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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재주는 K-방산이 넘고 돈은 해외기업이 벌어, 한국도 MRO 육성해야"

조충희 기자 choongbiz@businesspost.co.kr 2024-09-11 15: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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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무기 유지관리(MRO) 사업이 대한민국에 큰 미래먹거리가 될 수 있습니다."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군 K-MRO 산업 경쟁력 강화 포럼'에서"무기의 생애주기를 보면 도입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30%밖에 되지 않고 나머지 70%는 MRO가 차지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현장] "재주는 K-방산이 넘고 돈은 해외기업이 벌어, 한국도 MRO 육성해야"
▲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국회 의원회관 3세미나실에서 열린 '민군 K-MRO 산업 경쟁력 강화 포럼'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번 토론회는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 한국국방MICE연구원이 공동주최했다.

최근 방산업계의 중요 먹거리로 급부상한 MRO 사업의 국내외 동향과 해결과제를 논의하고 듣기 위해 군과 정부, 국회, 기업 인사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2022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 세계가 국방비 증액에 나서면서 우수한 무기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K-방산을 향한 우호적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폴란드를 중심으로 한 동유럽 국가들이 무장을 강화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는 미국의 중국견제 기조에 따라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 호주, 캐나다 등이 무장에 나서 우리 방산에 호재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미국이 인도태평양 현지 동맹국에 군수정비 허브(RSF)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우리 MRO사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미국 7함대 보급함이 최근 한화오션과 MRO 계약을 맺은 것은 이같은 RSF 사업의 파일럿 프로그램 차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날 토론회에서는 낙관적 전망을 경계하는 시각이 제기됐다. K-방산이 커지는 MRO 사업 기회에 올라타기 위한 여건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날 발표자들의 공통된 견해였다.

방산업계 관계자들은 군이 종래의 유지보수 체계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이같은 MRO 사업의 기회들이 우리보다 발전된 체계를 갖춘 일본과 싱가포르 등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현장] "재주는 K-방산이 넘고 돈은 해외기업이 벌어, 한국도 MRO 육성해야"
▲ 11일 국회에서 열린 '민군 K-MRO 산업 경쟁력 강화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이 10개 남짓한 MRO 관련 기업을 보유한 것과 달리 싱가포르는 작은 국가임에도 130개 가량의 MRO기업을 보유했다. 특히 STA와 같은 싱가포르 기업은 세계 23개국 MRO 사업에 진출해 있다.

조민성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후속지원사업2팀 팀장은 "항공분야를 기준으로 말했을 때 우리 방위산업의 경쟁력은 가격대비 높은 성능과 빠른 납기, 정부의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우리 방위산업의 성장에는 명백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국내 유지보수 예산 부족 △군과 민간의 중복투자 △MRO 전문업체의 부재 등을 꼽았다.

조민성 팀장은 "MRO예산과 역량 부족으로 힘든 기술개발과 수출을 K-방산 기업이 하면 정작 실속은 해외 MRO 전문기업이 챙기는 것이 현실"이라고 짚었다.
 
국내 유지보수 수요는 물론 수출한 무기의 사후지원을 해외 전문업체가 가져가면서 수출협상의 어려움이나 K-방산의 평판 하락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조 팀장은 "태평양 지역 바이어 행사에서 필리핀 국방부 관계자를 만났는데 '후속지원 보장을 못해주는 기종은 고려조차 하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다"며 "또 해외 협력사를 통해 후속지원을 하면 향후 무기의 가동율을 보장해 줄 수 없고 이것이 향후 국제 방산시장에서 K-방산 제품 평판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간이 중심이 된 MRO 체계를 도입해 국내 MRO 전문기업을 육성을 서둘러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방산 수출이 문제가 아니라 당장 우리 군수 시스템부터가 걱정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김주한 현대로템 방산국내사업팀 팀장(상무)은 "최근 국방환경을 살펴보면 저출산 영향으로 전투인력 뿐만 아니라 군수인력도 부족해지고 있다"며 "현장의 군수 조직들을 보면 대부분 인력 티오(T/O)의 70~80% 선에서 가까스로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군 장비의 첨단화에 따라 유지보수를 위한 기술의 난이도와 전문성이 고도화되면서 장비의 유지보수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일반 장병이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점에도 대비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밖에 첨단장비를 수리하고 정비하기 위한 수리부속의 공급망 보급실태를 보면 내부 수요에 견주어 조달율이 54%에 그쳐 첨단장비를 구입만 한채 가동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주한 상무는 "최근 감사원 감사보고서에서 '전차 부품 돌려막기'가 문제가 됐는데 조달 환경이 문제인 것이지 공무원 탓만 해서는 안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하는 정비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군 유지보수 수요를 '아웃소싱'하는 것을 포함해 공급망 변화와 제도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장] "재주는 K-방산이 넘고 돈은 해외기업이 벌어, 한국도 MRO 육성해야"
▲ 김병주 더불어빈주당 최고위원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방위산업 토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김 의원은 원활한 국방정책 논의를 위해 더 많은 국방전문가들이 국회에 필요하다고 말해 현장 참여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선진국에서는 군수분야에 대한 아웃소싱이 일반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전투역량과 직결된 부분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아웃소싱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싱가포르, 캐나다 등은 자체 정비창을 운영하지 않고 민간전담 체제를 가동한다.

김주한 상무는 "이와 달리 한국에는 MRO 전문업체가 없다"며 "군수분야 정비 전문업체 육성이 꼭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같은 기업체 의견에 방위사업청에서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

김선영 방위사업청 방산정책과 과장은 "MRO에 대해 국민적 관심이 높고 방사청 뿐만 아니라 산업부 외교부 등 정부기관들도 모두 MRO에 주목하고 있다"며 "군에서도 정비수요를 민수로 돌리기 위한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방사청은 민간 MRO 역량 확대를 위한 과제로 △정비인프라 확대 △부품 등 공급망 관리 △사업성 충족을 위한 물량 확보 등 꼽고 있다. 또 부품조달에 핵심역할을 하는 중소협력기업의 목소리를 듣고 해외수출을 지원하는 방안 등도 준비하기로 했다.

유용원 의원은 마무리 인사를 통해 "K-방산이 국민이 기대하는 수준의 성과를 거두려면 민관군은 물론 산학연까지 오케스트라처럼 협력할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국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고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 국민의힘에서는 국방이슈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온 주호영, 나경원, 김종양, 성일종 의원을 포함해 이인선, 이헌승, 최은석, 이달희, 최수진 의원 등 많은 인사들이 자리했다. 야당에서는 군 출신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축사를 통해 함께 했다.

정부와 군 관련기관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군수지원사령부, 방사청 실무자들이 함께 했다. 조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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