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전 회장의 부당대출 의혹을 받는 우리은행을 대상으로 정기검사를 앞당겨 진행하기로 하면서 우리금융그룹을 둘러싼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이번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이미 고개를 두 차례 숙였지만 당국의 계속되는 고강도 압박에 실질적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당국의 고강도 압박에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
금융권에서는 임 회장이 지난해 취임 뒤 내부통제 강화를 더없이 강조했지만 대형 사고가 연달아 터진 만큼 계열사 전반에 걸친 인사 쇄신으로 분위기 반전을 꾀할 가능성이 나온다.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전날 우리금융에 10월 정기검사를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애초 내년 진행될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부당대출부터 최근 우리금융의 보험사 인수 관련 사항 등 광범위한 검사를 예고했다.
임 회장은 당장 9월 우리은행장 선임 절차 시작을 앞두고 금감원 정기검사라는 큰 부담을 안게 됐다.
금감원이 지난해 제시한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은행은 적어도 3달 전에는 차기 최고경영자(CEO) 선임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조병규 우리은행장 임기는 올해 말까지로 9월이 꼭 3달 전이다.
우리은행은 현재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따라 수장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데다
이복현 금감원장도 현 경영진 책임을 거론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임 회장은
조병규 행장을 다음 행장 후보자로 포함할지부터 큰 고민이 될 수 있다.
조병규 행장이 다음 행장 후보로 포함된 상황에서 정기검사 도중 추가적 내부통제 문제가 발생한다면 우리은행의 위상에 다시 한번 금이 갈 수 있다.
우리은행뿐 아니라 다른 계열사 사장이 영향권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계열사에서도 손 전 회장 친인척이 부당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금융캐피탈, 우리카드 대상 현장검사에 착수하기로 했다.
박완식 우리카드 대표와
정연기 우리금융캐피탈 대표는
조병규 우리은행장과 마찬가지로 임기가 올해 말까지다.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PE자산운용, 우리FIS 대표는 올해 선임됐지만 우리은행 출신 고위 임원이 선임돼 ‘보은 인사’란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번 부당대출이 수면 위로 드러난 데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 사이의 오랜 계파갈등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도 다수 나오는데 임 회장이 이 부분을 눈여겨 볼 수도 있다.
▲ 우리은행은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생겨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
우리은행은 과거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이 합병돼 생겨난 한빛은행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합병한 지 오랜 기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두 은행 출신 사이 갈등이 남아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장에는 두 은행 출신이 번갈아 앉는 것이 관례처럼 여겨지고 있고 이는 우리금융 핵심계열사인 우리카드도 마찬가지다.
임 회장이 이번 문제의 해법을 계파 척결에서 찾는다면 기존 관례를 깨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임 회장이 계열사 대표뿐 아니라 ‘견제부족’을 지적받은 사외이사진을 놓고 변화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부당대출이 늑장대응이 아니었다는 우리은행의 해명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당시 금감원은 지적 사항 가운데 하나로 우리은행 내에서 사외이사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짚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이미 변화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밸류업 열풍에 따라 우리금융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사외이사진을 구성하고 있는 과점주주 체제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주주인 IMM PE는 주가 상승 이후 우리금융 주식을 매각해 지분율이 올해 들어 5%대에서 1%대로 낮아졌다.
금감원의 이번 정기검사는 무게감이 남다른 것으로 여겨진다.
임 회장이 8월 말 한껏 자세를 낮추고 조사 결과를 겸허히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뒤 조기 진행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임 회장은 당시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히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스스로도 회장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풀이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검사는 주기적으로 이뤄지는 정기검사로 애초부터 진행할 계획이었다”며 “다만 최근 우리은행에 금융사고가 터졌던 만큼 원래 예정돼 있던 검사를 앞당겨 나가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