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박근혜 대통령. |
박근혜 대통령이 사면초가에 빠졌다. 검찰수사와 특별검사 수사, 탄핵과 퇴진압박에 둘러싸였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의 공범으로 지목돼 빠져나갈 구멍이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상 전 청와대 비서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에 대해 공범관계에 있다고 보고 박근혜 대통령을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현재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대통령이 피고인의 범죄사실과 관련해 상당부분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헌법 제84조에 규정된 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 때문에 기소할 수 없지만 수사를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확인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70억 원을 K스포츠재단에 낼 것을 요구하고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에게 최씨가 운영하는 광고회사에 일감을 주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황창규 KT 회장에게 최씨가 추천한 인사를 채용하도록 청탁한 사실도 드러났다.
헌정 사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박 대통령이 피의자로 전환된 이상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는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대통령이 이번주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는데 조사 일정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않았다”며 당장 강제수사로 전환하지는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대통령은 그동안 검찰조사를 미뤄왔다. 대국민담화에서 검찰조사를 받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 국회에서 특검을 합의하면서 굳이 검찰조사를 서둘러 받을 필요가 없다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검찰이 최씨 등을 기소하는 공소장을 보고 대응책을 세우겠다는 전술로도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이 박 대통령을 공범으로 명확히 규정하면서 박 대통령은 운신의 폭이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검찰조사에 응할 경우 직무수행도 어려워질 가능성도 높다.
물론 박 대통령이 수사를 받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규정한 만큼 강제수사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은 불소추권이 있지만 불체포권은 없다는 해석도 우세하기 때문이다.
검찰조사를 피해도 특검이 박 대통령을 정조준할 것이라는 보인다. 야당 추천인사인 특검에 의한 수사로 전환될 경우 대통령에 대한 수사의 강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벌써 세월호 참사 당시 7시간 미스터리 행적에 대한 조사도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인사권자인 박 대통령이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역시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에 대한 신뢰가 바닥에 떨어져 박 대통령을 옹호할 세력을 만들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두차례 대국민사과를 했다. 하지만 이번 검찰의 발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거짓말을 한 셈이 된다.
10월25일에는 “최순실씨가 대선 때 연설, 홍보분야에 도움을 줬고 취임 후에도 일정기간 의견을 들었지만 청와대 및 보좌체제가 완비된 후 그만 뒀다”고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정 전 비서관의 기밀 유출이 취임부터 올해 4월까지 지속됐다고 적시했다.
11월4일에는 더 나아가 법을 어긴 것은 최순실씨 등이 저지른 일로 박 대통령은 확인하지 못한 잘못만 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말을 했다.
박 대통령은 “국가 경제와 국민 삶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바람에 추진된 일이었는데 그 과정에 특정 개인이 이권을 챙기고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하니 너무나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개인적 인연을 믿고 제대로 살피지 못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에게 엄격하지 못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검찰은 최씨의 거의 모든 혐의가 대통령과 공모관계에 있다고 규정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내놓은 변명을 검찰이 사실상 뒤집어버리면서 앞으로 박 대통령의 대응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말을 해도 더 이상 신뢰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정국혼란 등을 우려해 박 대통령 탄핵에 부정적이었던 여론도 돌아설 가능성이 커졌다.
박 대통령은 최근 들어 국정운영을 재개하는 등 정국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 인간힘을 썼으나 이번 검찰 중간발표로 탄핵의 궁지에 몰리고 말았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