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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시민단체 '기후소송' 본격화, 정부에 탄소감축 촉구 힘 실린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4-14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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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시민단체 '기후소송' 본격화, 정부에 탄소감축 촉구 힘 실린다
▲ 한국에서 진행되는 첫 기후소송 공개변론 기일이 임박했다.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하고 해외에서 유사한 소송에 시민 승소 사례가 나오면서 한국 정부의 기후대응 노력 강화를 향한 요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3월26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관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는 참여자들과 환경단체 회원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한국에서 시민 주도로 이뤄지는 첫 ‘기후소송’ 변론기일이 임박했다. 2020년에 소송을 제기한 뒤 4년만이다.

유럽에서 이와 유사한 소송에 시민들이 승소한 판례가 나오고 22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도 기후공약에 관련 내용을 포함한 만큼 한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4일 기후소송 공동대리인단에 따르면 헌법재판소는 23일에 시민들이 제기한 기후 헌법소원 4건의 통합 공개변론을 진행한다.

2020년 3월 국내 청소년 19명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두고 미래 세대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부족하다며 소송을 제기한 뒤 약 4년만에 재판절차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이후 2021년 10월 시민단체 기후위기비상행동과 녹색당(현 녹색정의당) 주도로 제기된 시민 기후소송, 2022년 6월 아동 62명이 제기한 아기 기후소송, 2023년 7월 정치하는엄마들과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 시민단체가 제기한 기후소송이 이어졌다.

이번에 통합 변론이 진행되는 위 4건의 소송은 모두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전략이 미흡해 국민의 생명권과 행복추구권 등 기본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3월6일에도 고령자 123명이 정부의 기후대책 미비는 생존권 침해에 해당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기후진정을 제기한 사례가 있다.

한국에서 정부 기후대책과 관련해 제기된 소송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크게 문제삼고 있는 사안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다. 현행 탄소중립 기본계획은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한국의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2005년 대비 2030년 배출량을 50~52% 감축하기로 한 미국과 유사한 목표를 세워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이번 공개변론을 통해 한국 정부의 탄소중립 기본계획이 어떠한 측면에서 불충분한지, 또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들이 주도하는 기후소송은 재판 결과를 넘어 일반 국민들에게 현재 기후위기 상황의 심각성을 널리 알려 경각심을 높이고 정부 차원의 대응 노력에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공산이 크다.

 
한국도 시민단체 '기후소송' 본격화, 정부에 탄소감축 촉구 힘 실린다
▲ 9일(현지시각)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승소 판결을 받은 뒤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 회원들. <연합뉴스>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이 국민 권익 수호에 필수적이라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법원을 넘어 국회에서도 힘을 얻을 공산이 크다.

22대 총선에서 과반 이상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이 기후공약을 적극 앞세워 온 만큼 관련된 법안 등을 통해 정부의 대응 강화를 요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2030 국가 NDC를 40%에서 52%로 상향하는 한편 취약계층을 위한 기후복지제도 도입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기후복지에는 고위험 인구층을 위한 구조체계 구축 확대, 청년기후연금 도입 등이 포함됐다.

이는 소송을 제기한 시민단체들의 요구하는 내용과 같은 선상에 있는 만큼 이번 재판을 계기로 22대 국회에서 활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최근 해외에서 시민들이 기후소송을 제기한 뒤 승소한 사례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지점으로 꼽히다.

9일(현지시각)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세계 최초로 제기된 '시니어 기후소송'에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스위스 여성 고령자 2천여 명이 참여하는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은 자국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족이 최근 몇 년 동안 폭염 사망자를 늘리는 결과로 이어졌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스위스 정부의 기후피해 방지 대책이 여전히 미흡해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럽인권재판소는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위스 정부에 국민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효성 있는 기후대책 수립을 권고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추가 재판을 통해 재정적 제재 등이 더해질 수 있다.

시오프라 오리어리 유럽인권재판소장은 판결에서 “스위스 정부는 국민을 위해 필요한 만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하는 데 실패했다”며 “이로 인해 미래 세대를 향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은 명백하다”고 말했다.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은 이번 판결에 앞서 한국 기후소송 참여자들을 위한 응원 메시지를 직접 보내기도 했다.

엘리자베스 스턴 기후보호를 위한 여성 시니어클럽 이사는 당시 “한국에 있는 활동가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며 “우리가 유럽인권재판소에서 승리한다면 이 소식이 여러분에도 도움이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나온 첫 시민 기후소송 판례는 전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소송 결과에 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자연히 한국 법원도 판결에 이를 참고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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