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4-07-31 16: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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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청문보고서 없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임명을 강행하면서 MBC, KBS,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선임에 관한 정부 여당과 야권 사이의 대결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영방송 인사에 정부 입김을 차단하기위한 '방송4법'이 통과됐음에도 이 위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현행 체제 아래서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31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방통위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더라도 현실적으로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 선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향후 MBC, EBS 이사 선임과 관련해 법원에 집행정지가 신청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일지 여부에 따라 정치적 후폭풍도 상당히 클 것으로 예상되는데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둘러싼 여야의 극한 대립은 그 끝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진숙 방통위원장은 31일 임명된 뒤 취임식에서 중점 추진 과제로 가장 먼저 ‘공영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 재정립’을 강조하며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서둘러 추진할 의지를 보였다.
이 위원장은 “방통위원장으로서 공영방송이 공정 보도할 기반을 만들기 위해 공영방송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이사회 구성을 조속히 완료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자진사퇴한 이상인 전 방통위 부위원장 후임으로 김태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함께 임명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부위원장 사퇴로 ‘0인 체제’가 됐던 방통위는 다시 ‘2인 체제’로 구성됐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에선 02인 체제 하의 방통위가 각종 사안을 의결하는 것을 위법하다고 보고 있는 반면 정부여당은 법적으로 2인 체제 의결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 주도로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위한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9명의 임기가 오는 8월12일 만료된다. 또 KBS(8월31일)와 EBS(9월14일)도 이사진들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추진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임명 첫날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초강수로 맞섰다.
민주당은 31일 오후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뒤 8월1일 국회 본회의에 보고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탄핵소추안이 8월1일 본회의에 보고되면 24시간이 지난 뒤인 2일 또는 3일에 야권 단독 표결로 통과될 확률이 높다. 다만 8월1일 본회의 개최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면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이 위원장의 직무가 정지된다.
그러나 야권이 이 위원장을 탄핵해 직무를 정지시키더라도 현실적으로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막기 어려울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 여당의 관점에서는 김홍일 전 방통위원장에 이어 이 위원장까지 곧바로 사퇴하는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더라고 새로운 방통위원장과 방통위원을 계속 임명해 야권의 탄핵안 발의 및 의결까지 소요되는 기간 안에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서둘러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방통위원장 탄핵과 윤 대통령의 후임자 임명 강행이 반복되는 상황과 관련해 “방송법이 개정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 때문에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과 관련된 여야의 갈등은 결국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도 있다. 방통위가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하면 법원에 ‘직무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행정소송법(23조2항)에 따르면 집행정지는 사건과 관련된 ‘당사자’만 신청할 수 있다. 공영방송 이사가 아닌 민주당이나 MBC노조가 이사진 선임 안건 자체에 관해 법원에 집행정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는 의미다.
김승현 법무법인 선인 변호사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만약 민주당이 방통위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추진을 막기 위해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을 내더라도 민주당이 받을 법률적 불이익은 없어 소를 제기할 수 있는 주체가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법원이 집행정지에 관해 내릴 판단에 뒤따를 정치적 후폭풍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의 인용 또는 기각 여부에 따라 방통위가 ‘2인 체제’ 하에서 공영방송 이사진을 선임한 것에 대한 위법 여부가 법원의 1차적인 결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민주당은 정부의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 절차의 부당함을 강조하며 끝까지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박찬대 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3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이진숙 위원장 임명을 강행해 방통위를 다시 2인 상태로 위법 운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윤 대통령은 방송 장악으로 독재의 길을 가겠다는 망상을 접으라"고 날을 세웠다.
국회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며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려는 무도함을 보이고 있다"며 "민주당은 탄핵은 물론 가능한 모든 절차를 총동원해 해보는 데까지 해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