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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뉴시스> |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이 마비됐다고 해도 국회 예산안 심사기한이 늦춰지지는 않는다. 11월 말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예산안은 12월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된다.
특히 재계는 법인세 인상을 방어하기에 불리한 조건들이 겹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법인세 인상이 기정사실화될 수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최순실 게이트로 준조세 논란이 커지면서 법인세 인상 논리가 한층 더 힘을 받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 미르·K스포츠 등 6개 민간재단과 펀드·연구소 등에 낸 기업 기부금 액수는 2164억 원에 이른다.
2014년 기준 법정부담금과 사회보험료 등 기업들이 낸 준조세는 58조6천억 원으로 법인세 42조6천억 원을 크게 웃돌았다.
준조세는 세금을 법적 근거에 따라 마련하도록 하는 조세법률주의에 위배된다. 준조세 대신 법인세를 정상화하는 것이 조세를 투명화하고 기업 입장에서도 도움이 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김관영 국민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가 법인세 인상에 소극적인 이유를 알 것 같다”며 “미르처럼 준소세를 기업에 걷는 걸 없애고 법인세를 올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법인세 인상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숨을 죽이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재계에 대한 눈초리가 곱지 않기 때문이다.
전경련과 관련 기업들은 미르와 K스포츠 기부가 강압적이었다며 책임을 피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기업에서 현안 해결 등을 요구한 정황이 드러나며 기업들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기업도 수사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가 직접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 쉽지 않다. 오히려 비난 여론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정경유착 논란이 벌어진 마당에 정치권과 접촉은 더욱이 어려워 더욱 답답할 수밖에 없다.
법인세 인상과 관련해 정부여당의 방어전선은 이미 허물어졌다. 법인세 방어 최전선에 있던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유 부총리는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자리를 넘기고 물러날 날을 기다리고 있으며 이 대표 역시 사퇴요구에 직면해 있다.
여기에 “법인세 인상은 국민증세”라며 반대했던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역시 거국 내각 구성 후 사퇴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나마 후임 경제부총리로 낙점된 임종룡 내정자가 법인세 인하론자라는 점은 재계에 위안거리다. 임 내정자는 2011년 기재부 차관으로 있을 때 법인세 인하를 추진한 실무자였다.
당시 임 내정자는 “세계적으로 세율이 낮아지는 추세”라며 “세금을 낮춰야 투자와 소비 여력이 확대돼 민간경제가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개각안이 국회에서 수용될지는 미지수이고 임 내정자가 경제부총리가 된다고 해도 여소야대 국회에서 얼마나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법인세 인상쪽으로 무게추가 기우는 데는 정세균 국회의장이라는 존재가 있다. 법인세 인상안에 대해 여야 합의가 안 되더라도 국회의장은 예산 부수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로 보낼 수 있는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정 의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세입과 관련이 있는 법인세법 개정안은 당연히 부수법안으로 지정될 것”이라고 예고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새누리당이 정 의장에 대해 사퇴요구와 고발, 국회의장 중립법 등으로 무력화를 시도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10월26일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주최 오찬에서 “예산 부수법안을 의장이 지정해 처리되는 일이 없도록 합의처리해달라”고 당부했다. 표면적으로 여야 합의를 종용하는 말이지만 속내는 합의가 안 될 경우 부수법안을 지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예산정책처가 발표한 2017년 세입예산안 분석보고서도 법인세 인상론에 힘을 싣는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정부가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5년간 법인세가 1조1천억 원 덜 걷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예산정책처는 올해 발간된 2016 경제·재정수첩에서 2014년 법인세 실효세율이 14.2%로 2006년 이후 가장 낮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