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게 웹툰은 우리 서비스에 찾아오게 만드는 동기부여 의미가 있는 것이지 수익모델은 아니다. 웹툰에 익숙한 독자를 만들어내고 저변을 확대시키는 것이 목표다.”

김상헌 네이버 사장은 지난해 열린 NHN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웹툰이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다.

현재 웹툰의 양대축을 이루고 있는 네이버와 다음은 웹툰을 산업이 아닌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많은 웹툰을 무료로 제공한다. 두 포털의 이런 접근방식은 결과적으로 뚜렷한 수익모델이 없는 지금의 웹툰시장을 만들었다.

처음 웹툰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한 10여 년 전부터 지금까지 포털에서 웹툰은 트래픽을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 직접적으로 수익을 안겨주지 못한다.

웹툰시장은 대부분 무료인 탓에 정확한 시장규모도 알 수 없다. 어느 웹툰이 얼마만큼의 수익을 창출해내는지,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작가가 그 대가로 얼마의 보수를 받는지 정확하게 수치화되지 않고 있다.

만화책을 직접 구매하면서 판매량과 판매수익이 그대로 드러나고 돈의 흐름이 정확하게 보이던 과거와 대조적이다.

그러나 웹툰이 지금과 같이 주먹구구식의 수익모델을 유지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투명하고 정확한 수익모델이 만들어져야 작가들의 창작욕이 고취되고 경쟁력도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이 산업으로 발전하려면 정확한 돈의 흐름이 파악되는 것이 우선이다.

◆ 광고에 의존하는 네이버 웹툰

네이버가 무료웹툰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광고 때문이다. 방송국이 시청자에게 직접 돈을 받는 방법이 아닌 광고를 판매해 돈을 버는 것과 같은 이치다.

네이버는 웹툰을 통해 인터넷에서 대량의 트래픽을 유발한다. 이 때문에 광고노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지금의 사업모델이 자연스럽게 자리잡았다.

웹툰 작가는 네이버와 맺은 계약에 따라, 또는 자발적으로 웹툰을 네이버에 올린다. 계약을 맺으면 원고료를 받지만, 자발적으로 등록한 경우 원고료를 받지 못한다.

네이버는 이들이 올린 작품을 소비자가 볼 수 있도록 게시하고 소비자는 무료로 웹툰을 이용한다. 네이버는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상업적 광고를 싣는다.

네이버는 광고주로부터 광고가 노출될 때마다 지정된 금액을 받는다. 웹툰 코너에 게재되는 광고는 일반적으로 1천 회 노출 당 1천 원에서 1500원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네이버는 만화가의 인지도와 활동경력, 작품의 내용 등과 함께 광고노출 효과를 종합적으로 예측하여 원고료를 지급한다.

이렇게 웹툰시장은 과거 출판만화시장이 최종소비자의 책 구매비용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것과 달리 광고주의 광고비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 때문에 포털이 웹툰을 통해 얻은 이익은 수치화할 수 없다. 단지 홍보효과만 고려된다.

◆ 불투명한 원고료

웹툰 작가들이 수익을 얻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원고료를 받거나 2차 창작물로 판권수입을 거두는 것이다.

포털은 웹툰작가에게 자체 판단한 기준을 적용해 원고료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 원고료 책정기준 등은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허영만 작가는 포털업체가 만화가들에게 주는 몫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만화가들의 생활이 참 옹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생’의 윤태호 작가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 그는 “윤태호 작가 정도면 웹툰업계에서 특A급인데도 작업실에 가보면 20평도 안 되는 곳에서 6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며 “그런 곳에서 만화의 꿈이 절대 클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웹툰이 하나의 산업이 되려면 보상체계가 명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어떤 분야든 선두주자는 그에 합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포털이 무료로 웹튼을 제공하는 상황에서 웹툰작가들은 원고료에 대한 정당한 요구를 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유명작가조차 정당한 요구를 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해 “포털이 수익원의 지표로 활용되는 콘텐츠 트래픽을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작가들조차도 작품의 트래픽이나 수익현황을 확인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네이버는 “트래픽에 따라 작품이 평가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미 네이버 웹툰에 평점과 평점을 매긴 사람의 수가 표기된다. 이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웹툰을 봤는지 어느 정도까지 파악이 가능하다. 또 네이버 웹툰은 인기순위도 공개하고 있다.

웹툰작가들은 연재가 종료되면 그나마 받던 원고료도 끊긴다. 다시 연재를 시작할 때까지 수입이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한 웹툰작가는 “웹툰작가가 장기적으로 수입을 확보할 방안이 마련돼야 좋은 콘텐츠 생산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기 위해서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원고료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강풀의 만화 '26년'과 영화 '26년'의 포스터

◆ 2차 창작물 판권에 의지

다수의 웹툰 작가들이 작품 속 캐릭터나 설정을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2차 창작물을 내고 있다. 이를 통해 판권으로 수익을 얻는다.

특히 영화판권은 그동안 여러 웹툰작가에게 많은 수익을 안겨다 줬다. 가장 대표적 인물이 2003년 다음 ‘만화속세상’에서 연재를 시작한 강풀 작가다. 그가 그린 웹툰은 ‘아파트’부터 시작해 ‘26년’까지 대부분 영화로 만들어졌다.

그가 판권으로 얻는 수입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국내 만화의 판권가격은 최소 5천만 원 정도라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현재도 다수의 영화제작사들이 웹툰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촬영이 진행중인 영화나 드라마도 여럿이다. 판권은 200만 원부터 1억 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밖에 TV드라마, 오디오드라마, 게임 판권 등으로 수입을 얻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 광고에 웹툰이 사용된 사례는 매우 많다.

그러나 2차 창작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작가들은 많지 않다. 어느 정도의 성공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 다양한 수익모델 제시하기 시작한 포털

지난해 허영만 작가를 시작으로 웹툰의 수익모델에 대한 비난이 이어지자 포털들이 자구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네이버와 다음이 수익다각화 모델을 선보였다.

네이버는 지난해 만화가의 수익다각화를 위한 PPS(Page Profit Share)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콘텐츠 유료 판매’와 ‘텍스트형 광고’가 지난해부터 가능해졌다. 사전협의를 통해 참여를 희망한 작가의 작품은 유료로 판매되기 시작했다. 가격은 작가들이 직접 결정했고 매출의 70%가 작가수익으로 돌아간다.

작가들은 웹툰 페이지 하단에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를 붙일 수 있다. 웹툰을 활용한 파생상품을 노출시키는 등 원고료 외에 추가수익을 만들 수 있게 된 것이다. 네이버는 이 모델을 통해 한 달에 7800만 원 가량의 수익을 올린 작가가 있다고 밝혔다.

다음은 2011년 7월부터 업계 최초로 연재종료작품 유료화를 진행했다. 작품이 끝난 작가의 경우 원고료 수입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가장 먼저 수익모델을 찾은 것이다.

작년 7월 ‘웹툰마켓’을 정식으로 오픈했다.

연재가 종료됐거나 연재중이더라도 오프라인 단행본으로 출간된 분량은 유료서비스 대상이다. 유료화나 가격책정은 전적으로 작가들의 선택에 따라 진행된다.

강풀의 ‘순정만화’, ‘아파트’ 등을 포함해 100여 편이 유료로 제공되고 있다. 창작자는 매출의 90%를 지급 받는다.

그러나 아직은 웹툰의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10년 동안 무료로 제공해 온 웹툰이 유료가 되는 데에 독자들의 거부감이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 더구나 이미 불법다운로드 시장에서 웹툰이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료서비스 모델의 성공은 불투명하다는 비판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