 아버지인 안씨는 지난 6일 TV에 출연해 러시아 귀화 당시 빙상연맹에서 아무도 붙잡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이전에 1월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위관계자 한 사람에 의해 빙상계가 좌지우지 된다고 말했다. 안 씨는 “모든 연맹에 관여하시는 분들이 다 이 사람의 라인”이라며 “연맹이 변화가 없으면 막내아들도 외국에 보낼 것”이라고 했다.

빙상연맹의 운영이 파행적이라는 사실은 여러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쇼트트랙 대표선발전에서 ‘짬짜미’ 순위조작을 한 것이 알려져 선수들이 징계를 받았다. 2012년 자신이 지도하던 여자선수를 성추행해 물의를 일으킨 코치가 이번 소치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국가대표팀 코치로 버젓이 발탁되기도 했다.

특히 빙상연맹이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9년째 회장을 맡고 있는 대한양궁협회와 비교되는 일도 잦아 김 사장으로는 더욱 뼈아플 것 같다.

대한양궁협회는 철저히 실력 위주로 대표를 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나라의 견제 속에서도 한국 양궁이 30여년 동안 세계 최강의 자리를 놓지 않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파벌이나 밀어주기 등은 전혀 없으며 올림픽 챔피언이라 해도 대표 선발전에서 다른 선수들과 똑같이 경쟁한다.

오직 랭킹전 성적과 훈련 성적으로만 대표를 선발하다 보니 올림픽 챔피언이 대표에서 탈락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와일드 카드로라도 올림픽 챔피언을 뽑아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결국 거부되기도 했다. 한국 양궁은 1988년 서울올림픽부터 2012년 런던올림픽까지 7번의 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28개 금메달 중 19개를 쓸어 담았다.

한편 삼성엔지니어링은 2013년 매출액 9조8,063억원을 기록했으나, 1조280억원 적자를 냈다. 매출도 전년 대비 14.3% 줄고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회사 측은 수주감소로 연간 매출이 감소했고 해외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해 손익도 적자로 돌아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2014년을 ‘재도약의 원년’으로 삼아 내실경영을 통한 경영정상화에 주력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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