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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파운드리 독점에 가격 협상력도 절대적, ASML '슈퍼 을' 수성 어려워

김용원 기자 one@businesspost.co.kr 2024-10-17 15: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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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MC 파운드리 독점에 가격 협상력도 절대적, ASML '슈퍼 을' 수성 어려워
▲ ASML이 이른 시일에 TSMC와 내년 EUV 장비 공급 및 단가 협상을 진행한다. TSMC의 파운드리 독점 체제가 강화되며 가격 협상에도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SML 하이NA EUV 장비 사진.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체제를 강화하면서 핵심 장비 협력사인 네덜란드 ASML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인텔 등 다른 고객사의 장비 주문이 축소될 가능성이 커진데다 TSMC의 가격 협상력도 높아져 수익성 확보가 불리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대만 디지타임스는 17일 “ASML의 3분기 실적 부진과 매출 전망치 하향은 업계에 큰 충격을 안겼다”며 “그러나 앞으로도 상당한 난관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ASML이 주력 상품인 극자외선(EUV) 장비 가격 협상에서 최대 고객사인 TSMC를 상대로 불리한 위치에 놓였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업계에서 입수한 정보를 인용해 ASML과 TSMC 경영진이 이른 시일에 내년 장비 구매 계획을 논의하고 공급 단가 협상도 진행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SML은 이미 내년 매출 전망치를 기존 300억~400억 유로에서 300억~350억 유로로 하향하고 매출총이익 전망치도 54~56%에서 51~53%로 낮춰 내놓았다.

재무 악화로 반도체 설비 투자를 축소하고 있는 인텔과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확보에 고전하는 삼성전자 등 고객사의 수요 감소 예측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TSMC는 3나노 미세공정 분야에서 주요 고객사 주문을 사실상 독식하며 첨단 파운드리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연히 ASML 장비 공급 물량에서 TSMC가 차지하는 비중도 커질 가능성이 유력하다. TSMC는 가격 협상에서 이러한 점을 바탕으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ASML은 그동안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협상력 우위를 갖춰 '슈퍼 을'이라는 별명으로 불려 왔는데 이런 지위를 수성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디지타임스는 ASML이 내년 EUV 장비 공급 협상에서 TSMC에 단가를 3~5% 높여 받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TSMC는 대만보다 투자 비용이 높은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지역에 반도체 공장 건설을 늘리고 있어 주요 협력사들이 비용 부담을 낮춰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TSMC 파운드리 독점에 가격 협상력도 절대적, ASML '슈퍼 을' 수성 어려워
▲ 대만 TSMC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
양측의 입장이 서로 반대되는 상황에서 ASML이 다른 고객사들에 실적을 의존하기 어려워진 만큼 TSMC의 요구를 받아들여야만 하는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디지타임스는 “ASML은 EUV 장비를 생산해 공급할 수 있는 유일한 협력사라는 자심감을 두고 있다”며 “그러나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추격 부진은 ASML에 압박을 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TSMC가 첨단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에서 지배력을 키울수록 ASML 입장에서 매우 중요한 VIP 고객사로 자리잡게 되기 때문에 의존도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디지타임스는 “삼성전자와 인텔의 장비 주문 축소는 ASML이 예측하기 어려웠던 일”이라고 바라봤다.

미국 정부의 압박으로 ASML이 주요 시장인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수출하기 어려워진 점도 TSMC에 더욱 기대를 걸어야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결국 TSMC의 장비 주문 물량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려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는 만큼 가격 협상 과정에서 무리하게 인상을 요구하기 어려워진 셈이다.

ASML이 차기 성장 동력으로 앞세우고 있는 하이NA EUV 장비 공급 실적도 자연히 TSMC에 더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인텔이 그동안 고가의 하이NA 장비 구입에 가장 적극적 태도를 보여 왔는데 시설 투자를 대폭 축소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방침도 철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TSMC는 현재 2027년 양산을 계획중인 1.4나노 미세공정부터 하이NA EUV 장비 도입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만큼 공급 시기를 예측하기 어렵다.

16일(현지시각) ASML은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모든 고객사가 하이NA 장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본격적 도입 시기는 기존 예측과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고객사들의 수요는 시장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와 인텔의 파운드리 부진에도 고객 기반을 다양화해 만회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디지타임스는 “ASML은 TSMC가 EUV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약점을 가격 협상 과정에서 공략할 것”이라며 두 회사의 논의 결과는 전 세계 반도체 장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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