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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칵테일 위기', 오만함 던질 용기 필요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0-11 17:3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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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칵테일 위기(Cocktail of risks).’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이 올해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세계 경제상황을 언급한 데서 유래한 말이다.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뒤섞여 일어나는 상황을 여러 가지 술을 섞어 만드는 칵테일에 빗댄 것이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칵테일 위기', 오만함 던질 용기 필요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최근 겪고 있는 상황도 칵테일 위기라고 부를만하다.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다.

스마트폰시장과 자동차시장의 성장둔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마당에 안전성과 직결된 품질논란으로 힘들게 쌓아온 브랜드 신뢰도가 땅에 떨어질 수 있는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칵테일은 위스키나 브랜디, 진 따위의 독한 양주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취기가 달라진다. 처음엔 부드럽게 넘어갈지 모르지만 술이란 게 섞어 마실 때 더 위험한 법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위기가 칵테일 위기라면 국가대표급 양대기업을 휘청이게 만드는 독주가 섞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폭발사태로 후유증을 겪어오다 11일 결국 생산중단에 이어 글로벌 교환 및 판매중단이란 극약처방을 내놨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엔진결함 관련 쏘나타 차종에 대해 소비자 피해보상을 결정한 뒤 국내 소비자 역차별 논란에 결함은폐 의혹에도 휩싸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자타공인 글로벌시장에서 ‘국가대표’급 기업이다.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삼성전자는 7위를, 현대차는 35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국내 증시에 차지하는 비중은 25%가 넘는다. 2015년 기준 두 회사 매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8.77%에 이른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을 합치면 30%를 훌쩍 넘는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직면한 위기가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은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두 회사가 글로벌에서 메이드인코리아의 위상을 끌어올리는 데 주도한 점을 고려하면 품질논란에서 비롯된 사태의 파장은 더욱 심각하게 여겨질 수밖에 없다. 

제품을 만들어 파는 기업들에게 품질논란은 피해갈 수 없는 운명이기도 하다.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환불이나 교환, 보상 같은 조치를 내놓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자 9월초 2조 원가량의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고 전량 교체를 결정해 위기를 돌파하는 듯 보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려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새 제품에서도 안전성 논란이 잇달아 터지면서 삼성전자의 고육지책도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원숭이가 한번 나무에 떨어지면 실수로 봐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되면 의심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

기업의 명성은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품질과 신뢰를 통해 아주 조금씩, 천천히 구축되는 것일 터다. 삼성브랜드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게 아닐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1995년 3월 500억 원어치의 휴대전화 애니콜을 불태우도록 한 일화는 퍼포먼스 차원이긴 했지만 그만큼 품질경영에 대한 삼성전자의 강한 의지로 해석돼 왔다.

기업이나 개인이나 명성을 쌓는 것은 어렵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생산중단 결정을 내린 데 대해 "이재용 부회장이 맞은 최대 위기"라며 "이번 일로 브랜드 가치를 비롯해 기술력 등의 명성에 큰 타격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칵테일 위기', 오만함 던질 용기 필요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글로벌시장에서 품질을 내세워 쌓아온 수십년 공든탑이 무너지는 것을 막으려면 이번 사태의 대응책을 내놓는 것만큼이나 근본적이고 총체적 원인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분위기 반전을 노린 땜질식 처방만으로는 더 큰 화를 부르게 마련이다. 적절한 처방을 위해 정확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공통된 원인을 꼽자면 실적 조급증과 오만함을 들고 싶다. 실적 조급증은 오너 혹은 오너를 위한 성과욕심에서 나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또 스마트폰과 자동차산업에서 국내 1등이란 오랜 오만함이 품질에 대한 방만함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 체제 이양기에서 실적에 대한 조급증이 갤럭시노트7 사태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화의 원인도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 상태에서 리콜과 교환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도 발등에 불을 끄는 데만 급급한 성급한 결정이 되고 말았다.

현대차도 마찬가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품질경영’을 강조하면서도 공식석상에서 올해 대내외 악재에도 글로벌 판매 목표 813만대를 달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현대차역시 글로벌판매량 목표달성에만 연연한 나머지 정작 생산공정을 관리하는 데 소홀했던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는 과연 이번에 몇점짜리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생산중단이나 리콜 등의 조치만으로는 명성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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