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 문제를 두고 ‘복권 대상자가 반성하는 모습이 없다’는 이유로 반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 각을 세우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이런 정치적 행보가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불거진 ‘댓글팀 운영 의혹’과 맞물려 자기 발등을 찍을 가능성이 나온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대표가 공개적으로 김 전 지사의 복권에 반대하면서 야권 분열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카드가 오히려 여권 내부의 내홍을 가져오고 나아가 한 대표 자신도 얽어 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성태 사람과사회연구소 연구실장은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특사들이 이미 심사 대상이 됐을 때부터 대통령이 뜻이 들어간 것으로 보는 게 맞는데 이례적으로 한동훈 대표의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며 “광복절 특사에 대통령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으면 민정수석이 질책을 받을 만한 사항이므로 야권 분열을 위해 던진 카드가 여권 분열로 돌아오는 모양새가 됐다”고 짚었다.
한동훈 대표는 김 전 지사의 복권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한(친한동훈)계로 알려진 박상수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범죄에 대한 반성 여부'가 사면 복권의 주요 판단기준”이라면서 “반성하지 않는 김 전 지사의 복권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 대표 측에서 반대 입장을 나타내자 안철수 의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김경수 전 지사의 범죄는 너무나 심각해서 재고 의견을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지원사격에 나섰다.
한동훈 대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김경수 복권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최근(8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8·15 광복절 특별사면을 단행하면 김경수 전 지사의 피선거권 제한을 풀어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43.2%가 '복권에 찬성한다'고 답변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복권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41%, '잘 모르겠다'는 응답은 15.9%로 조사됐다.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에 찬성하는 의견과 반대하는 의견의 격차는 2.2%포인트로 오차범위 안에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셈이다.
한동훈 대표로서는 차기 대권주자로서 여론관리에 신경쓸 수밖에 없는 만큼 윤석열 정부에서 김경수 전 경남지사를 복권 대상에 올려둔 것을 불편하게 느껴 윤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행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한동훈 대표의 이런 여론관리 모습은 국민의힘 내부의 힘겨루기 양상으로 비쳐지고 있다. 대통령실에서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계 권성동 의원은 최근 다수 언론에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여당 대표로서 비공개로 대통령실에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관행이고 적절하다"며 "언론을 통해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것은 모양이 좋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도 MBN 방송 ‘정운갑의 집중분석’과 인터뷰에서 한동훈 대표가 김경수 전 경남지사 복권에 반대하는 것과 관련해 “법무부 장관 시절 사면했던 김 전 지사에 대한 복권을 반대하고 나서니까 조금 특이하고 의아한 상황은 사실이다”고 말하기도 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가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한(비한동훈)계의 이같은 발언들은 한동훈 대표의 모순된 행보에 각을 세우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당내 반대기류에 더해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댓글팀 운영 의혹’을 받았던 한동훈 대표가 여론조작혐의로 문제된 김 전 지사를 반대하는 모습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비춰져 향후 야당으로부터 공격의 빌미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7월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부각된 한동훈 대표의 '댓글팀 운영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을 발의했다.
조국혁신당은 앞으로 정치상황에 맞춰 한동훈 대표의 고발사주 의혹과 자녀 논문대필 의혹뿐 아니라 '댓글팀 운영의혹'을 함께 부각시킬 때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한동훈 대표가 안하무인 식으로 나서다가 이제는 대통령 고유 권한까지 침범하겠다는 식"이라며 "본인이 댓글팀 운영으로 고발당해 수사가 착수된 상황에서 적반하장도 유분수"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아직 한동훈 대표의 '댓글팀 운영 의혹'이 명확히 수사로 규명되지 않은 만큼 김경수 전 지사의 복권을 반대한다고 해서 당장 큰 문제는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도 "다만 야권에서 한 대표의 자가당착을 꼬집으면서 공세 수위를 높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를 받아 5일부터 6일까지 이틀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무선 전화번호를 활용(RDD)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전체응답률은 2.3%다.
2024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기준 성별, 연령별, 지역별 가중치(셀가중)가 적용됐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