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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귀한 구글과 MS의 창업자, 무엇을 보여줬나

이계원 기자 gwlee@businesspost.co.kr 2014-08-19 21:5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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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귀한 구글과 MS의 창업자, 무엇을 보여줬나  
▲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왼쪽)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기술고문

외국에서도 기업이 위기에 빠지면 일선에서 물러나 있던 창업자들이 복귀하기도 한다.

특히 IT기업의 경우 환경이 급변하기 때문에 빠른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그런 만큼 위기 때 결단력을 기대하며 창업자의 복귀를 환영하기도 한다.

창업자가 복귀한 뒤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은 대표적인 경우가 구글이다. 래리 페이지가 돌아온 뒤 구글은 거침없는 행보로 옛 구글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야후의 제리 양은 위기 때 복귀를 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다시 물러나기도 했다.

올해 초 빌 게이츠도 마이크로소프트로 다시 돌아왔다. 나델라 CEO 체제에서 병풍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나델라의 MS는 예전과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빌 게이츠가 복귀했을 때 나델라와 협조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아직 그런 징후는 없다.

◆ 돌아온 래리 페이지, 의사결정 속도 불붙다

구글 창업자 래리 페이지는 2011년 CEO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에릭 슈미트에게 CEO를 맡긴 지 정확히 10년 만이다. 2001년부터 구글을 경영하던 에릭 슈미트는 회장으로 물러났다.

구글은 2010년 불어닥친 페이스북 돌풍으로 위기를 맞았다. 페이스북의 약진 속에 구글의 성장동력이 멈췄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구글의 주 수입원인 인터넷을 통한 광고수익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었다.

이 때문에 페이지는 ‘페이스북 견제’를 위해 구글에 복귀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페이지는 경영에 복귀하면서 “기업은 규모가 커질수록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이런 과정을 자연스럽게 여긴다”고 지적했다. 몸집이 커질수록 변화하지 않고 정체되어 가는 것을 구글의 가장 큰 문제로 여겼다.

페이지의 복귀를 두고 당시 업계는 의견이 엇갈렸다. 구글의 한 관계자는 페이지가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 빠르고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며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페이지가 직원이 2만 명이 넘는 ‘공룡기업’ 구글을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바꾸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제리 양 야후 창업자가 2007년 야후에 돌아왔지만 실망감만 안겨준 전례도 있던 터였다.

그러나 페이지는 복귀 3개월 만에 이런 의구심을 말끔히 해소했다. 그는 1998년 구글 창업 때 버금가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페이지는 복귀하고 3개월 만에 매출과 순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36%씩 늘어난 성적표를 내놓았다. 구글 주가는 이런 실적을 발표한 당일 하루만에 12%가 올랐다. 페이지가 CEO를 맡은 후 급락했던 하락분을 단박에 만회했다.

페이지는 복귀 1년째 되는 날에 ‘벤처정신을 잃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위험이 작은 프로젝트보다 엄청나게 야심찬 목표를 가진 프로젝트가 진척시키기 더 쉽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최고의 인력은 언제나 가장 큰 도전에 뛰어들기를 원한다”고 강조했다.

페이지는 복귀 후 1년 동안 페이스북에 대응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구글플러스, 구글맵스, 동영상서비스 유투브 등을 광범위하게 확산시켰다.

페이지는 복귀한 지 3년 만에 무인자동차와 구글글래스를 내놓았다. 올해 상반기에만 42억 달러를 들여 32개 알짜기업을 공격적으로 인수합병했다. 그는 “매년 주기적으로 놀라운 뭔가를 새로 작업할 것”이라고 말했다.

페이지는 전 세계 10억 인구가 사용할 정도로 구글의 몸집이 커졌는데도 여전히 ‘야망’을 강조한다. 그는  “회사가 실패하는 이유는 야망이 없어서”라고 말했다.

◆ 충실한 조언자 역할 자처한 빌 게이츠

빌 게이츠는 지난 2월 5년 만에 마이크로소프트에 깜짝복귀했다. 그는 새로 CEO에 오른 나델라와 함께 돌아왔다.

게이츠는 MS에서 제품개발 부문에서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는 “나델라 CEO 앞에서 필요한 조언만 할 것”이라며 “오랜 시간 현업에서 벗어나 있었기 때문에 직접 구체적인 뭔가를 하기보다 회사 장기비전을 세우는 역할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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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티야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CEO
게이츠가 복귀한 지 6개월째인 지금 마이크로소프트는 ‘나델라 CEO 체제’로 순항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코터 인터내셔널은 얼마 전 “나델라의 모바일 우선 클라우드 우선 전략이 현실화되고 있다”며 “게이츠에게도 나델라가 그에게 원하는 위치를 명확히 알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애초 게이츠가 복귀할 때 나델라 CEO와 원만한 관계를 구축할 것인가에 관한 우려가 컸는데 이런 우려가 상당 부분 불식된 셈이다.

나델라는 조직의 군살을 빼기 위한 고강도 구조조정을 하는 등 게이츠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행보를 보이고 있다.

게이츠의 복귀는 20여년 동안 PC 소프트웨어를 독점한 MS가 최대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이뤄졌다. MS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주도권을 구글과 애플에게 완벽히 내줬다. 더구나 구글이 PC에서도 크롬 운영체제를 무료로 내놓으면서 MS는 더욱 설 곳을 잃어갔다.

이런 상황에서 게이츠가 복귀했지만 환영보다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컸다. MS가 나아갈 방향을 놓고 게이츠가 창업자 특유의 영향력을 발휘할 경우 나델라가 소신을 펼칠 수 없을 것이라는 염려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주주는 “직원들은 회사경영의 주체를 두고 혼란을 겪을 것”이라며 “이사회가 모든 경영과정을 면밀하게 감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언론들도 회의론에 섰다. 뉴욕타임스는 “6년 동안 저개발국 화장실 개선과 백신 보급만 생각해온 빌 게이츠가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모바일의 부흥을 예측하지 못한 사람이 MS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게이츠는 20여년 전 저서에서 “컴퓨팅 기술의 진전 속에서 이전 시기의 업계 리더는 다음 시기의 업계 리더가 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게이츠가 MS에 복귀했지만 게이츠가 전면에 나서기보다 다음 리더의 활약을 위해 '충실한 고문' 역할을 자처한 것이 오히려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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