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인 경복궁 옆 특급호텔 건립은 이뤄질 수 있을까?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비스업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대한항공이 경복궁 옆에 건립하려는 특급호텔의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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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조양호 회장은 박 대통령에게 직접 규제완화를 요청할 만큼 심혈을 기울였던 사업이 드디어 성사될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12일 내수진작과 일자리창출을 목표로 하는 서비스업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는 조양호 회장이 특히 관심을 쏟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그것이다.
최 부총리가 발표한 관광진흥법 개정안에 “학교보건법상 건립을 불허하는 관광호텔의 경우 유해시설이 없으면 허용한다”는 특례조항이 들어 있다.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학교보건법상 숙박업소 등이 들어설 수 없는 학교주변 50m 지역에도 호텔을 지을 수 있게 된다. 이 법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이는 대표적 사례가 송현동에 건설할 예정인 대한항공의 특급호텔이다.
대한항공은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를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2900억 원에 매입한 뒤 특급호텔을 포함한 복합문화센터로 개발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곳은 덕성여중고, 풍문여고와 인접한 절대적 정화구역이어서 호텔을 건립할 수 없었다. 대한항공은 관할교육청인 서울중부교육청과 소송도 불사했으나 패소하면서 호텔 건립은 지금까지 막혀 있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3월 규제개혁회의에서 학교주변 호텔건립 제한에 대해 “현실에 맞지 않는 편견으로 일자리 창출을 막는 것은 죄악”이라며 규제철폐 의지를 내보이자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말 관광호텔업에 관한 학교환경위생정화위원회 심의규정안을 훈령으로 제정했다. 훈령의 내용은 100실 이상 객실을 보유한 호텔건립에 대해 사업설명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은 “훈령이 제정되면 송현동 대한항공 호텔건립은 물론 학교주변에 호텔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날 것”이라며 “관광호텔업을 예외로 심의규정을 제정하는 것은 대한항공 특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교육부 훈령 제정과 개정안 발표 등 전방위적인 압박으로 관련 법 제정 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
하지만 개정안이 통과한다 해도 최종 인허가권을 지닌 서울시가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 호텔건립은 불가능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송현동 호텔건립에 대해 “학교가 밀집한 지역에 호텔 세우는 것이 적절한지 사회적 합의를 모아야 할 것”이라며 부정적인 뜻을 내비친 적이 있다.
황우여 교육부 장관도 이달 초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교육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시설을 금지하는 정화구역제도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학교 주변 관광호텔은 국민정서를 고려해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과 황 장관의 말은 반대의사를 내비친 것 같지만 한편으로 여론의 추세에 따라 건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다.
경제살리기라는 국정과제에 힘이 실리며 어느 때보다도 규제개혁 의지가 높아진 시점이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무리하게 추진하기보다 법 개정 과정과 여론의 변화추이를 살피며 지자체와 교육당국 설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송현동 호텔 건립은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에게도 힘이 될 수 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 기내서비스 부문과 호텔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호텔사업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대표를 맡고 있다. 조 부사장이 사업역량을 확대하기 위해 송현동 호텔건립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