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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병원은 세계에서 통할까

김희정 기자 mercuryse@businesspost.co.kr 2014-08-08 21:4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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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병원은 세계에서 통할까  
▲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UAE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제

글로벌 진료시대다. 질병치료를 위해 해외병원으로 가는 일이 낯설지 않다.

글로벌 컨설팅업체 맥킨지에 따르면 의료관광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04년 43조 원에서 2012년 109조 원으로 2.5배 성장했다. 삼정KPMG는 2015년 세계 의료관광산업이 14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싱가포르와 태국은 10여 년 전부터 외국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민관이 노력한 결과 세계적 의료관광국으로 손꼽히 정도로 외국인 환자들이 늘었다.

국내병원도 이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외국인환자를 한국으로 유치해오거나 우리나라 병원들이 해외로 나가는 방식이다.

◆ 외국인환자 진료비는 2배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모하메드 왕세제가 지난 2월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했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과 접견을 마치고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해 입원치료중인 UAE환자들을 위로했다.

서울성모병원의 외국인환자 중 가장 돈을 많이 쓰는 환자는 UAE 환자다. 이들이 이용하는 병실은 주로 21층 VIP병실이다. 1인당 평균 6천만 원의 진료비를 지불한다. 5억 원을 낸 환자도 있다.

우리나라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환자는 21만 명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총 4천억 원 가량을 진료비로 지출했다.

1인당 평균 186만 원을 낸 셈인데 지난해 우리나라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연간 진료비 102만 원의 두 배에 가깝다. 외국인환자 중 1억 원 이상 고액을 지출한 환자도 117명이나 됐다.

1인당 진료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환자는 UAE환자다. 1인당 평균 1771만 원을 쓴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이동할 때 가족 모두 함께 움직이는 전통으로 동반가족이 많아 진료비 외에도 한국에서 돈을 많이 쓴다.

UAE는 무상의료 정책에 따라 외국에서 청구된 치료비도 국가가 부담한다. 심지어 환자 동반가족의 경비도 지원한다. 따라서 환자들은 부담없이 우리나라 VIP병실에 입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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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5월 아랍에미리트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를 만났다.
서울성모병원은 UAE환자를 모시기 위해 이슬람 문화를 적극 받아들였다. 환자식으로 이슬람 음식이 제공되며 아랍TV 방송, 이슬람 기도실도 마련했다.

이런 노력에 서울성모병원을 방문한 모하메드 아부다비 왕세제도 대단히 만족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환자는 싱가포르에 비해 훨씬 적다.

2012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환자는 15만6천 명이었다. 같은 해 싱가포르를 찾은 외국인환자는 85만  명이다. 우리나라 방문객의 5배가 넘는다. 이는 싱가포르 정부가 나서서 의료관광을 국가산업으로 키운 덕분이다.

싱가포르는 협소한 국토에 자원과 인구가 부족해 서비스업이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나라다. 싱가포르정부는 2002년부터 의료관광산업을 육성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에서 ‘헬스케어’부분을 하나의 부서로 신설해 외국인환자를 유치하는 병원을 지원했다.

싱가포르정부는 또 민간병원의 수익사업 규제도 풀어주어 병원에서 휴양, 레저, 문화사업을 운영할 수 있게 해 의료서비스와 관광서비스를 결합했다. 선진국 수준의 의료서비스와 휴양시설을 갖추고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비용이 저렴하니 자연스럽게 외국인환자들이 몰려들었다.

우리나라 정부도 뒤늦게 외국인환자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정부는 2009년 의료관광산업을 17대 신성장 동력산업 가운데 하나로 지정하며 지원을 시작했다.

김세만 한국관광공사 의료사업단 단장은 “우리나라의 의료관광은 태국이나 싱가포르보다 출발이 늦었지만 한류관광과 연계해 시너지를 일으킨다면 2020년 의료관광객 100만 명 유치 목표시기를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 5월 UAE를 방문해 모하메드 왕세제와 회담하면서 "의료협력은 양국간 협력 전망이 밝은 대표 사례"라며 환자들을 한국에 많이 보내달라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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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아이캉병원은 2004년 중국 상해에 문을 열었다.

◆ 국내병원의 해외진출은 여전히 걸음마


한국에 73개의 체인점이 있는 ‘함소아 한의원’은 올해로 미국 진출 11년째다. 어린이 전문 한방 브랜드라는 특성을 살려 미국시장을 공략해 현재 미국 내 4곳의 함소아 한의원을 운영중이다.

함소아 한의원은 우리나라 병원의 해외진출 1세대다. 우리나라는 2000년 초 한의원 안과 치과 등 전문진료과를 보유한 소규모 병원을 중심으로 미국과 중국 등에 진출을 시작했다.

이들은 정부 등 전문기관의 도움없이 병원 자체적으로 해외진출을 시작해 초창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조현주 압구정 함소아한의원 원장은 “초기 미국 진출 때 운영방식과 의료보험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미국 사보험 가입자들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치료는 아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해 환자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반에 해외로 나간 병원들 중 많은 병원들이 몇 년 사이 철수의 아픔을 겪었다. 그 중 하나가 2004년 한중합작으로 문을 연 ‘SK아이캉병원’이다.

아이캉병원은 SK그룹과 중국위생부 국제교류센터가 공동으로 설립했다. SK그룹은 생명과학분야를 미래사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위해 적극 투자했다. 1300평 규모의 병동에 안과 피부과 소아과 등 10개과를 만들고 20여명의 한국의사도 불러왔다.

그러나 SK아이캉병원은 설립 5년 만에 문을 닫았다. 중국정부가 세금을 과도하게 부과하는 등 외국계 병원에 대해 단속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SK아이캉병원 설립과 운영에 참여한 박인출 대한네트워크병원협회 회장은 지난해 말 ‘의료진출 해외활성화 포럼 및 병원프로젝트 설명회’에서 “중국 공무원 사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병원설립 후 당국으로부터 숱한 괴롭힘을 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중국에 진출하려면 믿을만한 중국 파트너와 함께 해야한다”든지 “한국은 내부운영 노하우를, 현지 파트너는 자본과 대외관계 및 홍보를 맡기는 게 바람직하다”며 세세한 노하우도 공개했다.

서울대병원이 지난 7월 UAE의 '왕립 셰이크 칼리파 전문병원'의 위탁운영자로 선정된 것은 국내병원의 해외진출이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서울대병원은 미국의 존스홉킨스, 스탠퍼드, 조지워싱턴 대학병원, 영국 킹스칼리지 병원, 독일 훔볼트대학 병원 등 쟁쟁한 병원들을 따돌리고 입찰에 성공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UAE 실사단이 한국병원을 방문했을 때 한국병원이 환자를 불필요하게 오래 붙잡지 않고 빠르고 정확하게 진료하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고 말했다. 특히 전체 의료진 가운데 20% 정도를 한국에서 직접 파견하겠다는 제안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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