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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환경연구원 심포지엄, "플라스틱 전체보다는 포장재 규제에 집중해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26 16: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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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환경연구원 심포지엄, "플라스틱 전체보다는 포장재 규제에 집중해야"
▲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이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3차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플라스틱을 용도별로 나눠보면 포장재 쪽이 44%이고 건물, 전자기기, 농업용품 등 내부재로 사용되는 비중이 56%다. 실제로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유발하는 것은 포장재 쪽이므로 플라스틱 전체보다는 이쪽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평중 한국석유화학협회 본부장은 26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환경연구원과 한국환경한림원이 함께 개최한 ‘유엔(UN) 플라스틱 국제협약 마지막 단계에서 우리의 대응 전략과 역할’을 주제로 한 환경정책 심포지엄에서 "애초 협약의 목적인 플라스틱 폐기물 관리에 좀 더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UN 플라스틱 협약은 플라스틱 오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속력 있는 국제 규제 필요성이 제기돼 제안된 조약이다. 유엔 환경총회를 통해 관련 논의를 진행하기로 결의됐고 오는 11월 한국 부산에서 열리는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를 통해 최종안을 마련해 이르면 내년부터 발효된다.

지난 4월 캐나다 오타와에서 제4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진행됐으나 이전 논의와 비교해 큰 진전이 없었다. 플라스틱 생산부터 감축해야 한다는 강경파 국가들과 폐기물 관리로 충분하다는 산유국 간 대립이 진전을 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김평중 본부장은 “기후협약 등으로 석유 수요 정점이 가까운 시일 내에 다가올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산유국들은 생산하고 있던 원유를 석유화학 제품으로 대체하는 산업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현재 원유의 4%만이 플라스틱으로 전환되고 있는데 그 사업가치는 원재료의 약 100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산유국들은 플라스틱 생산에 국가의 존망이 걸린 셈인데 생산 감축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현재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성도 제기됐다.

김 본부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나 국제기관 통계를 보면 206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이 지금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며 “그렇다면 왜 그렇게 플라스틱 사용이 늘어나야 하는지를 먼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라스틱에 대체재가 있다 하더라도 그 대체재를 사용하는 것에 오염 문제나 기후 문제를 떠나 지구 전체 환경적 관점에서 어떤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현재 우리나라 산업 통계를 보면 약 60%에 달하는 플라스틱이 내부재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들은 자동차 경량 소재, 건물 내부재처럼 꼭 사용돼야 하는 것들이고 실제 환경오염에는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은 세계 4위 플라스틱 수출국으로 전체 산업에서 석유화학이 차지하는 비중은 5위에 달한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플라스틱 관련 산업 종사자만 약 24만 명에 달한다.
 
[현장] 환경연구원 심포지엄, "플라스틱 전체보다는 포장재 규제에 집중해야"
▲ 발제를 진행하고 있는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환경자원연구실장. <비즈니스포스트>
김 본부장은 “정유업계는 UN 플라스틱 협약에 맞춰 바이오매스 원료 도입, 스코프 3(공급망 내 배출) 관리, 기계 및 화학적 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 투자를 통해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중국발 수요 문제로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굉장히 좋지 않아 투자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제도적 지원, 정책적 지원이 활성화된다고 하면 기업들이 좀 더 빠르게 투자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면 큰 영향을 받는 국민을 위한 배려도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 본부장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체결되면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다양한 소비재와 이를 사용하는 소비자들에게 영향이 갈 수밖에 없는데도 이를 잘 알고 있는 국민들이 별로 없다"며 "따라서 5차 회의를 앞두고 정부는 협약 상황을 국민들이 보다 잘 알 수 있도록 배려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포지엄 발제를 맡은 이소라 한국환경연구원 환경자원연구실장은 “국제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해 여러 정부 부처들은 의견 수렴을 통해 산업계를 보호하려는 배려도 갖춰야 한다고 본다”며 “특히 이번 협약과 관련해 산업계가 협약 추진 상황에 잘 따라올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이서현 환경부 과장은 "환경부는 플라스틱 협약 개별 조문과 관련된 산업계 의견을 수렴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며 "국제 플라스틱 협약 현장에서 협상 진행을 맡고 있는 외교부와 협업해 산업계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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