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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변화에 물 부족 위기 현실화, 공기에서 물 만드는 기술 주목 받아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8-09 14: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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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후변화에 물 부족 위기 현실화, 공기에서 물 만드는 기술 주목 받아
▲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물 수집 기술 개발 기업 '아토코(Atoco)' 사업보고서 표지. <아토코>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에 강수량 불균형과 이상고온 등이 극심해지면서 세계 각지에서는 물 부족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모아 물을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물 분자를 수집해 식수를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하는 스타트업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기술적 완성도가 가장 높다고 평가받은 곳으로는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아토코(Atoco)’가 꼽힌다.

아토코는 ‘금속성 유기 골격체(MOF)'라는 기술을 활용해 식수를 생산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MOF는 금속 노드(마디)로 구성된 결정질 형태 골격을 말한다.

통상 MOF는 1그램당 수천 제곱미터가 넘는 높은 표면적을 보유해 가스 저장, 물질 분리, 화학적 촉매 작용 등에 다양한 역할에 활용된다.

아토코는 라디에이터와 비슷한 구조로 된 기계 안에 MOF 기술이 반영된 수확기를 설치해 물 분자를 모아 콘덴서를 통해 식수로 환원하는 방식으로 물을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이 모든 과정에 걸쳐 전기는 전혀 사용되지 않았다.

오마르 야기 아토코 창립자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이런 기술을 사용하면 세계 어디서든 습도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전력을 사용하지 않고 물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토코가 만든 실험실 프로토타입은 식수 수 밀리미터를 생산하는 수준에 그쳤으나 향후 기술 개선을 통해 상용화 모델 기준인 매일 수천 리터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다.

로라 갈리아디 시카코대학 화학 및 분자공학 교수는 블룸버그를 통해 “아토코와 다른 스타트업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는 MOF 기술을 비용 측면에서 합리적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들과는 오랫동안 협업해왔는데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잘 작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토코는 현재 물 생산에 필요한 비용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공개하지 않았으나 최종목표는 1리터당 1센트(약 13원)라고 설명했다.

민간 기업들이 이렇듯 적극적으로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는 이유는 미국 정부가 이를 후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국방부는 '대기중 물 추출 프로그램'이라는 보조금 제도를 통해 물 관련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들을 지난 몇 년 동안 지속적으로 후원해오고 있다.

실제로 해당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 1억4천만 달러(약 1907억 원)를 지원받은 제너럴일렉트릭(GE)은 매일 물 22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물 수집기를 개발해 미군에 납품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물부족 위기가 가시화되자 미국 정부도 물 수집 기술 개발의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기업을 후원하고 있는 것이다.

유네스코가 올해 3월 발표한 ’2024 유엔 세계 물 개발 보고서: 번영과 평화를 위한 물‘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세계 인구의 절반은 이미 물 부족을 겪고 있으며 25%는 물이 극도로 부족한 ’물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서 이례적 이상고온에 가뭄이 극심해지면서 세계 각국에서 심각한 물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기후변화에 물 부족 위기 현실화, 공기에서 물 만드는 기술 주목 받아
▲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물을 배급받고 있는 멕시코시티 주민들. <연합뉴스>
멕시코 수도이자 북아메리카 최대 대도시인 멕시코시티는 올해 초부터 극심한 물부족 사태를 겪고 있다.

ABC뉴스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한 멕시코시티 주민은 본인 수입의 25%를 물을 사는 데 쓰고 있다. 도시의 주요 수원지였던 지하수가 메마르면서 대규모 물부족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원래 멕시코시티 지하수는 한 해 동안 내린 비를 통해 다시 채워진다. 그러나 강수량은 줄어드는 데 물 사용량은 늘다 보니 말라붙어버렸다. 학계에서는 멕시코시티가 보유한 수자원의 약 30~40%를 잃어버린 것으로 분석했다.

유럽에서는 지난달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에서 극심한 물부족 사태가 발생했다.

유로뉴스 이번달 7일(현지시각) 보도에 따르면 시칠리아에 위치한 15개 행정구역들은 모두 15일에 한 번만 정상적으로 물이 공급되고 있다. 시칠리아 당국이 물부족 사태를 인지하고 배급제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시민들은 지난 3일부터 시위에 나서 물 배급제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물부족 사태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세계 1위 경제대국 미국 역시 이 문제를 피해 갈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유엔환경계획(UNEP)는 올해 5월 미국 서부에 물을 공급하는 가장 큰 수원지인 미드호와 파웰호 수위가 역대 최저수준에 달해 '죽은 호수'가 될 위기에 처했다고 발표했다. 미드호와 파웰호는 각각 후버댐과 글렌캐년댐에 수력 발전용 물을 공급하기 때문에 이들 호수가 메마르면 물뿐 아니라 전력 부족 사태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캘리포니아주가 식수 공급을 제때 하지 못해 백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물 부족을 겪어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그레고리 피어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대학 인권과 물 해결책 연구실 디렉터는 로스앤젤레스타임스와 인터뷰에서 “주 당국은 수자원 확보를 위한 신규 규정 도입을 준비하고 있지만 그것들이 도입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피어스 디렉터는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결국 정책들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실패할 것”이라며 “(물 문제는) 시한폭탄과도 같다”고 덧붙였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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