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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박근혜 '강요'에 현대차 품질경영도 내려놓아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1-21 16:4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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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박근혜 '강요'에 현대차 품질경영도 내려놓아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월27일 광주과기술원에서 열린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센터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배신자 낙인 각오했다, 뿌리부터 바꿔야 산다.”

현대차의 세타2 엔진의 품질결함 의혹을 제기했다 해고된 김모 부장이 10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그는 회사가 심각할 정도로 많은 결함을 정부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축소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내부적으로 여러 차례 문제를 제기했으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엔지니어로서 양심 때문에 제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부장은 회사자료를 무단으로 유출하고 명예를 실추했다는 이유로 현대차에서 해고됐고 지난 18일 법원으로부터 비밀정보를 공개하지 말라는 결정을 받았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의 품질결함 의혹을 제기하지 못하도록 김 부장을 상대로 가처분신청을 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여 KD코퍼레이션이라는 회사로부터 제품성능 테스트나 입찰 등 기본적 절차조차 거치지 않고 수의계약 방식으로 제품을 납품 받은 사실이 검찰의 최순실 게이트 수사결과 드러났다.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동창생 부모가 운영하는 회사인데 커넥션의 고리가 보통 복잡한 게 아니다. 도식화하면 이렇다. 정씨 동창생 부모 이모씨(KD코퍼레이션)->최순실씨->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박근혜 대통령->안종범 전 수석->정몽구 회장.
 
현대차그룹에 약 10억6천만 원 상당의 원동기용 흡착제를 납품하도록 한 대가로 최씨가 이씨로부터 받은 것은 1천만 원짜리 샤넬백 1개와 현금 4천만 원이었다. 

박 대통령이 이런 일에까지 나섰다는 것도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정몽구 회장의 글로벌 품질경영에 비춰볼 때도 한참 벗어난 일탈이라 더욱 씁쓸하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차은택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광고를 몰아준 의혹도 불거져 있는데 이번 일로 그동안 그토록 자랑해온 품질경영을 스스로 무너뜨린 꼴이 되고 말았다.

더욱 더 한심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변명이다. 현대차그룹은 “청와대의 요구를 무시하기 어려웠다”면서도 “효율성이 높고 비용을 낮출 수 있는 좋은 기술을 가졌다”고 변명했는데 정권의 비위를 맞추느라 성능테스트도 거치지 않고 부품을 공급받았다면 안전성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현대차는 최근까지도 품질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현대차는 지난해 6월 싼타페 차량 일부 조수석 에어백에서 작동결함이 발견됐는데도 1년3개월 동안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국토부는 현대차가 차량결함에 대해 제때 적법절차를 취하지 않은 것을 적극적 은폐행위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으며 검찰은 최근 수사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세타2 엔진 제작결함과 관련해 조사도 받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 세타2 엔진이 장착된 2011~2012년식 쏘나타 모델이 리콜 판정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같은 엔진을 탑재한 모델 안전성 논란이 불거진 탓이다.

  정몽구, 박근혜 '강요'에 현대차 품질경영도 내려놓아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근 현대차그룹에서 불거진 악재들이 별개의 일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뿌리는 하나다.

정몽구 회장은 품질경영을 경영철학으로 앞세워 부품 하나에도 문제가 생기면 임직원들에게 가차없이 책임을 묻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정 회장이 스스로 협력업체 리스트에도 들어있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인지도나 기술력이 검증되지도 않은 업체로부터 부품을 받으라고 지시한 것이다. 정 회장은 2014년 서울 모처에서 박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안 전 수석의 부탁을 받은 뒤 이에 적극 협조했다고 한다.

정 회장 입장에서 요구에 불응하면 세무조사나 정부 인허가사업에서 불이익을 당할 것을 염려해 내린 결정일 수 있다.

그러나 정권의 눈치를 보느라 부품업체 선정조차 정당한 절차를 밟지 않고 만약 품질에 문제가 생기면 이를 감추기에 급급하는 식의 구시대적 경영방식으로 글로벌기업들과 세계시장에서 경쟁에서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

인디언 속담에 “그렇게 될 것은 결국 그렇게 된다(What must happen will happen regardless)”란 말이 있다.

내부제보자의 입을 막고 제작결함이나 납품비리를 감추고 덮으려 해도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마련이란 얘기다.

정몽구 회장이 이번 사태를 뼈아픈 자성의 계기로 삼아 악습의 고리를 끊어내고 뿌리부터 바꾸려하지 않는 한 품질경영을 아무리 강조한들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어내기는 힘들 듯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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