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주특기 해양플랜트 ‘모 아니면 도’, 상선 공백기에 약 될까

▲ 삼성중공업이 오랜 경험을 가진 고부가 해양플랜트 수주를 확대하며 상선 발주 공백기를 메우고 있지만,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중공업이 부가가치가 높은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수주를 확대하며 선사들의 상선 발주 공백기를 극복하려 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삼성중공업에 매년 2조 원 안팎의 매출을 안겨주는 버팀목이 될 줄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해양플랜트는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고 과거 국내 조선사들이 큰 낭패를 본 적도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도 나온다. 

6일 조선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대형 조선3사의 실적이 더욱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선사들의 상선 발주량이 줄어들 수 있어 발주 공백이 발생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연구소는 ‘해운·조선업 2023년 동향 및 2024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4년 세계 신조선 시장은 뚜렷한 투자 유인이 없어 발주량 감소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삼성중공업은 경쟁사들과 달리 방산 분야에서 수주 기회를 잡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국내외 해군을 상대로 수상함과 잠수함, 유지·보수·운영(MRO)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해양 방산분야에서 오랫동안 업력을 쌓아왔다.

다만 삼성중공업은 그동안 사업역량을 축적한 해양플랜트에서 수주 기회를 노리고 있다. 

실제 삼성중공업이 해양플랜트에서 이룬 성과는 독보적이다. 최근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7기의 부유식 천연가스 액화·생산설비(FLNG0 가운데 5기를 삼성중공업이 수주했다.

해양플랜트는 상선과 비교해 부가가치가 높다는 장점을 지닌다. 회사가 지난해 말 북미 지역 발주처에서 수주한 FLNG 1기 계약규모는 2조101억 원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8척에 맞먹는 수준이다.

삼성중공업은 이런 고부가가치 수주 후보군(풀)을 다수 확보해 놓고 있기도 하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FLNG 수요 증가가 예상되고 있어 연간 1~2기 정도의 수주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미국 LNG 생산 기업 델핀이 추진하는 FLNG 1기 사업 입찰에도 참가했다. 사업 규모만 2조천 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수주에 성공하게 된다면 단 2기의 해양플랜트 수주로 올해 연간 수주 목표 금액의 35% 이상을 달성하게 된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이 FLNG 단일제품으로 이미 수주한 공사는 2개, 수주 예정인 공사는 3개”라며 “이 프로젝트들을 2024년 말부터 1년 시차로 수주해 동일한 공정으로 공사를 진행하면 2026년부터 2029년까지 매년 2조 원을 넘나드는 매출이 생겨난다”고 내다봤다. 
 
삼성중공업 주특기 해양플랜트 ‘모 아니면 도’, 상선 공백기에 약 될까

최성안 삼성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2023년 5월31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 영빈관에서 열린 한·태평양 도서국 정상회의에서 주요 사업 현황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


다만 해양플랜트는 부가가치가 높은 만큼 리스크도 크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는 규모가 큰 만큼 추진 사업자들이 차입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동원해 자금을 조달하고 발주처에 대금을 지불한다. 이 때문에 금리나 거시경제 환경 등 다양한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도 작지 않다. 

지난해 6월에는 캐나다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고객사 사정으로 3년 연기되며, 부유식 원유생산 저장 및 하역설비(FPSO) 설계·건조 사업자 선정도 미뤄졌다. 입찰에 참여하려 한 한화오션과 삼성중공업은 아쉬움을 남길 수밖에 없었다.

2010년대 중반에는 유가하락에 따른 해양플랜트 고객사의 발주 취소로 급격한 불황에 빠진 일도 있다. 

당시 미국 셰일혁명에 따른 원유 공급 증가로 유가가 70% 이상 떨어지며 석유 시추 수요가 줄게 되자 고객사들의 주문을 취소했기 때문이다. 이는 해양플랜트의 높은 설계 난도와 기자재 원가 부담과 함께 국내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에서 낭패를 보게 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21년에는 고객사의 의도적인 방해로 계약을 파기 당한 적도 있다.

2017년 삼성중공업은 스웨덴 선박회사 스테나사와 해양플랜트 선조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유가가 떨어지며 시황이 악화되자 스테나사는 위해 여러 이유를 만들어 의도적으로 공정을 지연했다. 

이에 납기일 내에 건조가 완료되지 않자 영국 중재재판부는 계약 파기를 허용하며 스테나사의 손을 들어줬다.

삼성중공업은 선수금과 경과이자를 포함해 약 4600억 원을 스테나사에 돌려줘야 했다. 

당시 삼성중공업 측은 “이번 판결은 시황이 악화됐을 때 선주사가 의도적으로 공정을 지연해, 계약을 파기시킬 수 있다는 안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