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존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현대기아차가 북미전략을 놓고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 미국과 중국에서 모두 고전할 가능성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미국에서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데 대비해 북미전략 점검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후보의 경제 및 통상정책 등을 점검하고 시장상황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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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
트럼프 당선인은 강도 높은 보후무역주의 공약을 내걸었다. 멕시코와 중국산 수입품에 각각 35%, 4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을 “미국 일자리를 줄이는 협정”이라고 지적하며 개정할 뜻을 밝히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과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의 완성차회사들이 미국보다 중국공략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아닌 다른나라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며 “폴크스바겐이나 현대차가 미국 대신 중국시장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다. 중국 자동차시장은 최근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지 완성차회사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10월 중국에서 자동차 판매는 지난해 10월보다 20%나 늘었지만 현대차 판매량은 1.9% 줄었고 기아차 판매량은 2.9% 느는데 그쳤다. 시장 분위기와는 상반된 모습이다.
중국 역시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워 중국기업 살리기에 나서면서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까지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할 경우 현대기아차는 세계 양대 자동차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이중고에 빠질 위험이 있다.
◆ 멕시코 생산거점 전략 전면수정 필요
트럼프 정부가 향후 멕시코산 수입품에 폭탄관세를 물릴 경우 기아차는 멕시코 생산거점 전략의 전면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이 미국에 수입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으로 관세를 물지 않는다.
기아차는 5월부터 연산 40만 대 규모의 멕시코공장을 가동했다. 멕시코공장 생산차량의 60%를 북미에 수출하고 나머지를 멕시코와 중남미에 공급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멕시코의 싼 임금과 무관세 이점을 적극 활용하려 했던 기아차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GM이 최근 멕시코 엔진공장 가동을 중단시킬 정도로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한 글로벌 완성차회사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기아차는 미국에서 연산 30만 대 규모의 조지아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수출장벽이 높아질 경우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하려던 북미 수출용 차량을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조지아공장은 지난해 26만 대를 생산하면서 멕시코공장에서 생산하려던 북미 수출용 차량을 얼마나 흡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기아차가 멕시코에 생산거점을 마련하면서 부품계열사와 하청회사들과 동반진출한 점도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화할 경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 멕시코공장이 타격을 입을 경우 그 여파가 부품계열사와 하청회사까지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기아차와 동반진출한 회사들은 운명공동체로서 트럼프의 정책 향방에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 미국 자동차 관세부활되면 가격경쟁력 약화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자유무역협정 재협상에 나설 경우 현대기아차는 국내 생산차량의 북미수출에도 악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면서 2012년 3월 2.5%였던 한국산 자동차의 미국 관세는 올해 6월 0%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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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존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138만 대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미국에서 생산된 차량은 77만 대이고 나머지 61만 대는 국내공장에서 생산헤 수출했다.
이를 감안하면 현대기아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중은 56% 수준이다. GM과 포드 등 미국 경쟁사의 현지 생산비중이 80%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는데 크게 못 미친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가 높아지면 현대기아차는 경쟁사와 가격경쟁에서 뒤처지게 된다.
특히 소형차 구매고객은 가격에 민감한데 소형차 위주로 제품군을 형성하고 있는 기아차의 피해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제네시스 차량과 SUV 등 수익성이 높은 차량의 판매비중을 더 늘리기 위해 애쓸 것으로 예상된다.
◆ 일본차와 경쟁에서 환율 수혜볼까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현대기아차에게 그나마 호재가 될 수 있는 것은 환율이다.
원화는 약세를, 엔화는 강세를 나타내면서 미국 내 일본 완성차회사와 경쟁에서 현대기아차가 가격 면에서 우위를 차질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기아차는 최근 미국에서 엔저를 앞세운 일본 완성차회사들과 인센티브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송선재 한화금융투자 연구원은 “환율 측면에서는 기존 전망보다 빠르게 원화강세가 누그러지고 엔화강세는 강화되면서 긍정적”이라면서도 “트럼프의 전반적인 정책기조가 보호무역주의이기 때문에 수출 및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내 완성차업계에 치명적일 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국내 기업에게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주가는 트럼프 당선 이후 크게 떨어졌다.
현대차 주가는 9일 트럼프 당선 소식이 전해지자 전날보다 2.17% 떨어진 데 이어 10일에도 3.37% 하락해 12만9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기아차 주가는 9일 3.01% 하락했고 10일 4.39% 떨어진 4만8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트럼프의 정책기조에 예의주시하며 시장상황에 맞춰 즉각적인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