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우정 신임 검찰총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취임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의혹 및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관련 수사 미비와
문재인 전 대통령 전 사위를 향한 특혜채용 의혹 수사를 두고 야당의 비판이 거세다.
검찰 내 '친윤(친
윤석열)' 인사로 꼽히는 심우정 검찰총장으로서는 취임 초기부터 정치적 수사를 풀어가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는데
윤석열 정부의 안정과 검찰조직 수호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심 총장이 정권 안정를 위해 편중된 수사를 하게 될 경우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을 비롯한 야당의 검찰개혁에 힘을 실어줄 명분을 제공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에선 사실상의 검찰 해체를 포함하는 검찰개혁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데 정치적 수사에 논란이 커지면 이런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날 본회의를 통과시키면서 대여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국회 문턱을 넘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을 포함해 지난 총선 당시 김 여사가 여당의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 수사까지 포함됐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다면 26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재표결을 추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를 둔 반복되는 거부권 행사에도 ‘후퇴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K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민주당은 10월에 관련법안을 재표결해 통과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1월이든 12월이든 지속해서 시도할 것이다”고 말했다.
앞서 이원석 전 검찰총장 체제에서 법무부 수사심의위원회가 소집되면서 여론을 의식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명품백 수수 의혹을 놓고 김건희 여사를 향한 불기소 처분 권고가 내려지면서 야당의 비판은 거세지고 있는 모양새다.
더구나 수사심의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에게 명품백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최재영 목사의 기소여부를 24일 결정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수사의 형평성과 공정성에 관한 여론에 심우정 총장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검찰이 4년을 미뤄온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도 심 총장 체제에서 결론이 날 공산이 크다.
심 총장으로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주요 혐의자에 대해서 유죄가 내려진 만큼 여론의 법 감정과 법리도 따져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정치적 안정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딜레마에 빠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의 행태가 유죄판결을 받은 전주(돈줄) 손모 씨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어서다. 여론도 김건희 여사 논란에 부정적이어서 심 총장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보인다.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이 MBC의 의뢰를 받아 올해 9월11일부터 12일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 논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국민 62%가 ‘찬성한다’는 응답을 나타낸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30%로 찬성한다는 응답의 절반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 총장이 취임사에서 정밀한 수사를 일성으로 이야기 한 것에서 이런 부분을 둔 고민이 묻어나는 것으로 읽힌다.
심 총장은 “범죄수사는 신속하게 한 치의 빈틈 없이 수행되고 어떠한 외부의 영향이나 치우침 없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서만 결정되어야 한다”며 “신속하고 정밀하게 환부만 도려내는 수사를 통해 국민들이 검찰수사를 믿을 수 있게 하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19일 법무부 차관에 김석우, 대검 차장에 이진동 등을 올리며 심우정 총장 뿐만 아니라 주요 검찰보직에서 ‘친윤 색채’를 강화해 나간 점을 놓고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비롯한 야당의 공세를 막기 위한 방어막을 강화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심 총장은 윤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형사1부장으로 함께 근무했었고 김 차관이나 이 차장도 모두 윤 대통령과 인연을 갖고 있다.
▲ 문재인 전 대통령이 8일 오후 경남 양산 평산마을 사저를 예방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손을 잡고 기념촬영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특혜채용 의혹도 검찰이 야당과 각을 세워야 하는 수사로 꼽힌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전 사위 서모씨가 타이스타젯 임원으로 고용돼 받은 급여 약 2억 원이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 성격을 띠고 있다고 판단하고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는 특히 야당을 하나로 뭉치게 하는 신호탄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심 총장으로서는 까다롭게 느껴질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검찰개혁과도 맞물려 엮일 공산이 큰 이슈이기 때문이다.
조국혁신당은 검찰 조직을 대검찰청과 고등검찰청 폐지, 일선 수사청을 공소청으로 전환하고 검사들을 행정공무원으로 바꾸는 한편, 중대범죄수사청을 만들어 수사권을 준다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검찰개혁 4법’을 내놓고 민주당과 협력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놓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검찰 해체에 해당할 만큼 대대적 수술을 예고하는 법안이라고 평가할 정도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검찰개혁 4법을 두고 연 기자회견에서 “검찰의 탈정치화와 탈권력기관화를 목표로 만든 개혁법안을 통해 검찰권력을 해체하고 되돌릴 수 없는 개혁을 이뤄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전 대통령 관련 수사가 부각되면서 민주당 내에서 친명계와 친문계가 결집해 검찰을 향해 공세를 펼치게 되는 국면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김영진 의원을 주축으로 ‘전 정권 정치탄압 대책위원회’를 꾸려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담당 검사에 대한 탄핵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진욱 전 민주당 대변인은 KBC라디오 ‘박영환의 시사1번지’에 출연해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공동대응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을 이용한 수사권 남용과 정치보복 형태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지속될 여지가 높고 검찰견제 공동전선은 더욱 끈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을 향한 검찰 수사 대응 과정에서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에서 발의한 검찰 개혁 법안에 힘을 싣거나 이와 별도로 사실상의 검찰 폐지 법안을 추진할 공산도 커 심 총장으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통신3사에서 제공받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CATI)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2024년 8월말 행정안전부 인구등록 기준 성별, 지역별, 연령별 가중치(셀가중)가 적용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응답률은 11.6%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