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희 기자 swaggy@businesspost.co.kr2024-05-23 12:2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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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오른쪽)와 국회의장 후보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결성 40주년 기념식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대표적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됐던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취임 뒤 당정간 균형추 역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당 대표가 사실상 부재한 상황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의결 투표 결과에 따라 앞으로 당내 리더십과 위상이 좌우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추 원내대표가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포함한 차기 주요 당권주자들과 어떤 관계를 형성해 나갈지도 향후 정국에 주요 변수로 꼽힌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애초 예상과 달리 민주당과 협상뿐 아니라 당정 관계에서도 적극적인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우선 오는 28일 예정된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의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당내 이탈표를 단속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채상병 순직 조사과정에 외압이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 특검에 앞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 결과를 먼저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추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3선 이상 중진 의원과 간담회를 마친 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전원이 모여 당론으로 우리 의사를 관철하도록 다 같이 힘을 모으자”고 강조했다.
김웅·안철수·유의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미 대외적으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찬성 입장을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들을 지목해 “저를 포함한 여러 의원께서 진정한 뜻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는 22대 국회에서 추 원내대표의 위상과 존재감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가 세 의원을 비롯해 이탈표를 최대한 단속해낸다면 당내 위상은 한 단계 커질 수 있지만 특검법이 통과되거나 이탈표가 예상보다 많다면 리더십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추 원내대표는 22대 국회에서 압도적 1당인 더불어민주당를 향한 견제수위를 높이고 있다.
민주당 헌법개정특위의 대통령 거부권 제한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주장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헌법을 부정하는 발상으로 결단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22대 국회 원 구성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의 입장과 달리 국회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법제사법위원장 역시 양보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아울러 추 원내대표는 당정관계에서도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날을 세우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만찬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써 윤석열 대통령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더구나 추 원내대표가 선출 뒤 소감에서 당정관계를 놓고 “하나의 운명공동체”라고 말해 여당 원내대표로서 소극적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이와 관련해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최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추 원내대표가 얼마나 윤석열 대통령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인가, 저는 기대가 크지 않다”며 “왜냐하면 R&D(연구‧개발) 예산 삭감 문제가 터졌을 때, 국민적 공감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추 원내대표가) 그 당시 기재부 장관이었지만 대통령과 결을 똑같이 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해외직구 규제’ 방침을 내놓았다가 비판 여론에 이를 철회하자 추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당정 협의 없이 설익은 정책이 발표되어 국민 우려와 혼선이 커질 경우 당도 주저 없이 정부에 대해 강한 비판 목소리를 낼 것임을 분명히 한다”고 말하며 날을 세웠다.
추 원내대표가 취임한지 2주도 되지 않았지만 국민의힘의 중심축으로 거듭난 데에는 당대표의 사실상 부재 상황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황우여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약 3개월 뒤에 있을 전당대회 전까지 ‘관리형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했다. 다만 황 위원장이 주요 쟁점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어 추 원내대표가 새로운 당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주요 현안과 관련해 당내 주도적 역할을 해나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추 원내대표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도 상당하지만 차기 당권주자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023년 12월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안 등을 처리하기 위해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를 역임할 당시 한 전 위원장도 법무부 장관을 역임하고 있을 때라 국무회의에서 자주 얼굴을 마주하며 좋은 관계를 형성했다.
2023년 12월1일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에 대한 재의요구권 등을 처리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입장하면서 손을 꼭 잡고 입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추 원내대표는 ‘계파색이 옅은 친윤’이라는 평가를 받지만 추 원내대표가 직접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입에 올린 적은 없다.
국민의힘 안팎에서는 온화한 성격이라고 알려진 추 원내대표가 한 전 위원장 외에도 차기 당권주자로 언급되는 나경원·안철수 당선자와 유승민 전 의원 등과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실제로 과거 ‘친박(친박근계)계’였던 추 원내대표는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전 의원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22대 국회에서 추 원내대표의 역할은 이번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 결과에 크게 달려 있을 것 같다”며 “추 원내대표가 이탈표를 제대로 단속해내지 못하거나 만약 특검법이 정말로 통과된다면 시작도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날개가 꺾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