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재 기자 rsj111@businesspost.co.kr2024-08-14 11:5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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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한국거래소가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9월 발표한다.
밸류업 지수는 추종 자금이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편입종목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밸류업 지수 종목 선정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각자의 기준을 내세워 지수 편입종목 전망에 열을 올리고 있다.
▲ 정부가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를 발표하기로 하면서 증권업계가 편입 예상 종목 분석에 나서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9월 밸류업 지수를 확정해 발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100여 곳의 기업의 성과과 재무구조, 기업가치 전망 등을 분석하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1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9월 코리아 밸류업 지수 발표, 4분기 연계 상장지수펀드(ETF) 출시 등 밸류업 관련 과제를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밸류업 프로그램을 향한 시장의 기대를 키웠다.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은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주주환원 성과 등을 평가 기준으로 기업가치 제고가 기대되는 상장사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밸류업 지수 출시 이후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한 10곳을 뽑아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 우대 등의 혜택을 주고 연말마다 종목 편출입을 실시할 계획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밸류업 지수를 추종하는 자금이 조 단위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수혜가 기대되는 종목을 미리 프토폴리오에 담아두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아직 구체적 가이드라인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증권사들은 각자의 기준을 세우고 밸류업 지수 편입 가능 종목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현대차 △삼성물산 △DL이앤씨 △KT&G 등이 공통종목으로 꼽힌다.
이와 함께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고 있는 △KB금융 △신한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사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금융위원회는 5월 열린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2차 세미나’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 주가이익비율(PER) 등 시장평가뿐 아니라 자기자본이익률(ROE) 포함 자본효율성을 점검하고 배당 및 자사주 지표, 성장성, 현금흐름, 부채비율 등을 따져 밸류업 지표를 활용하겠다고 발표했다.
하나증권은 이를 바탕으로 △한섬 △미래에셋증권 △SK네트웍스 △KT △KT&G △키움증권 △아세아시멘트 △금호석유 △현대차 △삼성물산 △OCI홀딩스 △우리금융지주 △신한지주 △DL이앤씨 등을 편입 가능 종목으로 제시했다.
IBK투자증권은 △KT&G △고려아연 △LG △삼성화재 등을 밸류업 관심 종목으로 뽑았다. 특히 KT&G와 고려아연은 밸류업 지수 구성 때 선택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KT&G는 지난해 11월 2024~2026년 3년 주주환원 계획으로 2조8천억 원(배당 1조8천억 원, 자사주 매입 1조 원) 규모의 주주환원 하겠다고 발표했고 보유 자사주 절반 수준인 1천만 주(발행주식총수 7.5%)를 소각하기로 했다. 하반기 더욱 강화한 기업가체 제고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아연은 7일 자사주 4천억 원 매입을 발표하면서 중간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1만 원의 현금배당(배당금 총액 2055억 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고려아연의 연간 배당 금액은 2020년 2651억 원, 2021년 3535억 원, 2022년 3973억 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LG와 삼성화재는 중장기 주주환원이 기대돼 밸류업 관심 종목으로 선정됐다.
신영증권은 정량·정석적 분석을 합쳐 28개 기업을 뽑았다. 시장에서 낮은 가치평가를 받고 있더라도 보유 자산이 많지 않으면 주주환원 여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밸류업에 실제로 적극 대응을 하는지도 함께 따졌다.
자동차업종에서는 △현대차 △기아 △피에이치에이 △현대모비스 △현대공업 등이 꼽혔다. 공통적으로 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주주환원 여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되는 종목들이다.
전기전자(IT)·반도체업종에서는 △리노공업 △파크시스템스 △DB하이텍 △고영 △테스가 선정됐다. 업종평균보다 배당성향이 높고 주주환원 의지가 강한 기업으로 평가된다.
▲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기업 밸류업 상장기업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설업종에서는 △삼성물산 △DL이앤씨 △현대건설 △KCC △수산인더스트리가 뽑혔다. 업황이 바닥을 찍고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재무구조가 상대적으로 단단한 종목이 이름을 올렸다.
기계업종에서는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이 선정됐다. 전력기기 초호황을 등에 업고 기업가치 자체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다.
조선 및 운송업종에서는 △세진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현대글로비스가 뽑혔다. 양호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업황을 배경으로 영업가치 증가와 배당금액 증액이 전망됐다.
바이오업종에서는 △유한양행 △종근당 △셀트리온 △HK이노엔이 제시됐다. 꾸준한 배당정책을 바탕으로 경영진 차원의 기업가치 제고 방안에 관심이 높은 곳들이다. 기타 업종에서는 △신세계 △현대백화점 △서부T&D △영원무역홀딩스가 선정됐다.
밸류업 관련 중소형 종목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보다 앞서 밸류업 정책을 시행한 일본에서는 지난해 4월 밸류업 정책 초기 국면 소형 가치주가 대형 가치주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본의 사례를 살펴보면 주주환원 확대 등 밸류업 조건에 부합하지만 상대적으로 소외받았던 중소형 가치주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키움증권은 최근 2년 연속 주당배당금 증가, 2023년 배당수익률 5% 이상, 2023년 자사주매입 공시 2건 이상을 기준으로 삼아 밸류업 지수 편입 가능 종목을 제시했다.
3가지 기준을 모두 통과한 종목으로는 아세아제지가 뽑혔다. 아세아제지는 지난해 7월 2023년과 2024년 각각 200억 원의 자사주 취득을 실시하고 2026년까지 단계적으로 별도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에게 돌려준다고 발표했다.
이밖에 한전KPS, 현대엘리베이터, SK가스, 오리혼홀딩스, 피에스케이홀딩스, 이노션, 한일시멘트, DI동일 등이 두 가지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수와 관련 ETF 상품 출시 등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한다면 국내 증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됐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곧 3분기 실적시즌이 도래하고 실적에 관한 눈높이가 낮아질 텐데 낮아진 허들을 극복한다면 시장은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다”며 “4분기에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해 수급적으로도 긍정적일 것이다”고 내다봤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