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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 전력 사용량 폭증, SK엔무브와 대만기업 '서버 냉각' 기술경쟁 치열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13 13:3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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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붐에 전력 사용량 폭증, SK엔무브와 대만기업 '서버 냉각' 기술경쟁 치열
▲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내부 전경. <마이크로소프트>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 산업 붐이 일면서 관련 데이터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격하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데이터센터는 내부 서버 냉각 과정에 많은 전력을 쓰고 있는데 전기를 아낄 대안으로 액침 냉각 기술이 최근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 SK엔무브와 대만의 컴퓨팅 솔루션 전문 기업들이 액침 냉각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기술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보인다.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전력회사 PG&E 보고서를 인용해 향후 몇 년 내로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PG&E가 집계한 5년 단기 전력 수요 증가치는 약 3.5기가와트(GW)로 표준 원자력 발전소 3곳의 발전량과 맞먹는다.

PG&E는 최근 전력구매 계약을 체결한 고객사들의 수요 예측치를 바탕으로 이 같은 결론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 실리콘밸리 내에 위치한 도시로 애플, 메타, 알파벳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데이터센터를 설치하고 있다. 향후 5년 내로 신규 데이터센터 24곳이 지어질 예정이고 추가 건설 계획도 나올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PG&E는 2040년까지 샌프란시스코에 공급해야 하는 전력량이 매년 2~4%씩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지난 5월29일 미국 전력연구소(EPRI)도 2030년에는 미국 전체 전력 수요 가운데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9%가 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EPRI 연구진은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 사용자가 약 53억 명 있는데 인공지능 확산은 전력 수요를 한 단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데이터센터 에너지 효율화와 전력망 개선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데이터센터가 서버 장비 구동 외에 가장 많은 전력을 소모하는 분야는 냉각이다. 24시간 내내 가동되는 장비의 온도를 관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데이터센터 대다수가 채택하고 있는 공랭식(air cooling) 냉각은 전력 사용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에 냉각 성능과 에너지 효율이 뛰어난 액침 냉각이 대체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어 여러 기업들이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액침 냉각은 전도성이 없는 액체에 전자 장비를 직접 담가 식히는 방식으로 공기로 장비를 식혀야 하는 공랭과 비교해 소비 전력량이 매우 적다. 액체는 특성상 공기보다 많은 열을 담을 수 있기 때문에 전자 장비의 온도도 공랭 방식보다 낮게 유지할 수 있다.
 
AI 붐에 전력 사용량 폭증, SK엔무브와 대만기업 '서버 냉각' 기술경쟁 치열
▲ SK엔무브에서 제공한 액침 냉각 액을 주입받고 있는 SK텔레콤 서버 장비들이 담긴 수조. < SK텔레콤 >
이에 글로벌 데이터센터 업계에서는 액침 냉각 기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4월 영국 기술소식지 '더 레지스터'에서 올해 글로벌 테크 기업들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 기업 가운데 38.3%가 2026년이 되면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방식을 이미 사용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1월에 진행했던 설문에서는 글로벌 기업들 가운데 20.1%만이 액침 냉각을 적용할 것이라고 답했던 것과 비교하면 짧은 시간 사이에 큰 증가폭을 보였다.

대만 시장분석업체 MIC의 크리스 웨이 애널리스트는 올해 초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향후 인공지능 컴퓨팅 분야에 있어 냉각 기술은 매우 중요한 솔루션이 될 것”이라며 “현재 시장의 주류에서는 공랭 방식을 사용하는데 냉각 성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웨이 애널리스트는 “현재 널리 쓰이는 공랭 방식 냉각 기술은 인공지능 컴퓨팅용 서버들이 사용하는 전력량에 비례해 제대로 된 냉각 성능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에 기업들이 앞다퉈 액침 냉각 방식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장 많은 기업들이 액침 냉각 기술 개발에 뛰어든 나라로는 대만이 우선 꼽힌다. 

라이트온, 기가바이트, 쿨러마스터 등 컴퓨팅 보조장치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는 기업들이 파트너사들과 협업해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인텔이 대만 산업기술연구소(ITRI)와 협업해 합작 연구소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대만 컴퓨팅 솔루션 업체 켄멕(Kenmec)이 지난 7일(현지시각) 내년부터 파트너사에 액침 냉각액과 장비를 공급하며 상용화에 나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장 시치에 ITRI 전자 및 광전자 시스템 연구실장은 디지타임스에 “국제에너지기구에 따르면 데이터센터 전력 소모량은 2022년 기준 전체 전력 발전량의 약 1.3%를 차지하고 있다”며 “데이터센터가 국제적으로 확산됨에 따라 요구되는 전력량이 높아질 것이고 이에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SK이노베이션 아래 SK엔무브가 액침 냉각 시장 선점 경쟁에서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SK엔무브는 지난해 9월 열린 지크 브랜드 데이에서 액침 냉각 사업을 공개했는데 올해 하반기에 SK텔레콤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액을 제공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또 미국의 GRC, 델 테크놀로지스와도 협력하고 있다.

SK엔무브는 향후 액침 냉각 기술 개발 과정에서 얻은 열관리 기술을 활용해 서버용 액침 냉각액뿐만 아니라 차량용 냉매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1월에는 현대차그룹과 차세대 냉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김원기 SK엔무브 사장은 “지크 브랜드 데이에서 밝힌 차세대 냉매 사업 본격화를 시작했다”며 “이번 협업을 통해 열관리 시장 활성화에 기여하고 SK엔무브의 열관리 역량을 강화해 에너지 효율화 기업(Energy Saving Company) 지위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2024년 기준 세계 데이터센터의 절반을 보유한 미국에서도 액침 냉각 기술 개발 움직임이 점차 빨라지고 있다. 

생활용품 대기업 쓰리엠(3M)이 액침 냉각 보급에 나서고 있으며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등 빅테크 기업들도 스타트업과 협력을 통해 향후 자사 데이터센터에 액침 냉각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11월 자사의 차세대 인공지능 칩 '마이아-100'에 수랭 장비를 적용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블룸버그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액침 냉각을 도입하기 전 단계로 수랭을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데이터센터의 차세대 냉각 방식인 액침 냉각 기술을 놓고 컴퓨팅 솔루션 업체와 윤활유 업체, 데이터센터 자체 개발 등 3가지 경로로 기술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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