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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 상장 연기, 무엇에 발목이 잡혔나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6-10-10 17:4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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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밥캣은 하반기 기업공개(IPO)시장의 최대어였는데 왜 상장이 미뤄졌을까?

두산그룹이 시장기대치보다 높은 가격으로 공모가를 책정해 결국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총수 자리에서 물러난 뒤에도 두산밥캣 상장을 진두지휘하며 그룹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힘을 실어왔는데 다소 맥이 빠지게 됐다. 

◆ 두산밥캣, 왜 수요예측에 실패했나

두산밥캣은 10일 한국거래소에 기업공개를 추후로 연기하겠다며 상장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두산밥캣은 “최종 공모가를 확정하기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점 등 제반 여건을 고려해 이번 공모를 추후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며 “상장 대표주관회사의 동의 아래 잔여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두산밥캣 상장 연기, 무엇에 발목이 잡혔나  
▲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
두산밥캣은 21일 코스피에 상장하기 위해 6~7일 이틀 동안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하지만 희망공모가인 4만1천~5만 원을 밑도는 가격에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몰리면서 결국 상장일정을 미루기로 결정했다. 

두산그룹이 두산밥캣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엔진에 최대한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기 위해 공모가를 지나치게 높이 잡은 것이 수요예측 실패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길훈 한국신용평가 연구위원은 두산밥캣이 공모가밴드 하단을 4만1천 원에 형성한 것은 두산인프라코어가 갚아야 하는 단기차입금의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설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내년 6월까지 1조1774억 원에 이르는 회사채를 갚아야 한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두산밥캣의 공모가가 최소 4만1천원에 형성될 경우 약 1조900억 원을 확보할 수 있다. 차입금 규모와 맞먹는 수치다.

국내 기계업종과 비교해도 공모가가 너무 높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업이 상장을 추진할 때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으로 희망공모가를 산정한다. 두산밥캣은 미국과 일본 등 해외경쟁사의 주가를 비교대상으로 삼아 PER을 최저 19배로 계산했다. 이는 국내 기계업종의 평균 PER인 12~13배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두산그룹은 두산밥캣의 영업장이 대부분 해외에 있기 때문에 해외경쟁사와 비교했다고 해명했지만 증권가는 국내증시에 상장하는 만큼 공모가는 국내 동종업계와 비교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박용만 '결자해지' 의지 삐거덕   

두산밥캣의 상장은 두산그룹 재무구조 개선작업의 핵심 열쇠로 여겨져왔다.

박용만 회장은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3월에 그룹 총수 자리를 넘기면서도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을 유지했다. 자회사인 두산밥캣 상장을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의 표지로 해석됐다. 

  두산밥캣 상장 연기, 무엇에 발목이 잡혔나  
▲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박용만 회장은 2007년에 그룹의 인수합병을 주도하면서 미국 소형건설장비 기업인 밥캣을 49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건설경기가 부진에 빠지자 밥캣의 경영상황이 악화해 두산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번졌다.

이에 따라 박용만 회장은 2014년부터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 등의 일부 사업부를 매각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두산그룹이 자산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은 모두 3조 원이 넘는다.

박용만 회장은 직접 인수를 주도했던 두산밥캣의 상장을 성공시켜 두산그룹 재무구조 위기를 '결자해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상장작업에 수요예측 실패라는 암초를 만나면서 당혹스럽게 됐다.

박용만 회장은 내부논의를 통해 다시 두산밥캣의 상장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밥캣 관계자는 “공모물량이 많았던 점 등 여러 요인이 시장 여건과 맞지 않았던 것 같다”며 “공모물량과 공모가 등을 시장 친화적인 구조로 조정해 기업공개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거래소가 상장 예비심사를 승인한 뒤 6개월 내에 상장이 이뤄져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내년 1월에는 상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두산밥캣은 8월16일 한국거래소의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했다.

두산밥캣 상장일정이 연기되면서 두산그룹 계열사의 주가도 급락했다. 두산엔진 주가는 이날 직전 거래일보다 430원(10.59%) 내린 3630원에 장을 마감했다. 두산인프라코어(-7.22%)와 두산중공업(-2.67%), 두산(-3.28%) 등의 주가도 하락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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