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에서 압승하면서 국내 가상화폐업계에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거래 승인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이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다만 민주당이 향후 관련 사안을 추진하더라도 금융당국이 승인에 앞서 관련 법제와 시스템의 정비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는 만큼 실제 승인까지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공약으로 제시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의 국내 거래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비트코인 그래픽 이미지.
11일 국내 가상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의 총선 승리로 국내에서도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민주당이 공약으로 내세웠으니 결국 승인으로 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한다”며 “시간의 문제이지 승인에 대한 방향성은 정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번 총선에서 디지털자산의 제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주당은 제도화의 하나로 가상화폐 연계상품의 제도권 편입을 추진하기 위해 비트코인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현물 ETF의 발행과 상장, 거래 승인을 공약했다.
이와 함께 가상화폐 현물 ETF에서 얻은 매매수익은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과세해 다른 금융투자상품과 마찬가지로 세금을 매기겠다고 했다.
가상화폐 현물과 선물 ETF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편입을 허용해 비과세 혜택을 확대하겠다는 공약도 제시했다.
급격히 오르는 비트코인 가격에 가상화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민주당이 공약 추진에 속도를 낼 가능성이 나온다.
국회의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코인 과세유예 청원’의 경우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적극적 참여로 20일 만에 심사를 위해 필요한 5만 명의 지지를 끌어냈다.
세계 각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를 연이어 승인하고 있는 점도 관련 내용을 공약한 민주당에게 압박 요인일 수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2020년 독일, 2021년 캐나다, 2024년 미국에서 각각 거래 승인을 받았고 15일에는 홍콩에서도 승인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비트코인 현물 ETF는 올해 1월 미국의 승인 이후 누적 거래량이 2천억 달러(273조 원)를 넘어선 것은 물론 비트코인 시세 상승을 이끈 것으로 분석되면서 존재감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월21일 디지털자산 제도화 공약을 발표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대부분 선진국에서 현물 ETF를 승인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한국만 승인하지 않을 경우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 등이 이뤄질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며 “이를 예방하고 방지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의무다”고 말했다.
▲ 민주당의 비트코인 현물 ETF의 승인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면 금융당국에서도 거래 승인에 전향적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사진은 10일 민주당 개표 상황실 모습. <연합뉴스>
다만 금융당국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어 불가 입장을 내놓고 있는 점은 승인의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은 올해 1월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이후 국내 증권회사에서 관련 상품에 대한 중개 거래를 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자본시장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다면서 제동을 걸었다.
이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3월12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며 거래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3월5일 비트코인 현물 ETF와 관련해 가상화폐 관리시스템이 우선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했다.
하지만 비트코인 현물 ETF 거래 승인을 공약으로 제시한 민주당이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금융당국도 기존 입장 유지하는 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홍성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치권에서 추진하겠다는 얘기가 총선 공약으로 나왔고 금감원장도 하반기에 공론화를 하겠다고 말한 만큼 일단 추진 자체는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언제 그 시기가 언제가 될 것이냐는 지금 단계에서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