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 출범 뒤 600여일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영수회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 모두 다양한 국정 현안을 앞에 두고 있지만 각자에게 가장 중요한 의제는 특검법안과 민생회복지원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첫 영수회담, ‘특검법·민생지원금’ 의제 설정부터 험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특검법안과 민생회복지원금은 여야가 물러설 수 없는 쟁점으로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영수회담의 의제 조율 과정부터 순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을 만나 이번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하겠다”며 “대통령실과 정부, 그리고 국회가 함께 변해야 하고 국민을 위한 변화를 두려워해서도, 주저해서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번 주 안으로 영수회담이 열린다면 오는 25일에 잡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과 26일 재판 일정이 있고 윤 대통령도 24일 국민의힘 낙선인 간담회가 예정돼 있다.

영수회담이 성사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던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어떤 의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눌지 관심이 모인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민주당 동의 없이는 총리를 임명할 수 없는 만큼 이 대표에게 인준 협조를 부탁하면서 국무총리 인선에 관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령실은 이날 신임 비서실장으로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을 발표했지만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은 영수회담 이후로 밀린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총리 인준보다 더욱 주목되는 부분은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안이 영수회담 의제로 다뤄질지 여부다.

야권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특검법안 통과 뒤 수용을 요구해 관철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특검법안 수용 여부가 윤 대통령이 총선 민심을 받아들이는 지를 판단할 수 있는 가늠자라는 것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출마의사를 밝힌 박찬대 의원은 22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영수회담 의제에 관해 “(윤 대통령이) 국정기조를 바꾸는 상식적인 선은 채상병 특검과 김건희 특검을 수용하는지 여부”라고 짚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도 지난 20일 영수회담과 관련해 "여야 영수회담이 사진을 찍기 위한 형식적 만남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윤 대통령이) 채상병·김건희 여사 특검법 등 지난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적 요구에 성실하게 답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영수회담 의제로 채상병·김건희 특검법안을 다룰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두 특검법안은 윤석열 정부에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인 만큼 윤 대통령의 입장이 알려질 경우 정치적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만남에서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해서는 전향적 입장을 나타낼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경율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채상병 특검은) 현재 공수처의 역할과 성과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며 “더군다나 총선 과정에서 이종섭 전 (호주)대사 지명과 관련해 상당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의문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에 받아들이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소식에 정통한 것으로 알려진 서정욱 변호사는 19일 MBC라디오 뉴스하이킥에서 "(채상병, 김건희) 특검이 완전히 통과되면 (정권 입장에서) 심각한 상황이 될 것"이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을 어떻게 하든 막고 차라리 채상병 특검에서 타협하는 안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총선 공약으로 내세운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실행을 위해 정부의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가 총선 승리와 영수회담의 키워드로 '민생'을 꼽은 만큼 자신의 대표적 민생정책을 대통령에게 직접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19일 ‘당원과의 만남’ 유튜브 생중계에서 “전 국민 재난지원금 문제도 이번에 (윤 대통령과) 만나면 이야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제안한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을 두고 “대통령의 결심만 있으면 가능하다”며 대통령실의 전향적 검토를 압박했다.

그러나 이 대표의 민생지원금 카드를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은 상황으로 분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내세웠던 ‘건전재정’ 기조에 반하는 정책인데다 여권에서도 전국민 25만 원 지원금 만큼은 수용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총선에서 대승한 야당의 25만 원 전국민 지급과 같은 현금살포식 포퓰리즘 공약을 맥없이 뒤따라가는 것도 여당으로서 무책임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정부 출범 뒤 첫 영수회담, ‘특검법·민생지원금’ 의제 설정부터 험로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정진석 신임 대통령실 비서실장 임명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같은 날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께선 계속적인 현금 살포는 결국 나라를 쇠락의 길로 걷게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여야가 영수회담에서 다룰 핵심적 사안에 관한 정치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만큼 의제조율 과정 자체가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든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은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대표가 25만원 지원금이나 특검, 의대문제 등을 강하게 밀어붙일 때 대통령실에서는 어떤 입장을 내세우는 게 맞는지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의제조율이 잘 안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통령실도 의제조율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날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실무협상도 무산됐다.

권혁기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부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오후 3시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과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준비 회동이 예정돼 있었다”며 “그런데 오늘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 임명 후 천준호 실장에게 정무수석이 연락해 와서 수석급 교체 예정이라는 이유를 들어 회동을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밝혔다.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