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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과 KT의 AI 반도체 '혈맹', 삼성전자에게는 왜 악재일까

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 2024-06-19 15: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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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SK텔레콤과 KT가 인공지능(AI) 반도체에서 힘을 합치기로 했다. 통신 사업에선 경쟁 관계이지만, 대규모 자본이 필요한 차기 AI 서비스 시장에선 협력이 절실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SKT가 최대주주인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사피온코리아, KT가 2대 주주로 있는 AI 반도체 설계 전문기업 리벨리온이 지난 18일 전격 합병을 발표했다. 오는 3분기 최종 합병이 마무리되면 SKT의 합병기업의 최대주주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텔레콤과 KT의 AI 반도체 '혈맹', 삼성전자에게는 왜 악재일까
▲ 사피온코리아가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사피온X220'. < SK텔레콤 >


두 통신사의 AI 반도체 연합은 그러나 삼성전자에겐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리벨리온은 그동안 AI 반도체용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삼성전자에서 공급받았고, AI 반도체 위탁생산도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이용했다. 이에 비해 사피온코리아는 SK하이닉스로부터 HBM을 공급받고, AI 반도체 위탁생산은 대만 TSMC에 맡겼다.

두 기업이 합병해 SKT가 최대주주가 되면 합병기업은 SK하이닉스에서 HBM을 공급받고, 위탁생산은 TSMC에 맡길 것이 유력해 보인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는 HBM과 파운드리 고객사를 하나 잃게 된다.
 
19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SK텔레콤이 최대주주인 사피온코리아와 KT가 2대 주주로 있는 리벨리온은 올해 3분기 내에 합병을 위한 본계약을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합병법인의 경영은 리벨리온 측이 책임지지만 최대주주는 현재 사피온코리아를 지배하고 있는 SKT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사피온코리아는 2016년 SK텔레콤 내부 연구개발 조직에서 출발해 분사한 기업으로, 사피온 미국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사피온 미국법인의 최대주주는 지분 62.5%를 확보한 SK텔레콤이다. 나머지 지분은 SK하이닉스가 25%, SK스퀘어가 12.5%씩 나눠 갖고 있다.

리벨리온은 박성현 대표이사 등 창업자들이 지분 약 40%를 보유하고 있고, 2대주주인 KT가 지분 13%를 가지고 있다.

현재 리벨리온의 기업가치가 8800억 원, 사피온코리아의 기업가치가 5천억 원 정도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가치로만 단순 계산하면 합병 기업에서 SK텔레콤 지분율은 22%, SK하이닉스 9.3%, SK스퀘어 4.7% 등으로 SK그룹 계열사들의 합계 지분율은 36% 수준에 이른다.

이에 비해 박성현 대표 등 리베리온 창업자들과 KT의 합병법인 지분은 각각 25%, 8% 정도로, SK그룹 지분율에 미치지 못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 합병법인의 최대주주는 SK그룹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은 앞서 “신경망처리장치(NPU)에 집중했던 리벨리온이 사피온코리아와 합병하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지원을 받게 돼 글로벌 시장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SK그룹 차원의 지원을 예고하기도 했다.
 
SK텔레콤과 KT의 AI 반도체 '혈맹', 삼성전자에게는 왜 악재일까
▲ 리벨리온이 개발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아톰(ATOM)’. <리벨리온>

사피온코리아는 이미 SK하이닉스로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받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는 대만 TSMC와 계약을 맺고 있다.

반면 리벨리온은 삼성전자로부터 HBM을 공급받고, 파운드리도 삼성전자와 협력하고 있다. 

리벨리온이 지난해 출시한 AI 반도체 ‘아톰’은 삼성전자 5나노 공정으로, 2025년 상반기에 공개하는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은 삼성전자 4나노 공정으로 생산하기로 했다. 리벨에는 일단 삼성전자의 HBM3E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SK그룹이 사피온코리아-리벨리온 합병법인의 최대주주가 되면, SK하이닉스의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계속 리벨리온에 HBM과 파운드리 서비스를 공급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리벨리온과 삼성전자 협력관계는 2025년 '리벨'을 마지막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사피온코리아와 리벨리온은 퓨리오사AI와 함께 국내 3대 AI 반도체 팹리스(설계전문 기업)로 꼽히는데, 퓨리오사AI도 SK하이닉스의 HBM3E를 탑재한 AI 반도체 ‘레니게이드’를 개발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리벨리온은 그동안 삼성전자와 긴밀하게 협력했는데, 만약 합병법인이 SK하이닉스 HBM3E를 채용한다면 삼성전자 파운드리도 활용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합병이 예정대로 이뤄진다면 기존 공급망에 관한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리벨리온은 협력사 변경이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리벨리온 관계자는 “현재 메모리 공급사 및 파운드리 등 '리벨' 향후 제품에 대해서는 정해진 방향성이 없다”며 “현재 지분비율을 확정되지 않았으나 리벨리온 경영진이 합병법인의 경영을 이어가는 만큼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논의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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